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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소리 소문 없이…2代 이성호의 욕망

  • 2016.07.12(화) 13:20

[방계家 사람들] 시즌2 <3>이스트밸리
냉장창고 및 휴게소 사업 기반으로 ‘제2의 가업’ 일궈내
세미냉장, 올해 ‘이스트밸리’로 교체…그룹 정체성 마침표

1988년 7월, 강산이 세 번 가까이 바뀐 세월에도 지금껏 현존하는 ‘세미(SEMEE)냉장’이란 기업이 세워졌다. 1999년 11월 ‘세미’를 거쳐, 올해 1월에는 경기도 광주 곤지암에 위치한 인기 명문 골프장 이스트밸리CC의 이름을 따 ‘이스트밸리’로 사명(社名)을 교체했다.

이스트밸리CC를 운영하는 회사는 청남관광이다. 그런데도 옛 세미냉장에 이스트밸리 이름(간판을 바꿔 달고 나니 왠지 폼 난다)을 갖다 쓴 것을 보면 이 회사는 뭔가 달라도 많이 다른 것이 분명하다. 이곳이 바로 이건 명예회장 집안의 제2의 가업 ‘이스트밸리 패밀리’를 잉태한 곳이다.

한편으로는 모회사에 가장 늦게 패밀리의 성(姓) ‘이스트밸리’를 붙이는 사실상 기업이미지통합(CI) 작업을 마무리하고 그룹 정체성을 완성하는 데 마침표를 찍음으로써 이를 일궈낸 2세의 존재감은 마침내 빛을 발한다. (골프장 이스트밸리CC와 혼동을 우려해 냉장·냉동창고 운영업체 ‘이스트밸리’는 이하 사명 표기를 옛날 이름 ‘세미냉장’으로 한다.)

 


이건 명예회장은 부인 김경환(80)씨와 슬하에 2남 1녀를 두고 있다. 장남은 이성호 이스트밸리 회장, 차남은 이상호(53) 부회장이다. 외동딸이 박용욱 이생 회장의 부인 이상의(56) 넵스 부회장이다.

세월이 제법 흘렀다. 시간이 흐르고 환경이 바뀌고 사람도 변하는 게 세월이다. 옛 가업 대호건설의 영화(榮華)는 그저 아쉬움일 뿐, 이건 명예회장 일가는 과거에 대한 진한 그리움에 발목 잡혀있지 않았다. 게다가 대호건설을 접고 받은 매각자금 320억원도 제2의 가업을 키우는 데 든든한 자금줄 노릇을 했을 터다. 

세미냉장을 차린 때는 대호건설이 소위 ‘황금기’를 맞이했던 때다. 7년 뒤 대호건설을 매각하고 난 뒤 당시 이건 명예회장 일가에게 남은 사실상 유일한 계열사가 이 세미냉장이기도 했다. 

세미냉장은 1989~1996년 경부고속도로 기흥IC에서 5분 거리의 물류 요충지인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고매동(이스트밸리CC와는 차로 1시간 거리다)에 제1~4창고를 순차적으로 완공, 농수축산물 및 가공품 대형 냉동·냉장창고 운영 사업을 시작했다. 또 1995년 3월에는 영동고속도로 횡성(하)휴게소(소사휴게소) 운영권을 취득, 알짜배기 휴게소 사업도 벌였다.

세미냉장 설립 후 1997년 4월까지 10년 가까이는 이건 명예회장이 직접 대표를 맡아 경영을 챙겼다. 대호건설을 정리한 와중에도 세미냉장을 통해 멈추지 않고 사업가의 길을 걷고 있었던 것을 엿볼 수 있다. 이순(耳順)에 이른 이건 명예회장이 대표에서 물러난 이 시기, 비록 대표 자리에는 전문경영인이 앉지만 장남 이성호 회장은 부회장에 오른다. 사실상 경영권 승계가 이뤄진 셈이다. 이어 2006년 마침내 회장 자리에 앉았다.

이성호 회장은 미국 페퍼다인대 경영학과(한 살 아래 동생 이상호 부회장, 두 살 위 매형 박용욱 이생 회장과 모두 동문이다) 출신으로 귀국 후 부친이 경영하는 1987년 대호건설에 입사,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관리담당 상무이사, 부사장을 거쳐 30대 초반이던 1994년 5월 사장에 올랐다. 하지만 이듬해 12월 대호건설을 접으면서 이 사장도 부친과 함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성호 회장 일가는 누가 뭐래도 사업가 집안이다. 대호건설에 몸담고 있을 당시 30대 초반의 패기 넘치는 기업가였던 이 회장이 50대 중반의 나이가 된 요즘, 이스트밸리 패밀리의 리더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했을 것이다. 이 회장의 동생 이상호 부회장 또한 대호건설 계열 우남개발 이사와 세미냉장 사장을 거쳐 형이 회장에 오른 2006년부터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세미냉장 현 이사진에는 이건 명예회장과 이성호 회장 부자(父子)가 함께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이스트밸리 계열을 보면 모두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것을 볼 수 있는 데, 계열사 대표는 모두 전문경영인이 맡아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세미냉장도 마찬가지다. 이건 명예회장이 대표에서 물러난 뒤 한국타이어, 대호건설 출신의 김영우(66) 대표가 맡다가 지금은 박준영(56) 대표가 앉아 있다. CJ해찬들, CJ프레시웨이 출신으로 2012년 7월 영입돼 지난해 3월 대표로 취임했다. 

 

세미냉장은 초창기 냉장창고와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휴게소 사업(2015년 11월  한국도로공사와의 계약기간이 만료돼 지금은 휴게소 사업은 하지 않고 있다)을 기반으로 짧은 기간에 알짜 회사로 안착했다. 2000년만 하더라도 매출 154억원에 영업이익 20억2000만원으로 이익률이 13.1%에 달했다. 이어 2005년 화물 주선 및 운송, 2012년 식자재 유통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하며 매출이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올 2월부터는 치즈 가공사업도 하고 있다.

 


2001~2010년 100억원대(연평균 143억원)에서 정체 양상을 보였던 매출이 2011년 214억원으로 2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14년에는 296억원으로 300억원을 넘보기도 했다. 지난해의 경우에도 매출 267억원에 영업이익 14억5000만원으로 2000년대 이후만 보더라도 영업 흑자 기조를 단 한 번도 깬 적이 없다.

세미냉장이 알짜 회사라는 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총자산이 536억원인 세미냉장은 최대주주가 청남관광으로 지분 90%를 보유중이다. 하지만 2013년 이전까지는 이성호 회장이 53%, 동생 이상호 부회장이 37% 나눠 가지고 있었다. 이를 청남관광에 매각했다. 1주당 처분가는 2만5200원(액면가 5000원). 형제가 손에 쥔 돈이 212억원에 달한다. 현재 청남관광의 보유 지분 90% 외의 10%를 박용욱 회장이 아주 오래 전(감사보고서상으로는 2004년 이전)부터 소유해오고 있는 것도 꽤나 인상적이다. [‘③박용욱·이성호, 매형&처남의 케미…골프' 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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