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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F 전쟁]②'빅4' 본게임 초읽기

  • 2017.03.21(화) 17:00

삼성운용 터 닦고, 한투운용 불 댕기고
원조 TDF 미래에셋과 KB운용 '추격전'

지난해 4월 삼성자산운용이 한국형 타깃데이트펀드(TDF)를 처음 선보였을 때만해도 TDF는 업계에서조차 생소했다.


그러나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올해 2월 TDF를 내놓은 데 이어 여기에다 원조 TDF를 주장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리뉴얼 상품까지 내놓으면서 TDF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KB자산운용도 연내 TDF 출시를 준비하고 있어 내년엔 대형 운용사 4사의 TDF 전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대형 운용사들이 잇달아 TDF 상품을 내놓으면서 투자자로서는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지게 됐다. 다만 장기투자상품인 만큼 TDF가 가진 매력뿐 아니라 일부에서 지적하는 유의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 삼성자산운용, 순조로운 출발

 

TDF는 은퇴 등 원하는 시점에 맞춰 여러 자산을 재설정해가면서 자동으로 자산을 굴린다. 20대 등 젊은 시기에 가입했을 경우 주식 비중을 높이는 등 적극적으로 운영하다 60대 등 퇴직 시기가 가까울수록 국채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구조를 갖는다. 여기에서 핵심은 바로 자동적인 자산 배분이다.

 

사실 기존에도 자산배분 형태의 펀드는 라이프사이클 펀드(Lifecycle Fund)란 이름으로 존재해 왔다. 그러나 기존의 형태는 타겟리스크펀드 개념으로 가입 당시 투자자 성향에 따라 투자타입을 정한 뒤 시간에 따라 자산배분 조정이 되지 않거나 원하는 시점에 투자자가 직접 교체를 요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존재했다. 또한, 연령에 따라 정해진 비율로만 자산 배분이 조정됐다.

 

삼성자산운용은 자동적으로 자산을 배분해준다는 개념을 전면에 내세워 지난해 4월 한국의 상황과 투자 성향을 고려한 한국형 TDF를 선보였다. 한국인 생애주기에 맞춰 은퇴 시점만 설정하면 나머지는 알아서 굴려주는 형태는 노후자금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는 이들의 니즈를 자극했고 설정 후 11개월 만에 800억원에 육박하며 순항 중이다.  

 

 

◇ 한투운용 가세로 본격 주목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지난달  TDF를 출시하며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한투운용의 진입은 TDF 시장에 대한 관심에 본격적으로 불을 댕긴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투운용 역시 한국 투자자들에 적합한 TDF를 설계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 TDF 출시를 염두에 두고 퇴직연금 전담부서를 신설했고, 이에 앞서 2014년 1월에는 장기투자상품 전문 운용 팀인 투자솔루션 본부를 신설해 3년 전부터 TDF를 준비해왔다.

 

삼성자산운용과 마찬가지로 외국계와의 제휴에도 나섰다. 삼성자산운용은 미국 퇴직연금펀드 강자인 캐피탈 그룹과 손을 잡았다면 한투운용은 미국 TDF 전문 자산운용사인 티로프라이스와 업무협약에 나섰다. 미국 내 TDF 시장은 뱅가드와 피델리티, 티로프라이스 등 3개사가 70%를 독식하는 구조다.

 

한국투신운용은 액티브 쪽에 강한 TDF 강자와 함께 한국연금학회 등의 자문을 받아 한국인에 맞은 펀드 설계를 강조하고 있다. 포트폴리오에 한국 자산을 편입하는 것도 특징이다.

 

◇ 미래에셋도 리뉴얼…KB도 가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기존 TDF를 리뉴얼하며 TDF 경쟁에 가세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1년부터 출시한 미래에셋자산배분형 TDF 2030과 2040에 2025, 2035, 2045 등을 추가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글로벌 네트워크가 풍부한 만큼 해외 운용사와의 제휴는 계획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최근 TDF에 대한 관심이 커짐에 따라 라인업을 확대하는 한편 자산 배분에 더해 운용전략을 변경해주는 전략배분형 TDF를 함께 선보이며 차별화에 나섰다.

 

이들에 이어 TDF 출시가 잇따를 전망으로 KB자산운용 역시 뱅가드 그룹과 제휴를 통해 상반기 중 TDF 출시를 예고한 상태다. 신한BNP자산운용도 TDF 출시를 검토 중이다. 신한BNP운용은 합작사인 프랑스 BNP파리바의 자산배분 전담 조직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를 멀티솔루션본부 부본부장으로 영입한 후 자산배분 펀드를 준비 중이며 이와 별개로 최근 열풍을 반영해 TDF 출시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만능 아니다…10년 장기싸움  

 

대형 운용사들의 TDF 출시 러시는 당장의 승패보다는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TDF 시장에 대한 투자자 인식을 한껏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비친다. 다만 아직은 초기단계인 만큼 장기적인 수익률 검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나름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대형 운용사들이 내로라하는 외국 운용사들과 손을 잡는 것도 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투자자들의 선택 고민도 커질 전망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형태는 비슷하지만 장기투자 상품인 만큼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10년 뒤의 결과가 완전히 다를 수 있다"며 "자신의 성향과 각각 다른 운용사들의 전략과 특성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역시 2008년 금융위기로 타격을 받았을 당시 TDF가 다른 펀드와 차별화되지 못하고 수익률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문제점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내 역시 TDF가 이제 막 발을 들이는 만큼 일관성 있는 투자원칙과 펀드 운용 및 관리의 투명성을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연금 자산을 전문적으로 굴릴 수 있지만 손실 위험이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장기투자상품이면서 재간접펀드가 많다 보니 수수료가 높은 편이고 그만큼 수익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할 부분이다. [시리즈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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