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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가지 않은 길

  • 2013.09.24(화) 11:45

에버랜드가 제일모직의 패션부문을 가져오면서 에버랜드의 겉모습은 ‘衣-食-住-休’를 갖춘 완전체가 됐다. 오색 고명이 골고루 들어간 보석비빔밥이 완성된 것이다.

 

하지만 속내까지 그럴까. 에버랜드의 지분구조를 보면 비빔밥이 아니라 따로국밥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 비빔밥


에버랜드는 ‘휴’로 대표되지만 ‘주’로 출발해 ‘휴’와 ‘식’으로 사업영역을 넓혀왔다. 여기에 ‘의’까지 확대하면 의(Fashion)-식(FoodCulture)-주(Engineering&Asset)-휴(Resort)를 아우르는 회사가 된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해 주는 ‘필수’ 기업이 되는 셈이다. 소비자와 밀착된 상품과 서비스를 팔기 때문에 망할 염려도 없다. 이제 에버랜드가 지은 집에서 에버랜드가 만든 옷을 입고 에버랜드가 만든 음식을 먹으며 주말에는 에버랜드로 놀러가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에버랜드는 오너 일가의 관심 속에 덩치를 쑥쑥 키워왔다. 매출은 2008년 1조8902억원에서 작년 3조300억원으로 불어났으며 자산도 같은 기간 3조8024억원에서 6조6589억원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패션부문(작년 매출 1조7752억원, 자산 1조8985억원)이 합쳐지면 매출은 4조8000억원, 자산은 8조5000억원을 넘게 된다.

 

사업부문간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면 4~5년내 매출 10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 따로국밥


그러나 에버랜드의 앞길이 장밋빛만은 아니다. 지배구조란 먹구름에 길을 잃을 수도 있다. 에버랜드는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 있다.

 

에버랜드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삼성전자)이 25.10%를 보유하고 있으며 두 딸인 이부진 사장(호텔신라)과 이서현 부사장(제일모직)이 각각 8.37%를 갖고 있다. 이들 3남매를 포함한 삼성그룹 특수관계인이 6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오너일가 중에는 이부진 사장이 경영전략담당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이서현 부사장이 에버랜드로 적을 옮겨 패션부문을 맡게 되면 자매 공동경영 형태를 띠게 된다. 이재용 부회장이 1대주주로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지붕 세가족’으로 시너지보다는 불협화음을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비빔밥? 따로국밥! 


에버랜드가 독자기업으로 영속하는 길은 남매간 교통정리를 통해 어느 한 사람이 경영을 맡아 사업을 키우는 것이다. 향후 세 자녀에 대한 이건희 회장의 인사 배치가 주목되는 이유다.

 

하지만 에버랜드가 그룹 지배구조의 수레바퀴 핀(Linch Pin) 역할을 하고 있어 현재 구도가 깨질 가능성은 작다. 따라서 따로국밥으로 갈 확률이 커 보인다.

 

최악은 3세 승계 과정에서 사업부분별로 다시 쪼개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에버랜드는 '에버'랜드가 아니라 '네버'랜드가 되고 말 것이다. 에버랜드가 어느 길로 갈지 선택의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에버랜드라는 이름은 영원함과 활력을 의미하는 ‘Ever’와 평안함을 뜻하는 ‘land’의 결합어다.

■에버랜드 사업영역
의(Fashion)

-조7752억원(작년 매출)
-갤럭시, 빈폴, 구호, 에잇세컨즈


식(FoodCulture)

-1조2742억원
-푸드서비스, 식재료유통, 컨세션


주(Engineering&Asset)

-1조3706억원

-건축, 경관, 플랜트, 부동산서비스


휴(Resort)

- 3589억원

-에버랜드, 캐리비안베이, 골프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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