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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오월동주(吳越同舟)

  • 2013.09.25(수) 10:29

이석채 회장 '내부의 적' 발언 후 사내 분위기 뒤숭숭
'오해살라' 가족 핸드폰 이용도..임직원 단합노력 절실

오월동주(吳越同舟). 손자(孫子)의 구지편(九地篇)에 나오는 이야기다. 중국 오나라의 왕 합려(闔閭)와 월나라의 왕 윤상(允常)은 서로 원수지간이었다. 윤상이 먼저 죽자 그의 아들 구천(句踐)이 오나라를 쳐서 합려를 죽였는데, 이후에 합려의 아들 부차(夫差)에게 구천이 다시 패하고 말았다. 그 뒤 오나라와 월나라는 더욱 더 서로를 미워하고 견제하는 사이가 됐다.

 

이를 두고 손자는 "오나라와 월나라는 원수처럼 미워하는 사이지만, 만약 그들이 같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가 풍랑을 만났다면 원수처럼 싸우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그들은 서로 도왔을 것이다"고 말했다. 즉, 뜻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라도 곤란한 상황에 처하면 협력하게 된다는 말이다.

 

요즘 KT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손자가 말한 오월동주가 아쉬워진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통신시장에서 내부적으로 똘똘 뭉쳐도 경쟁력을 가질까 말까 한데, KT는 외부의 적에 맞서는 동시에 내부의 적까지 설정해 싸워야 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내부갈등의 발단은 이석채 회장(사진)의 사퇴 논란에서 비롯됐다. 시작은 정권에 따라 부침이 심한 KT의 지배구조 문제였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후에는 이 같은 논란이 어디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느냐로 번지고 있다. 내부 불신의 골이 깊어지면서, 전쟁터로 치면 아군끼리 총질하는 꼴이다.

 

이 회장은 지난 2일 사내 행사에서 일부 임직원을 겨냥해 단호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자기의 울타리, 회사, 집이 무너져가는데도 바깥에다 대고 회사를 중상모략하면서 회사가 어쨌다 저쨌다 끊임없이 소식을 전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게으른 사람, 아직도 태평인 사람은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KT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주인정신이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이 발끈한 것은 그동안 끊임없이 나왔던 사퇴설을 부인함과 동시에 내부적으로도 사퇴를 주장해온 일부 세력을 겨냥한 경고 성격에 다름아니다. 

 

이 회장의 '내부의 적' 발언이 있자 KT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바깥에다 대고 소식을 전한 사람'으로 괜한 오해를 살까봐 일부 임직원들은 휴대폰 사용 때 매우 조심하는 습관까지 생겼다고 한다. 회사가 지급해 준 휴대폰의 통화기록이 조회될지도 모른다는 의구심 때문이다. 일각에선 매우 공식적인 업무 통화에 한해서만 회사에서 지급한 휴대폰을 사용하고, 나머지 개인용도의 통화는 가족 휴대폰이나 퇴근 후 집 전화 등을 이용한다고도 한다. 일말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다.

 

또 다른 한 켠에서는 '올레 KT가 원래 KT를 다 몰아냈다'는 우스갯소리도 한다.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새로운 최고경영자(CEO)가 들어섰고, 이들은 KT의 색깔을 매번 바꿔놨다는 얘기다. 과거에 KT를 이끌던 중견 임원들은 이제 찾아볼 수도 없다는 설명이다. 겉으로 알려진 것은 일부일뿐 드러나지 않은 낙하산 인사는 더  많다는 소리도 들린다.

 

진위여부를 떠나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KT의 문제는 KT뿐만 아니라 경쟁사 조차 바라는 바가 아니다. 선의의 경쟁을 통한 발전이 더 크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에서도 손실이다. KT의 3만 임직원을 한 마음으로 뭉치게 할 수 있는 노력이 절실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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