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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기로 선 우리은행]②이젠 몸값 떨어질 일만?

  • 2016.07.20(수) 10:18

연임 이슈 겹친 이광구 행장 '올해 최고 복근 만들자'
곡간도 비어가고, 2~3년 미뤄지면 몸값 더 내릴 수도

우리은행 민영화의 다섯 번째 도전은 과연 성공할까. 연내에 뭔가 해보려는 정부의 의지도 확인됐고, 우리은행의 몸만들기도 순조롭다. 하지만 뭔가 산만한 분위기다.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매각 추진 당사자들 사이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어쩌면 헐값 매각을 피할 마지막 기회가 될지 모르는 지금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얽힌 이해관계 속에서 민영화 추진의 현황과 전망을 살펴봤다. [편집자]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지난 1년간 고단백의 닭가슴살만 먹어왔다. 달콤한 디저트나 술 등의 유혹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그 결과 만들어진 복근, 식스팩이다.

우리은행의 지금의 몸 상태가 이와 같다. 식스팩까지는 아니라도 복근 완성을 코앞에 두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신규자금 지원을 거부하고 최근 현대중공업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정부은행이 왜 그러느냐"는 다른 은행의 쓴소리에도 버텼다. 이렇게 만든 복근인데, 여기서 조금만 긴장을 늦추면 이내 사라질지도 모른다.

긴장을 늦추느냐 고삐를 더 죄느냐의 중요한 변수는 민영화다. 사실 앞으로의 은행업황을 고려하면 이러한 복근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어쩌면 지금이 최상의 몸상태로 좋은 값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는 얘기도 조심스레 나온다.

◇ 올해 최고의 식스팩 만들자는 우리은행

우리은행은 성동조선이나 STX조선 등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신규 자금 지원을 거부하고, 오히려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채권단에서 빠졌다. STX조선은 법정관리로 가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지만 어쨋든 우리은행은 민영화해야 한다는 이유로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최근 1~2년새 부실채권도 적극적으로 정리하고, 충당금도 과감하게 쌓았다. 특히 부실채권비율은 기업금융 비중이 컸던 우리은행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기도 했다.
 
지난 2014년말 2.1%였던 이 비율은 올 6월말 1.22%로 낮아졌다. 대손충당금 적립비율(NPL커버리지비율)은 140%로 높였다. 올 상반기 순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늘어난 7503억원을 기록했다. 시장의 평가도 좋다.

올해 하반기엔 민영화를 위한 '수익 올인 100일작전'에 돌입했다. 민영화가 가시화 되는 시점인 오는 9월말까지 연간 목표를 맞추자는 것이다. 다만 자산확대보단 비이자수익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우리은행 고위관계자는 "외국의 은행은 비이자수익 비중이 40~50%에 달하는데 우리은행은 30%도 채 안된다"며 "비이자수익을 늘리고 좋은 실적을 기반으로 성공적인 민영화를 지원하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 은행업황도 밝지 않아올해가 최고 몸값?

게다가 올 연말엔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임기가 끝난다. 연임의 기로에 서 있으니 올해 실적을 한껏 끌어올려야 한다. 하지만 그런 이유가 아니라도 내년 이후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데는 한계에 이를 수 있다.

실제 올해 2분기 큰 폭의 이익 성장을 한 데에는 충당금 환입 요인도 컸다. 과거 골치거리였던 양재동 파이시티, 르네상스호텔, 베트남 랜드마크타워 등으로 774억원의 충당금이 환입됐다. SPP조선 충당금 환입으로 567억원이 들어왔고, 성동조선 반대매수청구권 행사로 인해 비이자이익 232억원이 생기는 등 일회성 요인도 한몫했다.

오는 3분기에도 중국 화푸빌딩 매각으로 충당금 환입이 이뤄지고 지분 14%를 들고 있는 금호타이어 매각으로 인한 일회성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다르다. 유승창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는 유난히 충당금 환입요인이 많지만, 내년엔 아직까지 눈에 띄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정태 하나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은행업 전반에 대해 어두운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저금리 상황에서 그동안 과도한 대출증가나 비용조절, 일회성이익들로 방어를 해왔지만, 곡간이 비워지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은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내년도 경제상황이나 가계부채 문제를 봤을때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점치며 "이는 은행산업에 엄청난 부담이고, 은행주가 아무리 싸고 저평가 돼 있어도 투자가의 손이 나가진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이번에 못팔면, 2~3년 뒤로‥경쟁력 약화 위기감


기준금리가 상승하는 국면이 아니고선 한동안 은행에 대한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장기적인 은행산업의 사이클을 봐도 턴어라운드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이는 과거 우리은행의 소수지분 매각 가격을 봐도 나타난다. 가격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우리은행 내부적으로도 이런 위기감은 팽배하다. 민영화하지 않으면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남주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가 최근 한 정책세미나에서 "헐값매각 등을 이유로 우리은행 조기 민영화를 반대하는 것은 금융산업 발전에 죄를 짓는 행위"라고 언급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우리은행 고위관계자는 "경쟁 금융지주사는 항공모함(은행·비은행 고른 포트폴리오)을 갖고 전투하는데 우리는 구축함으로 맞서는 건데 그게 전투가 되겠느냐"며 "가뜩이나 어려운 환경에서 민영화를 통해 항공모함체제를 갖추지 않으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이번 기회를 놓치면 내년 대선 정국 등의 정치일정을 고려할 경우 민영화는 또다시 2~3년 뒤로 미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사이 팔다리 잘린 우리은행의 가치가 더 올라가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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