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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졌다하면 대형사고' 기름유출 못막는 이유

  • 2016.06.29(수) 14:25

GS칼텍스, 우이산호 유출 후 2년만에 또 사고
기업들 안전프로그램 가동.."더 많은 투자 필요"

정유사들에게 기름 유출 사고는 치명적이다. 제품 유출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떠나 지역 환경을 파괴하고, 이를 복구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기업 이미지도 크게 훼손된다. 가뜩이나 원유가격보다 비싸게 석유제품을 판다는 부정적 인식이 큰 정유사다. 기름 유출은 정유사들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어 반드시 막아야 하는 사고다.

 

정유사들은 주기적으로 노후 설비를 점검하고 감시 인원을 늘리는 등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안전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정유사들이 기름 유출 방지를 위한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 그래픽: 유상연 기자/prtsy201@

 

◇ 끊이지 않는 기름 유출

 

2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전남 여수에 위치한 GS칼텍스 제품 1부두 인근 배관에서 경유 5만4000ℓ가 유출됐다. 유출량은 많지 않지만 GS칼텍스가 2년 전 우이산호 충돌 사고로 800㎘의 원유를 바다에서 유출해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했던 전력이 있던 탓에 안전관리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GS칼텍스 관계자는 “다행히 이번에 유출된 기름은 바다로 흘러들어가지 않았다”며 “하지만 토양으로 스며들며 오염시킨 만큼 이에 대한 대책과 사고 원인 등을 규명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정유사들도 크고 작은 유출 사고 경험을 갖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3년 SK에너지가 소유한 부이(Buoy, 원유이송장치)와 유조선을 연결한 이송관에 작은 균열이 발생해 원유 일부가 바다로 유출된 바 있다.

 

에쓰오일의 경우, 2007년 울산 울주군 온산읍에 위치한 제2 정유공장 제품 이송펌프에서 기름이 유출돼 큰 화재가 발생했다. 또 2014년에는 원유 저장탱크 아래쪽에 설치된 믹서기 파손으로 2만4300㎘ 이상의 기름이 유출되기도 했다. 현대오일뱅크는 2010년 해상에서 벙커C유를 공급받던 유조선에서 기름이 유출돼 대산과 당진, 태안항 등 3곳에서 해상급유를 중단하기도 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생산 현장에선 시간대별로 관리자들이 파이프 등을 점검하며 기름 유출 사고를 방지하는데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며 “하지만 정제시설 내 파이프가 수km 수준이어서 작은 틈을 잡아내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 안전 경영 집중하는데

 

정유사들은 기름 유출 뿐 아니라 안전 사고 발생을 막기 위해 안전 경영을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하고, 법규를 충족하는 수준 이상의 자체 매뉴얼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CEO 직속으로 안전경영을 위한 전담 부서를 마련해 운영하기도 한다. 원유를 비롯해 석유화학 제품은 유출 시 환경오염 뿐 아니라 대규모 화재, 폭발 위험 등이 크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지난 2012년 전사 차원의 안전·보건·환경 경영 주관부서로 CEO 직속의 ‘SHE(Safety Health Environment) 본부’를 신설해 안전관리 전담 인력 200여명을 배치했다.

 

현장에선 사업장 별로 사고 위험성이 가장 높다고 여겨지는 항목 10가지를 정해 세부 지침을 정리한 ‘Safety Golden Rules'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새로운 화학물질을 도입할 때는 안전 보건 유해 위험성을 사전에 파악해 제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글로벌 선진기업들의 안전경영 노하우를 벤치마킹 해 관리 체계를 개선하고 있다”며 “구성원이 참여하는 내부 SHE 감사제도와 전체 구성원을 대상으로 안전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GS칼텍스는 여수공장의 모든 주요 설비에 대해 이력관리를 수행하고 있으며 설비 운전 상태에 따른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 등 취약부분 예방 점검 및 위험도에 따른 설비 교체주기 설정 등을 시행 중이다.

 

에쓰오일은 예기치 않은 사고 발생 시, 기름이 공장 외부로 흘러나가는 것을 막는 방유벽 주위의 흙을 콘크리트로 바꿔 토양 오염을 방지하고 있으며 현대오일뱅크 역시 안전환경 담당 조직을 팀에서 부문으로 승격해 전담 임원을 배치하는 등 안전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지금의 안전 경영 수준으로는 기름 유출 사고를 막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조환익 여수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최근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도 조기에 노후화된 설비를 교체했다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설비 자체를 교체할 수 없다면 감시 인력을 늘려야 새는 곳을 조기에 발견해 유출량을 줄여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유사 나름대로는 안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지만 현 수준으로는 언제 또 사고가 날지 모른다"며 "기름 유출 방지를 위한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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