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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각자도생’ 통할까

  • 2017.03.01(수) 16:21

조선외에 로봇·건설기계 등 非조선 5개사로 분할
지주사 체제 전환과 함께 경영 효율 극대화 차원

재계 9위(공기업 제외) 현대중공업그룹이 오는 4월 지주회사 체제로 공식 출범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주력사 현대중공업의 기업분할 등 일련의 작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쪼개지는 기업이 6개사나 된다. 조선업 불황이 더욱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 따른 강도 높은 자구계획의 일환으로 주력인 조선과 비(非) 조선으로 나눠 각자도생한다는 포석을 깔고 있어 신설 회사들의 면면이 주목받고 있다.

 

 


◇ ‘사업’ 지주회사 로보틱스

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7일 분할계획서에 대한 임시주주총회 승인에 따라 오는 4월 3일(등기일) 4개사로 분할된다. 주력부문인 조선·해양·플랜트·엔진·특수선 부문은 ‘현대중공업’으로 남겨놓고, 인적분할 방식으로 전기전자(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건설장비(현대건설기계), 로봇·투자(현대로보틱스) 등 3개 사업부문이 분리돼 새로운 법인이 설립되는 것. 분할비율은 각각 75%, 5%, 5%, 15%다. 모두 5월 10일 재상장된다. 

현대중공업은 앞서 작년 12월에는 물적분할(현물출자) 방식으로 그린에너지사업부(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와 조선기자재 A/S부문(현대글로벌서비스)을 떼내 독립시켰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주력 중의 주력 현대중공업이 총 6개사로 쪼개지는 것이다. 로보틱스를 정점으로 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위한 포석인 동시에 책임경영체제를 통한 사업부문별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다.

향후 지주회사가 되는 로보틱스는 ‘사업’지주회사다. 현대중공업, 일렉트릭앤에너지, 건설기계, 글로벌서비스, 오일뱅크 등 자회사(5개)를 지배를 목적으로 한 순수지주회사로서의 역할과 함께 로봇 사업부문을 가진다는 뜻이다. 다만 로봇부문은 현대중공업 전체 매출의 1.9%(4647억원·이하 분할을 가정한 각사 별도재무제표 기준)에 불과할 정도로 외형은 작은 편이다. 영업이익은 385억7000만원 수준이다. 총자산은 14.2%(4조2820억원)를 차지한다. 

로봇 사업은 자동차용과 LCD용으로 구분되는 산업용 로봇이 핵심이다. 23종의 산업용 로봇 라인업을 갖추고 있고, 국내 완성차 업체와 자동차 부품 업체에 로봇을 판매하고 있다. 오염원을 발생시키지 않고 패널 등을 운송하는데 사용되는 LCD용 운송로봇은 5세대 LCD부터 11세대 LCD 글래스 핸들링 로봇에 이르는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11세대 LCD 운송 로봇을 개발하기도 했다.

◇ 성장성 높은 非조선 3개사

일렉트릭과 건설기계 또한 로보틱스와 함께 분할 후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일렉트릭은 분할되는 회사 중 덩치가 가장 큰 곳으로 전력기기와 회전기기, 배전기기 등 전력망 구성에 필요한 전기기기를 주력으로 한다. 국내에서는 효성과 현대중공업, LS 등 3개사가 과점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현재 전력산업 패러다임이 전력 소비효율 및 설비의 안정적 운영을 중요시함에 따라 ICT솔루션 사업을 새롭게 추진할 계획이다. 일렉트릭의 총자산은 현대중공업에서 6.7%(2조270억원)의 비중을 차지한다. 매출 비중은 11.0%(2조6870억원) 수준이고, 영업이익은 2122억원에 이른다.

건설장비 부문을 주력으로 한 건설기계 또한 비조선분야의 핵심으로 꼽힌다. 2015년 매출은 1조8440억원이다. 이는 중공업 전체 매출에서 7.5%를 차지한다. 영업이익 규모는 468억8000만원이다. 총자산은 4.7%(1조4140억원) 규모다. 

건설장비산업 내 대표 제품으로는 굴삭기와 휠로더, 스키드시티어로더와 롤러 등이 있다. 현대중공업 건설장비사업 부문는 매출 규모 기준 글로벌 시장에서 18위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건설 기계부문에선 두산인프라코어와 볼보에 이어 3위(23.8%), 산업 차량 부문에선 두산에 이어 2위(36.6%)다.


◇ 노사 갈등 여전한 숙제


그린에너지와 글로벌서비스는 각각 신재생에너지와 선박 A/S사업을 담당한다. 그린에너지의 경우 태양광 셀과 모듈을 생산 및 판매 중이며 현재 생산능력은 셀 500MW(메가와트), 모듈 410MW 수준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이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은 비중은 1% 이하로 크지 않다.

글로벌서비스는 조선과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유·무상 정비 및 부품 교체, 수리과 개조 등 엔지니어링 서비스 사업을 펼친다. 최근 KSS해운과 선박 배기가스 저감장치 설치 사업에 대한 MOU를 체결, 중대형 LNG 운반선에 배기가스 세정장치를 추가로 설치해 친환경 선박으로 개조하는 사업을 따내기도 했다. 매출액은 연간 약 2000억원 수준이다.

분사가 마무리되면 현대중공업은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보게 된다. 7조원이 넘는 차입금 중 3조원 이상을 지주회사 로보틱스 등 분할 신설회사들에 넘겨 차입금을 4조원 미만으로 줄일 수 있게 되는 것. 지난해 말 106%이던 부채비율 역시 95% 수준으로 낮아진다.

하지만 노사 갈등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노조는 이번 분사가 고용 불안, 근로조건 저하, 노조 무력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뚜렷히 해온 만큼 향후 임금 및 단체협상 등 회사 정상화 과정에 만만찮은 도전이 예상된다. 지난달 27일 주총장에서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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