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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만원 '갤기'.. 시계전쟁 수색대

  • 2013.09.06(금) 11:03

고사양 스마트폰 성장둔화..시계로 눈돌려
생태계에 고객 묶어두기..애플 기대감 높아

삼성전자의 '갤럭시기어'는 새로 열릴 '스마트시계' 전쟁터에 먼저 파병해 초기 수요 등을 조사하는 일종의 수색부대라 할 수 있다. 애플과 구글 등 세계 정보기술(IT) 공룡들은 고가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되면서 기존 제품만으로 경쟁을 벌일 수 없다고 판단, 시계나 안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의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웨어러블PC(입는 컴퓨터) 분야로 가지를 뻗어 최대 경쟁사 애플을 미리 견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이 준비하는 스마트워치 파괴력이 워낙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손목시계형 스마트 단말기 갤럭시기어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독립적으로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없고 갤럭시폰과 연동해야 전화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블루투스 핸즈프리 같은 액세서리다. 이를 감안하면 299달러(한화 32만원)로 책정된 가격은 비싼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품 디자인이나 사양이 당초 루머를 통해 알려졌던 것에 크게 못 미쳐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많다.

[신종균 삼성전자 IM 사장이 베를린 언팩 행사에서 갤럭시기어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애플이 개발 중인 스마트워치는 자체 전화 기능까지 지원될 것으로 알려져 삼성 제품과 벌써부터 비교되고 있다. 애플은 손목시계형의 스마트 단말기를 만드는 디자인 팀을 운영해 '아이워치(iWatch)'란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고유한 디자인과 혁신성이 접목될 이 제품에 대해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것들을 충분히 예측했을텐데 왜 갤럭시기어를 이 시기에 내놓았을까. '선점 효과'. 주요 IT 기업들이 둔화되는 스마트폰에서 시계형 스마트 단말기로 눈을 돌리는 지금이야말로 움직일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퀄컴이 내놓은 스마트워치 토크]


실제로 시계형 웨어러블PC 시장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세계최대 모바일 반도체 기업 퀄컴은 4일 미국에서 행사를 열고 스마트워치 '토크'를 공개했다. 이 제품 역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연동해 전화를 받을 수 있다. 소니도 비슷한 컨셉의 스마트워치 제품을 이미 내놓았으며 이달 중에는 후속작을 판매할 예정이다. 소니는 디지털카메라 성능을 강화한 '엑스페리아Z1' 스마트폰을 4일 베를린에서 공개했는데 스마트워치를 이 폰에 연동시킨다는 방침이다. 애플 역시 조만간 아이워치를 내놓을 전망이다.

 

[소니가 내놓을 스마트워치2]


 

[해외 IT 전문매체에서 돌아다니는 애플 아이워치(iWatch) 상상 이미지.]

 

이제 스마트폰의 경쟁 요소는 스펙 싸움이 아니다. 시계 같은 주변기기를 함께 제공해 자체 생태계를 견고하게 구축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매력적인 액세서리류 기기를 통해 기존 고객들을 계속 묶어두려는 전략이다. 구글은 안경형 단말기를 내놓았지만 일상 생활에서 전화기와 궁합이 잘맞는 기기는 안경보다 시계다. 

 

시장조사업체 주피터 리서치에 따르면 갤럭시기어를 포함한 웨어러블 기기 출하량은 올해 1500만대에서 오는 2017년 7000만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아울러 스마트워치의 올해 판매액은 6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기어로 애플보다 먼저 스마트워치 시장에 진입해 반응을 들어보고 개선된 모델을 추가로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갤럭시기어는 삼성이 던진 승부수라기 보다 수요를 예측하고 시장을 분석하는 일종의 테스트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기존 스마트폰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스마트워치를 애플보다 먼저 내놓아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갤럭시폰 고객의 이탈을 사전에 막겠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SA의 수석 애널리스트 닐 모스턴은 5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시계는 소비자에게 많이 노출되는 제품이기 때문에 제조사들은 스마트워치를 좋아한다"라며 "만약 당신의 친구가 괜찮은 스마트워치를 손목에 차고 다닌다면 사고 싶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A는 갤럭시기어가 올해 50만대 팔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스마트워치 시장을 여는 곳은 아무래도 애플이 될 전망이다. 모스턴 애널리스트는 "갤럭시기어는 꽤 잘 팔릴 것으로 예상하나 스마트워치 산업의 촉매제는 애플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애플은 아이워치를 iOS 에코시스템에 넣을 것인데 iOS는 분열된 안드로이드 커뮤니티 보다 훨씬 더 끈끈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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