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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간 계좌이체도 증여세 내야 할까

  • 2017.01.26(목) 08:01

[특별기고] 김태훈 안진회계법인 공인회계사

# 이 기사는 2017년 1월 25일 세무회계 특화 신문 택스워치 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부부는 일심동체(一心同體)라는 말이 있다. 즉, 부부는 정신적으로도 실체적으로도 하나의 공동체임을 뜻한다. 그렇다면 금전적으로는 어떨까.

부부가 동일한 실체라고 가정하면, 부부 간의 송금은 어떤 법적인 문제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아무런 대가 없이 자금이 이전될 때에는 증여세 문제가 발생한다. 만약 세법이 부부를 ‘일심동체’로 본다면, 부부 간의 자금이전은 증여세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지만 과연 그럴까?

부부의 재산관계는 민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민법에 따르면 부부는 결혼 전부터 가지고 있던 재산과 결혼한 이후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각자가 관리하고 사용하고 수익한다. 민법상 혼인 중인 부부는 개별적인 실체인 것인데, 다만 예외적으로 부부 중 누구에게 속한 것인지 분명하지 아니한 재산은 부부의 공유로 추정한다.

부부의 공동생활에 필요한 생활비용은 어떨까. 민법은 다른 약정이 없으면 부부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것으로 본다. 여기서 생활비용은 일상적인 식비, 의류비, 주거비뿐만 아니라 자녀의 양육비, 교육비, 의료비, 오락비 등이 모두 포함된다. 생활비용 분담의무는 부부는 서로 부양하고 협조해야 한다는 민법의 정신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세법에서도 부부는 원칙적으로 개별적인 실체이다. 따라서 부부간 재산이전은 증여세를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민법에서 부부는 생활비용을 공동부담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세법에서도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치료비, 피부양자의 생활비, 교육비 등을 배우자에게 이전할 경우에는 증여세가 비과세된다.

그러나 실제로 생활비나 교육비 명목으로 송금을 받는 경우라도, 그 용도로 사용하지 않고 정기예금·적금 등에 사용하거나 주식·토지·주택 등의 매입자금에 사용하는 경우에는 생활비나 교육비에 사용되지 않는 것이므로 증여세가 과세된다. 즉 계좌이체로 송금된 재산은 일시적이라도 다른 목적으로 사용될 경우 비과세되는 증여재산에 해당하지 않는다.

반대로 배우자에게 송금한 경우라도 실제 이 자금의 지출이 확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

최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단순히 예금의 입출금 사실이 밝혀졌다는 사실만으로는 배우자에게 증여됐다고 추정할 수 없다. 즉, 송금된 금액을 어디에 사용하는 지가 확정된 이후에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또한 송금된 자금이 증여세 과세대상인지 아닌지는 과세관청이 입증해야 한다. 그리고 증여가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증빙자료로 입증해야 한다.

특히 비과세되는 증여재산은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범위 이내여야 하는데, 여기서 ‘사회통념’이란 사회 일반에 널리 퍼져 있는 건전한 상식이나 견해를 말하는 것으로 세법에서 규정하기 어렵다. 생활비로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동일한 수준의 생활은 어떤 것인지 등 사안별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기초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사회통념이 불명확한 개념이기 때문에 사실관계 판단과정에서 납세자의 부담과 과세관청의 재량성이 동시에 증가한다.

심판례에 따르면 자력으로 생활하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 생활비를 지급하는 경우, 또는 최저생계비와 비교하여 과다하게 많은 경우, 그 생활비는 비과세되는 증여세에 해당되지 않는다.

결혼한 사람들의 경우, 배우자에게 필요한 자금을 송금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다. 송금한 돈은 자녀의 교육을 위해서 쓰이거나, 생활비로 사용되기도 한다. 과세관청은 부부간 재산이전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할 때에는 과도한 재량적 판단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증거를 가지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필요한 생활비용의 수준을 판단함에 있어서도, 그 부부공동체의 생활이 유지될 수 있는 수준으로 결정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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