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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의 '특급호텔' 승부수, 통할까?

  • 2013.09.25(수) 14:08

대통령 간담회서 "특급호텔 규제완화" 언급
정부, 규제개선 추진키로..법 개정안 처리 주목

"특급관광호텔에 대한 규제완화가 절실하다."(조양호 회장)
"뭔가 해결책이 꼭 나왔으면 한다."(박근혜 대통령)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10대그룹 회장단의 간담회. 이 자리에서 조양호 회장은 특급관광호텔 규제완화에 대해 언급했고, 박 대통령은 이에 화답했다.

 

그로부터 한달이 채 지나지 않은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는 관련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정부는 학교앞 관광호텔 건립 규제를 개선해 투자활성화를 유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의 오랜 숙원이던 서울 송현동 특급호텔 건립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승부수가 통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극복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 벽에 부딪힌 특급호텔 건설

 

 

대한항공은 지난 2008년 2900억원을 들여 서울 송현동 옛 주한미군대사관 직원 숙소 부지를 매입했다.

 

경복궁과 접해 있는 이 땅에 7성급 호텔을 세우겠다는 계획이었다. 대한항공은 지하 4층, 지상 4층 규모의 고급호텔을 비롯한 복합문화단지를 건설, 관광수요를 소화하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학교 인근에 호텔을 지을 수 없도록 규정한 관련법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호텔 예정부지 인근에는 덕성여중·고와 풍문여고 등이 위치하고 있어 관련기관은 호텔 건립 허가를 내주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대한항공은 이에 반발해 2010년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도 결국 패소판결을 받았다. 지난 5월 발표된 정부의 기업투자 활성화 대책에서도 대한항공 호텔 건립 건은 제외됐다. 정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업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조양호 회장의 청와대 건의 후 정부 입장에 변화가 생겼다. 학습 환경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유해성이 없는 관광호텔에 대한 규제와 절차를 개선하기로 한 것이다.

 

◇ 법 개정안 처리 여부 주목

 

정부 입장에 변화가 생겼지만 대한항공이 추진하고 있는 복합문화단지 건설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가능성이 조금 커졌다는 표현이 정확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지만 최근 여야가 대치하고 있는 국회 상황이나 야당의 반응을 봐서는 낙관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민주당 정세균 의원은 최근 송현동 부지와 관련 "관광진흥법 개정안의 특정기업 특혜의혹이 보다 분명해졌다"며 "학교보건법을 무력화하는 개정안 통과를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온 서울시의 건축허가 과정에서도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교육계와 시민단체들 역시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법원이 이미 결정한 사안인 만큼 이를 뒤집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지난 5월 '사회적 합의'라는 언급을 한 것도 송현동 부지 개발에 대한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 대한항공 "호텔만 보지 말아달라"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를 놓고 특급관광호텔만 보지 말아달라는 입장이다. 단순한 숙박시설이 아닌 다목적 공연장, 갤러리, 쇼핑센터 등 문화 랜드마크를 건설하겠다는 설명이다.

 

송현동 부지 인근에 경복궁과 창덕궁, 인사동, 북촌 등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명소가 위치한 만큼 이 곳을 복합문화시설로 개발하면 관광수요 유치는 물론 서울시내 고급숙박시설 부족 해소에도 기여할 것이란 입장이다.

 

대한항공은 "전체 부지 1만1000평중 일부만 숙박시설 건설에 이용되고, 시설 자체도 북촌 등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건물로 세울 계획"이라며 "서울의 역사와 문화, 관광을 아우르는 시설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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