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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논란 뒤에 가려진 '산은의 조바심'

  • 2016.12.12(월) 16:37

현대상선, 해운동맹 2M에 '제한적' 가입
"실리적 측면 고려" vs "반쪽짜리 동맹"

현대상선의 세계 최대 해운동맹 '2M' 가입이 논란이다. 현대상선은 제대로된 가입이라는 입장이지만 업계 등에서는 '반쪽 동맹'일 뿐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는 현대상선의 이번 2M 가입 자격이 '정회원'이 아닌 '준회원'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우려했던 가입 불발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확실한 가입도 아니어서다.

현대상선이 이처럼 애매한 위치에 서게된 것은 현대상선이 2M에 가입한 자격이 기존 업체들과 동등한 지위가 아닌 한단계 아래의 지위여서다. 외형적으로는 가입이 맞지만 내용적으로는 제한적인 가입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이 굳이 '준회원'으로라도 가입한 이유의 이면(裏面)에는 산업은행의 조바심이 있다고 보고 있다.

◇ 마지막 퍼즐이었던 '2M' 가입

현대상선은 지난 11일 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2M'과의 협상 타결을 공식화했다. 2M은 세계 1, 2위 해운사인 머스크와 MSC가 구축한 해운동맹이다. 현대상선은 그동안 2M 가입을 위해 전력투구 해왔다. 채권단의 현대상선 회생을 위한 지원의 전제조건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당초 현대상선은 과거 현대상선이 속해있던 'G6' 해운사들이 새로 결성한 'THE얼라이언스' 가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THE얼라이언스 소속 일부 해운사들이 현대상선의 가입을 반대했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은 2M으로 눈을 돌렸다. 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만큼 시너지가 클 것으로 봤다.


사실 현대상선이 2M과 협상에 나서는 것에 대해 업계는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2M은 유럽 노선이 강하다. 아시아-미주 노선은 상대적으로 약세다. 현대상선이 2M과 손을 잡는다면 2M으로서는 아시아-미주 노선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꾀할 수 있다. 현대상선도 2M을 등에 업고 영업력 확대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과 2M은 지난 6월부터 협상에 돌입했고 현대상선은 2M으로부터 '가입 동의서'를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채권단이 제시한 회생 조건인 해운동맹 가입을 충족했다고 밝혔고 채권단도 받아들였다. 현대상선에게 2M가입은 회생을 위한 마지막 퍼즐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후 불거졌다. 현대상선은 2M의 정식 회원으로 등록하기를 원했다. 반면 2M은 현대상선의 현 상황을 우려했다. 이 때문에 협상이 길어졌다. 시간이 지연되자 해외에서는 현대상선의 2M 가입이 불발됐다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그때마다 현대상선은 "사실 무근"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 현대상선, '외형보다 실리 추구'

현대상선과 2M은 6개월여 간의 협상을 벌였다. 그 결과 현대상선은 2M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했다. 결국 2M과 현대상선은 '느슨한' 협력관계를 체결했다. 이것이 현재 현대상선을 둘러싼 각종 논란의 원인이다. 현대상선은 2M의 당당한 정식 회원사가 아니라 일부 분야를 공유하는 '준회원' 성격의 지위에 만족해야 했다.

해운 동맹의 단계는 제휴 강도에 따라 ▲선복매입 ▲선복교환 ▲선복공유로 구분된다. 선복공유가 가장 강한 단계다. 이 세가지 모두를 공유할 수 있어야 정식 회원사로 인정을 받는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이 중 선복매입과 선복교환 단계까지만 협력하는 것으로 협상을 마쳤다.


'선복 교환'은 배에서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을 해운사끼리 교환하는 것이다. '선복 매입'은 짐을 실을 공간을 구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2M을 구성하는 머스크와 MSC는 여기에 더해 '선복 공유'까지 하고 있지만 현대상선은 이를 할 수 없다. 가입기간도 통상적인 5~10년이 아닌 3년이다. '반쪽 동맹'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이에 대해 현대상선은 강하게 반발했다. 2M과의 동등한 지위의 자격을 갖기에는 현재의 현대상선 상황이 여의치 않은 만큼 우선 느슨한 협력 단계로 시작해 수익성을 확보해 점점 정식 회원사로 발돋움하겠다는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즉 외형에 치중하기 보다는 수익성 확보에 주안점을 둔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선복이냐 공간이냐 하는 것은 협력 형태의 문제일뿐 이번 건을 해운동맹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협력의 성격을 규정짓는 여러 형태를 보면 다른 얼라이언스와 유사하거나 동일하다. 향후 2M과 전체적인 요건이 맞으면 다음에 진전된 형태로서의 협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산은, 현대상선 옹호하는 까닭

하지만 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업계에서는 2M과 현대상선의 이번 협상 결과가 '반쪽 동맹'이라고 보고 있다. 현대상선과 2M의 협상 결과가 주목되는 것은 '형평성' 문제 때문이다. 당초 채권단은 현대상선에 대해 ▲공모사채와 선박금융 채무재조정 ▲용선료 조정 ▲해운동맹 가입의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경영 정상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은 이 조건 충족을 위해 전력투구했다.

이 중 해운동맹 가입은 맨 마지막 단계였다. 현대상선이 THE얼라이언스 가입 실패 이후 2M 가입에 사력을 다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현대상선은 2M과 명확한 관계 규정을 하지 못했다. 단지 '가입 동의서'를 받는데 그쳤다. 채권단은 이를 사실상 가입으로 보고 현대상선에 대한 지원에 나섰다. 그 덕에 현대상선은 회생에 성공했다.

반면, 현대상선과 달리 THE얼라이언스에 정식으로 가입됐던 한진해운은 결국 법정관리에 몰렸다. 물론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다른 조건에서 차이가 있었지만 해운동맹 가입 조건에서만 본다면 한진해운은 억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업계에서는 이 부분이 현대상선이 제한적인 지위에도 불구 2M에 가입하려 애를 쓴 이유인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상선은 이날 간담회를 열고 '반쪽 동맹'이라는 지적에 대해 적극 해명에 나섰다. 이 자리에는 채권단인 산업은행도 참석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건에 대해 산은까지 적극 나서는 이유에 주목하고 있다. 산은은 간담회에서 현대상선의 입장을 적극 옹호했다.

만일 최악의 상황으로 현대상선의 2M 가입이 '불발' 됐더라면 가장 큰 비난을 받을 곳은 산은이다. 한진해운과의 형평성 문제는 물론 정부의 해운업 구조조정 방안이 잘못됐다는 비난까지 받을 수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산은이 현대상선의 반쪽 동맹 논란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건은 단순히 반쪽동맹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만일 반쪽동맹으로 여론이 몰린다면 정부가 추진한 해운업 구조조정 전체가 방향을 잘못 잡았다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고 이를 우려한  산업은행이 적극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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