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지도 반출 논란]②역차별 소지…토종기업 '부글부글'

  • 2016.08.12(금) 17:58

국내 서버 없는 구글, 규제 사각지대
정보주권과 맥 닿는 공정경쟁 필요성

국내 업체들은 구글이 지도 데이터를 해외 서버로 가져가는 것이 공정 경쟁에서 어긋나는 것이라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 규제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사실상 특혜를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구글 지도 데이터 반출' 논란과 관련해 공정 경쟁을 강조하는 것은 정보주권 문제와도 맥이 닿아 있다. 정보주권이란 주권이 미치는 영역 내에서 생성 및 유통, 저장되는 정보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독립적 권력을 말한다. 

 

만약 우리나라 국민들의 개인정보가 국내법을 따르지 않은 외국 기업을 통해 줄줄 새고 있으면 우리 정보주권이 심각하게 침해된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실제로 구글에서 개인정보가 이용자 허락없이 수집된 사례가 있다.

 

 

◇ 정보유출 사고 터져도 규제 손닿지 않아

 

구글은 지난 2009년에 3차원 입체지도 서비스 '스트리트뷰'를 준비하기 위해 서울과 부산에서 각종 장비를 탑재한 차량을 운행했다. 이 차량으로 길거리를 촬영하고 다닌 것. 

 

이 과정에서 지도 정보 외에도 암호화되지 않은 인터넷주소(IP)로 오가는 이용자들의 개별 아이디와 비밀번호, 주민번호 등을 수집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내 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도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

 

문제는 그 뒤의 일이다. 경찰은 2010년에 구글코리아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해당 데이터가 미국 구글 본사에 저장돼 있어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경찰은 구글 본사 직원을 소환하기로 했으나 소환 통지에 응하지 않아 조사는 중단, 2012년에 기소 중지로 잠정 중단됐다.

국내에선 흐지부지 마무리된 것과 달리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선 구글에 대한 벌금 및 과징금 등의 제재가 잇따르는 등 심각한 정보 유출 사건으로 다뤄졌다. 수집한 데이터를 구글이 어떻게 활용할 것인 지에 대해선 아무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러자 우리나라에서도 정부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같은 건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 방송통신위원회가 2014년에 구글에 2억원 규모 과징금을 부과했다.

구글은 글로벌 검색과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을 장악한 세계적인 기업임에도 이용자 정보 보호에 대해선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성의없는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스트리트뷰 사례 외에도 구글은 지난 2013년 미국국가안전보장국(NSA) 정보수집에 협조하는 과정에서 각국 이용자 정보를 광범위하게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이러자 이듬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국내 인권단체가 구글 본사 및 구글코리아를 상대로 구글이 미국 정보기관에 제공한 개인정보 내역을 공개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관련 재판에서 구글측 대리인은 구글코리아가 국내에 서버를 두고 있지 않아 미국에 있는 구글본사는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결국 법원은 구글측 주장을 받아들여, 개인정보 3자 제공 내역을 미국 법률상 비공개의무가 있는 사항은 제외하고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린다. 이에 원고 가운데 구글 기업메일 이용자 2명은 패소하고 다른 이용자 3명에 대해서만 제한된 정보를 공개하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 글로벌 기업에 걸맞는 사회적 책무 필요

 

만약 구글이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국내 기업과 똑같은 감시와 규제를 받는다면 정보 주권이 침해당할 일이 줄어들 것이다. 여기서 일반 독자라면 다소 의아해 할 것이다. 구글이 서울시 강남에 구글코리아라는 어엿한 한국법인을 두고 있으니 당연히 규제 범위에 들어온 것 아니냐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제조업 등과 달리 인터넷 기반 서비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보를 다루는 산업이라 규제하기가 만만치 않다.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 사고 등이 한번 터지면 서버나 데이터센터 같은 물리적 장치를 조사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하지만 구글은 한국법인 설립 이후 12년이 넘는 현재까지 데이터센터를 세우지 않았다.

 

지난 2006년에 '구글 R&D센터'란 이름으로 문을 연 구글코리아는 원래 지난 2004년에 폐쇄적 성격의 유한회사로 설립된 곳이다. 구글코리아는 현재 미국인 매튜스캇서처먼과 호주인 피오나메리본즈 2명이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구글코리아는 지난 2014년에 존리 씨가 대표이사로 취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메튜스캇서처먼 이사가 2013년부터 현재까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구글코리아는 국내에서 온라인광고를 비롯해 모바일게임 플랫폼 사업 등으로 연매출 1조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매출을 구글코리아가 아닌 법인세율이 낮은 아일랜드 법인으로 돌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행법상 고정 사업장이 있어야 법인세를 징수할 수 있는데 구글코리아는 서버가 없어 고정사업장이 아니다.

 

관련 업계에선 법인세 회피 의심을 받고 있는 구글이 지도 데이터에 대한 정부 관리 평가 대상마저 제외되면 그 자체로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보고 있다. 구글이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구하기에 앞서 세계적인 기업에 걸맞게 사회적 책무를 다하라는 지적이다. [시리즈 끝]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