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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가 해답]①정유사, 알뜰하게 짜낸다

  • 2016.10.11(화) 16:20

촉매 개발로 공정효율 개선·비용 절감
바이오부탄올·넥슬렌등 부산물도 활용

국내 석유화학사들의 범용 제품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기술 장벽이 낮은 탓에 중동과 중국 기업들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이를 뛰어넘으려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고부가 및 스페셜티 제품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도 석유화학 경쟁력 개선을 위해 연구개발(R&D)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원하기로 했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미래인 R&D 현황을 짚어보고 향후 경쟁력을 진단한다. [편집자]

 

우리나라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지만 원유를 기반으로 한 정제산업(정유업) 및 석유화학산업 강국이다. 이들 산업은 중후장대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며 수출 효자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규모 생산설비와 값싼 원료비를 바탕으로 중동 및 중국 기업들이 우리나라를 위협하고 있다. 정유업의 경우, 중국은 공급과잉으로 남는 경유를 내년부터 우리나라에 수출할 계획이며 정제설비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이에 맞서기 위해 R&D를 통해 정제설비 효율을 높이고, 제품 및 사업 다각화 등 새로운 에너지 사업 준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 촉매가 경쟁력

 

원유를 정제해 석유제품을 생산·판매하는 정유사들 입장에선 원유 수입처를 다각화해 값싼 원유를 들여오는 것 뿐 아니라 원유에서 최대한 많은 제품을 정제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정유사들은 정제설비 고도화와 함께 설비운영 노하우, 정제과정에서 사용되는 촉매 등의 연구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촉매는 석유화학 제품 생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화학 반응에 참여해 반응 속도를 변화시키고, 자신은 반응 전후 원래대로 남는 물질인 촉매는 상품화가 떨어지는 제품을 고부가 제품으로 탈바꿈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석유 정제부문에서 사용되는 촉매는 휘발유나 경유 등 제품 품질과 생산비율 등 생산성을 좌우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촉매에 따라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이 탄생한다. 이런 이유로 촉매가 석유화학사 경쟁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국내 정유사들은 석유제품 탈황 공정 및 중질유를 분해해 경질유를 생산하는 과정에 사용되는 촉매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촉매의 경우 고가 제품이라 자체적으로 촉매를 개발·생산하면 한 해 600억원 이상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R&D 센터는 최근 촉매 기술 역량을 개발하고 축적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고급 윤활유 기본원료인 윤활기유 제조 촉매 기술을 개발, 고급 윤활기유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도 중앙기술연구원을 두고 촉매 제조기술과 폐촉매 재생기술, 해양 기회원유 처리기술 개발 등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최대 촉매회사인 희성촉매사와 공동연구를 진행, 탈황촉매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이와 함께 한국화학연구원 등과 공동 개발한 탈황촉매도 사용 공정 도입과 장기적으로 중질유 분해 공정에 필요한 고도화 촉매 개발을 추진해 연간 60억원의 촉매구입 비용을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 사업 다각화의 시작

 

촉매 개발이, 주력인 정유사업 경쟁력 개선을 위한 것이라면 정제 부산물을 활용해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것은 사업 및 제품 다각화를 위한 R&D의 또 다른 역할이다.

 

정유사 입장에서 전혀 다른 신소재를 개발해 사업화 하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부산물을 활용하거나 기존 사업에서 쌓은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는 사업 등이 이분야 연구개발의 결과물이 될 수 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주 원료가 원유 및 부산물인 만큼 정유사가 R&D를 통해 전혀 다른 새로운 물질(제품)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생산기술 향상을 통한 경쟁력 개선과 부산물 활용 방안 등의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GS칼텍스의 경우, 2007년부터 향후 석유화학 제품을 대체할 수 있어 친환경 분야로 꼽히는 바이오케미칼 분야 연구를 시작했다. 특히 폐목재나 페농작물 등 비식용 바이오매스로부터 바이오부탄올을 생산하는 기술 개발에 주력했고, 최근 파일럿플랜트를 착공하며 실증사업에 나선 상태다.

 

바이오부탄올은 석유계 부탄올을 대체할 수 있고 휘발유와 혼합해서 연료로 사용도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GS칼텍스는 40건 이상의 국내외 특허를 출원했고, 2014년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신기술 인증 및 2015년 대한민국 기후변화대응 10대 혁신기술 등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고부가 석유화학 제품인 넥슬렌을 개발,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화학사인 사빅(SABIC)과 합작사업을 본격화했다. 그 동안 국내 정유사들은 석유화학 사업 내 에틸렌과 파라자일렌(PX) 등 범용 제품이 중심이었지만 넥슬렌은 기술장벽이 있는 고부가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와 함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용 화학제품 등 전자용 스페셜티 소재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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