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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의 말하는 AI비서 '누구'는 누구?

  • 2016.08.31(수) 16:49

사용자 명령 듣고 업무 수행..'딥 러닝' 기술 채택
차량·신체부착·로봇 등으로 확대..'기능 개선' 숙제

▲ SK텔레콤 모델이 인공지능 서비스 '누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팅커벨! 오늘 야구장 갈 건데, 날씨 어때? 배고프니 피자 시켜주고. 잠 온다. 자장가 틀어줘. 내가 좋아하는 브람스로. 알람도 맞춰주고. 불 꺼."

SK텔레콤이 사람의 말을 듣고 지시에 응하며 이를 학습해 더욱 고도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공지능(AI) 기기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내놨다. 국내 첫 시도라는 점에서 시장 안착 가능성이 주목된다.


◇ SK텔레콤, 국내 최초 AI 비서 내놔

SK텔레콤은 31일 서울 중구 을지로 본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음성인식 기반의 인공지능 서비스 '누구'(NUGU)와 전용 스마트 기기를 선보였다.

'누구'는 사용자가 기기에 대화하듯 말한 것을 파악해 수행하는 인공지능 서비스다. 인공지능이 친구와 연인, 가족, 비서 등 사용자가 원하는 누구라도 될 수 있다는 의미를 서비스 명칭에 담았다.

서비스는 인공지능 플랫폼과 음성 입출력이 가능한 기기로 구성됐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원통 스피커 모양의 기기에 대고 인공지능의 이름을 부르면 LED 불이 켜지며 음성인식을 시작한다.

"신나는 음악을 틀어줘"라고 말하면 인공지능이 "알았다"며 경쾌한 음악을 자동 재생하고, 다시 인공지능의 이름을 부른 뒤 "무슨 노래야?"라고 물으면 음악은 멈추고 가수와 제목 정보를 말해준다.

이처럼 음악 재생 서비스뿐만 아니라 조명과 제습기, 플러그, TV 등 가전기기 제어, 날씨와 일정 등 정보, 스마트폰 위치 찾기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단순한 완성형 기기가 아니라 스스로 학습해 성장하는 '딥 러닝'(Deep Learning) 기술이 클라우드 소프트웨어와 연동돼 사용자의 음성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서비스가 고도화된다.

박명순 SK텔레콤 미래기술원장은 "누구는 음성 데이터를 시간 단위로 저장해 계속 학습하는 형태로 고안됐다"며 "이번 출시 이후 주간 단위로 데이터를 쌓으면 서비스가 더욱 고도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인터넷 쇼핑과 배달 음식 주문 등 커머스 ▲내비게이션 앱인 'T맵'과 연계한 경로 안내 및 지식 검색 등 생활 정보 ▲인터넷 라디오 재생과 뉴스·구연동화 낭독 등 미디어 사용자 선호에 맞춘 기능을 순차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가정용 누구를 출시한 데 이어 차량용 사물인터넷(IoT), 신체 부착형 IoT, 휴머노이드 로봇 등 다양한 기기에 서비스를 접목해 인공지능 대중화 시대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 박일환 SK텔레콤 디바이스 지원단장(가운데)이 누구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 '말하면 되는' 스마트 기기 시대 온다

누구 출시를 위해 SK텔레콤은 2011년부터 인공지능과 음성인식, 자연어 처리 엔진 등 선행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한국어 음색과 억양, 사투리까지 알아들을 수 있는 기술을 갖췄고, 자연어 처리 엔진은 대화하듯 편하게 얘기해도 맥락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SK텔레콤이 수년간 음성인식과 인공지능에 힘을 쏟은 이유는 새로운 플랫폼 사업에서 먹거리를 찾기 위해서였다.

PC에 이어 등장한 플랫폼인 스마트폰은 마우스로 작동되는 PC보다 자연스러운 터치 기반 사용자 환경(UI)을 갖췄다. 이런 까닭에 스마트폰은 PC보다 훨씬 많이 팔렸다고 봤다. 더 자연스러운 환경이 차세대 플랫폼이 되고 더 많이 팔릴 것이란 판단이 음성에 주목한 배경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음성 기반의 사용자 환경은 특별히 배우지 않고 말만 해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그래서 누구 전용기기는 화면이나 버튼이 전혀 없고, 오로지 음성으로만 작동된다.

박일환 SK텔레콤 디바이스지원단장은 "음성은 감성적이기 때문에 제품과 서비스가 사용자의 경험이 쌓이면 신뢰와 우정까지 얻을 수 있다"며 "외롭고 바쁘게 사는 현대인에게 즐거움과 공감 등의 가치를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누구의 음성은 일단 20대 중후반 여성 비서의 감성적인 목소리로 기획됐으며, 이를 점차 남성·아이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T맵과 개인형 클라우드 서비스인 '클라우드베리' 등에 적용했던 개방과 협업을 누구에도 적용해 회사의 대표 플랫폼 사업 중 하나로 만든다는 전략이다.

우선 인공지능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전문가들과 협력해 생태계를 구축하고 산업 활성화에 나설 방침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누구의 API를 공개하고, T디벨로퍼스 프로그램 등 외부 개발자와 협업하는 기반도 확대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이를 위해 초기 사용자 확보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사용자가 많아야 인공지능이 고도화되고 다른 사업자와 제휴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되기 때문이다.

 

초기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오는 10월 말까지 누구 전용기기를 홈페이지(www.nugu.co.kr)나 11번가에서 정상가 24만9000원(예정)보다 60% 할인한 9만9000원에 판매하기로 했다.

▲ 이형희 SK텔레콤 사업총괄이 음성인식 기반의 인공지능 서비스 '누구'를 선보인다고 발표하고 있다.[사진=SK텔레콤]


◇ "죄송합니다"…개선해야할 점은?

누구는 국내 시장에 처음 나온 일반 소비자 대상 인공지능 서비스인 만큼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는 여러 단점들이 지적됐다.

우선 인공지능 누구가 음성을 인식하는 능력은 여전히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간담회에서 누구는 음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수차례 했고, 답변도 다소 늦게 하는 모습을 보였다.

SK텔레콤은 이에 대해 다소 시끄럽고 다수의 와이파이가 오가는 환경이므로 인공지능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고 즉각 해명했으나, "TV를 켜놓았을 때와 다수의 와이파이가 잡히는 다세대 가구에 사는 경우를 고려하면 기술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지적을 받았다.

또 사용자의 목소리를 개인별로 구분할 수 없는 상태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가령 아들이 엄마를 사칭해도 인공지능이 이를 구분하지 못하므로 다양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는 셈이다. 외부인이 가정에 침입할 경우 문제는 더욱 커진다.

박명순 SK텔레콤 미래기술원장은 "내년부터 화자 인증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누구에 결제 시스템도 적용할 수 있도록 기술적 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서비스는 현재 한국어만 제공되고 영어 서비스 계획이 없어 국내용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사업자들이 내놓은 비슷한 서비스인 아마존 에코나 구글 홈과의 경쟁 가능성도 그래서 제한적이다.

 

SK텔레콤도 다국어 서비스를 하려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글로벌 시장에 나가더라도 자체 개발보다는 외국 사업자와 제휴해 추진할 방침이다.

 

이형희 SK텔레콤 사업총괄은 "삼성과 LG 등 제조사와 네이버와 카카오 등 OTT(Over The Top·영상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제공) 업체, 통신업계가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 서비스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우리가 첫걸음을 시작했다"며 "통신으로 먹고 살 날이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한다. 누구의 사용자 목소리에 주목해 품질을 더욱 높이고 생태계 조성을 통해 서비스를 더욱 완성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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