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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자사주 8천억 매각 속내는

  • 2013.09.12(목) 15:30

재무구조 개선 위한 실탄 확보 차원
10월 7000억 회사채 발행 대비 부채비율 조정 포석

포스코가 자사주를 대거 매각했다. 8000억원 규모다. 포스코가 자사주를 매각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통상적으로 기업이 자사주를 매각하는 이유는 현금이 필요해서다.

포스코는 글로벌 철강업계에서도 탄탄한 재무구조를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포스코의 자금 운용은 보수적이다. 그런 포스코가 굳이 자사주를 매각하면서까지 8000억원이라는 자금을 조달한 이유가 뭘까.

◇ 비어가는 곳간

포스코는 최근 수년간 지속되고 있는 글로벌 경기침체의 후폭풍에 신음하고 있다. 철강산업은 대표적인 경기 민감 산업이다. 경기가 좋을 때는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전방산업의 철강 수요가 크게 늘어난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큰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포스코도 마찬가지다. 한때 매분기 1조원을 넘겼던 영업이익은 작년 2분기 이후 4분기 연속 1조원을 밑돌고 있다. 작년 4분기에는 3000억원대까지 곤두박질했다.

여기에 자회사의 부실도 포스코를 더욱 힘들게 하는 요소다. 포스코는 최근 몇년간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계열사를 확장해왔다. 지난 2007년 23개였던 계열사는 작년 70개로 늘었다. 주로 인수·합병(M&A)을 통해서였다.
 

M&A는 통상적으로 많은 자금이 소요된다. 그동안 보수적인 자금 집행으로 재무적 여유가 많았지만 잇단 M&A로 재무사정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곳간이 비기 시작한 것이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은 포스코의 이런 변화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리고 이대로 계속가면 위험하다는 시그널을 주기 시작했다.

지난 2011년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낮췄다. 작년 10월에는 'BBB+'로 다시 내렸다. 무디스도 지난 2011년 신용등급을 'A2'에서 'A3'로 내렸다. 이어 작년에는 'BBB1'으로 강등했다.

◇ 곳간 채우기 '안간힘'

상황이 이렇자 포스코는 곳간 채우기에 나섰다. 지난 1월 7개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24개 계열사를 줄였다. 포스코는 올해 말까지 모두 30여개의 계열사를 구조조정할 계획이다.

자금 확보에도 나섰다. 계속된 M&A로 현금흐름이 좋지 않은 까닭이다. 업황도 좋지 않아 현금창출능력도 현저히 떨어졌다. 포스코는 우선 타법인 지분 등 비핵심 자산 처분에 나섰다.

보유하고 있던 KB금융 지분 1%, 하나금융지주 지분 0.92%, SK텔레콤 지분 2.89%를 매각했다. 이를 통해 5800억원을 확보했다. 태국 타이녹스 지분 10%(370억원)와 세아제강 지분 10%(610억원)도 처분했다. 
 
[포스코는 잇단 M&A 등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를 해소하기 위해 비핵심 자산 매각, 계열사 구조조정 등에 나섰다. 아울러 지난 6월에는 1조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했고 다음달에는 7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전방위로 뛰고 있다.]

자회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은 교보생명 지분 24%(1조2050억원)와 중국 산동시멘트 지분 100%(750억원) 등을 매각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빈 곳간을 채우기에 역부족이다.

포스코는 결국 회사채에 눈을 돌렸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영구 채권'이다. 영구채는 만기가 없다. 따라서 원금 상환을 계속 연장할 수 있다. 회계상으로도 '자본'으로 인정된다. 포스코에게는 탈출구였다.

포스코는 지난 6월 1조원의 영구채 발행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기존 차입금들을 갚기 시작했다. 그 결과, 포스코의 차입금은 지난 6월말 현재 9조636억원으로 줄었다. 작년말 대비 5.7% 감소한 수치다.

◇ 자사주 추가 매각 신호탄?

하지만 아직 모자랐던 걸까. 포스코는 지난 11일 장 마감 후 블록딜을 통해 자사주 249만3274주를 매각했다. 주당 가격은 이날 종가대비 4.73% 할인된 32만3800원이다. 총 매각규모는 8073억원이다. 포스코의 자사주는 기존 994만여주에서 744만여주로 줄어들게 됐다.

업계에서는 포스코의 자사주 대규모 블록딜에 대해 다음 달로 예정된 회사채 발행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포스코는 다음달 중순 7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이 예정돼 있다.

8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유입되면 부채비율도 줄어든다. 포스코의 2분기말 현재 부채비율은 90.5%다. 부채비율이 낮아지면 발행 조건이 좋아진다. 이는 곧 투자자들이 포스코 회사채에 투자할 경우, 만기에 가져가는 금액이 더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 관계자는 "이번 자사주 대량 매각은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재무구조 개선과 내년 초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상환용 실탄 확보 차원일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포스코가 또 추가적인 자사주 매각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철강 시황은 여전히 좋지 않은데다 일부 자회사 구조조정도 지지부진해 현금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당분간 포스코가 이번과 같은 대규모 자사주 블록딜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수적인 포스코가 잇따라 자사주를 매각하는 모험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포스코가 이번과 같은 자사주 대량 매각을 또 다시 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 "다음달 회사채 발행까지 마무리하면 일정 정도 재무적 완충지대가 생기는 만큼 굳이 무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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