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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의 점심식사, 스테이크

  • 2013.09.27(금) 10:01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과의 점심식사는 해마다 경매에 붙여진다. 낙찰자는 버핏과 점심을 함께 하며 그의 인생과 투자 철학, 투자관련 조언을 듣고 수익금은 자선단체에 기부한다. 올해로 벌써 14년째가 됐는데 금년의 점심 한 끼 값은 100만100달러였다.

 

그런데 버핏과 손님들은 주로 무엇을 먹을까? 대부분의 경우 스테이크를 먹었다. 작년까지 삼년간은  버핏의 고향 오마하의 단골 레스토랑에서, 그리고 2007년과 2008년에는 뉴욕 맨하탄의 스미스 앤 월런스키(Smith & Wollensky)라는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먹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한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워런 버핏과 식사를 함께 한 사람들은 11억 원짜리 점심이니 그의 이야기를 듣느라 음식이 맛이 있는지 없는지, 입으로 먹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관심도 없겠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좀 다르다. 비싼 만큼 조금 더 맛있게 먹고 싶은데 스테이크가 사실 복잡하다. 종류도 다양해서 잘 모르면 격식에 맞춰 주문하기도 어렵다. 비즈니스 자리에서 알아두면 참고가 되고 화제가 될 만한 스테이크 상식이 몇 가지 있다.

 

워런 버핏이 식사를 한 스미스 앤 월런스키는 써로인(Sirloin) 스테이크가 유명한 곳이다. 가격도 45달러 정도니까 출장이나 여행길에 들러볼 만하다.

 

써로인은 등심 스테이크인데 사실 보통 스테이크가 아니다. 우리나라 정이품 소나무처럼 작위를 받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영국왕 찰스 2세다. 스테이크를 무척 좋아한 찰스 2세는 어느 날, 식탁에 오른 등심 스테이크가 너무나 맛있어  옛날 왕들이 검으로 기사 작위를 주는 것처럼 들고 있던 나이프를 스테이크에 얹고 "그대에게 작위를 수여하노라"라고 선언했다. 그래서 써(Sir) 로인, 로인 경(卿)이 됐다는 것인데 물론 만들어진 이야기다.

 

하지만 18세기 영국의 작가 사무엘 존슨이 자신의 작품에 이 이야기를 인용했을 정도니까 당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모양이다. 참고로 써로인은 허릿살 윗부분을 뜻하는 정육 용어다.

 

많은 사람들이 즐겨먹는 T-bone 스테이크는 고기 안에 T 자 모양의 뼈가 들어있기 생긴 이름인데 왜 하필 뼈를 T자로 잘랐을까? 서로 다른 두 종류의 고기를 동시에 맛보도록 배려했기 때문이다. T자를 기준으로 큰 쪽은 등심, 다른 작은 쪽은 안심인데 그러니 이 스테이크를 먹을 때는 맛을 잘 음미해야 한다. 안심과 등심 맛을 구분해 동시에 즐기지 않으면 쓸데없이 돈만 낭비한 꼴이 된다.

 

포터하우스라는 스테이크도 있다. 같은 T-bone 스테이크지만 뼈를 기준으로 큰 쪽이 안심, 작은 쪽이 등심이다. 그런데 스테이크에 왜 짐꾼의 집(Porter House)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포터는 짐꾼이 아니라 맥주의 한 종류이니 맥주 파는 집이다. 맥주와 소고기 구이를 팔던 옛날 뉴욕의 역마차 정류장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지금도 뉴욕에 있는 피터 루거(Pete Luger)라는 스테이크 하우스가 유명한데, 세계적으로 알려진 만큼 예약은 필수다.

 

안심 스테이크를 맛보고 싶으면 텐더로인(Tenderloin) 스테이크 종류를 주문해야 하는데 그중에는 샤토브리앙이 유명하다. 포도주 이름 같지만 프랑스 국왕 루이 18세의 내무장관을 지낸 샤토브리앙 남작을 위해 주방장이 특별히 만든 스테이크다. 필레미뇽도 좋다. 1912년에 침몰한 타이타닉 호 일등 선실 승객들에게 제공된 마지막 만찬의 메인 요리였다. 스테이크도 이렇게 입맛과 기분에 따라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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