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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는 '틀린' 것인가

  • 2017.04.21(금) 08:01

[세무칼럼]장재형 법무법인 율촌 세무사

한국사회를 단일한 성질을 가진, 그래서 다른 것을 포용하지 못하는 사회로 인식하는 견해가 있다. 자기와 다르면서도 정당한 것이 있을 수 있는데, 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에서 사회의 갈등과 비극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다른 것을 포용하지 못하는 이러한 자세는 본질적인 것의 무오류(無誤謬) 또는 절대적 진리를 강조하는 성리학적 근본주의와 맥을 같이 한다. 

그런데 최대한 객관적으로 사실과 현상을 다뤄야 하는 세법에서도 이와 유사한 갈등이 초래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 문제다. 
  
세법상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로 취급되는 경우 부가가치세법 집행상의 제재는 상당히 가혹하다. 일단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와 관련된 세액은 부가가치세 계산에서 공제가 허락되지 않는다. 세금계산서와 관련된 가산세도 별도로 2% 부과된다. 매입세액이 불공제됨에 따라 신고가 잘못됐으므로 신고불성실 가산세도 최대 40%까지 부과된다.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잘못된 세금의 3배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도 있다.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부과되는 이러한 강력한 제재는 일견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 세금계산서는 부가가치세 집행을 위한 근간이 되는 제도다. 세금계산서는 물건을 판 사람이 발행해 이 물건을 산 사람에게 전달하면 그 구매자가 부가가치세 매입세액을 공제하는 데 이용하는 증서라고 할 수 있다. 세금계산서 수수를 통해 물건의 판매자와 구매자가 거래의 진정성을 자동적으로 검증하게 됨으로써 과세당국은 큰 어려움없이 과세거래를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자동검증기능 때문에 세금계산서는 사업자들의 거래규모를 밝히고 부가가치세 신고의 성실성을 담보하게 되며 부가가치세뿐만 아니라 소득세나 법인세 계산의 기반이 되는 과표를 양성화하는 역할도 한다. 

따라서 과세처분의 기본 인프라인 세금계산서를 남용하는 납세자에 대한 엄정한 세정의 집행은 반드시 필요하다. 자료거래상과 같이 전혀 거래하지도 않고 가공으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세액을 공제받도록 하는 거래를 하거나 이에 동조한 경우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 
  
반면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 중에는 이러한 탈세와는 거리가 있는 경우가 존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문제가 되는 일부의 다툼에서는 사업자가 명확히 중개에 속하지 않을 수 있는 거래에서 중개 형식으로 순액만 신고했다는 이유로 관련 부가가치세 매입세액의 공제가 불허되고 가산세가 추징되는 경우도 있다. 이 다툼에서는 사업자가 명확히 중개거래에 임했던 것인지가 쟁점이 된다. 
  
그런데 필자의 견해로는 중개로 보아 수수료만 순액으로 신고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아니면 전체 매입과 매출총액을 모두 신고하는 것이 옳은지 따지는 것은 무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사업자가 중개수수료만 부가가치세 과세거래로 인식해 중개수수료를 지급한 다른 사업자에게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순액방식(net method)을 택하는 경우에도, 그렇지 않고 중개한 물건의 원가를 매입으로 인식하고 상대 사업자에게 전달한 금액을 매출로 인식해 세금계산서를 수수하는 총액방식(gross method)을 택하는 경우에도 형식만 다를 뿐 최종적인 납부세액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정확한 납부세액에 도달하는 길은 복수로 존재하는 것이 가능하다. 정확히 납세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항상 한 가지 길만 택해야 하는 것은 지나친 근본주의적인 사고라고 말할 수 있다. 부가가치세법 등에서 지칭하는 사실과 '다른'이라는 표현은 자칫 이러한 근본주의적인 견해를 부각하는 방향으로 오해될 수 있다. 납부세액이 정확하다면 사업자의 필요에 따라 순액으로 신고하든지 아니면 총액으로 신고하든지 적절한 세무신고로 간주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해야겠다.
  
결과적으로 사실과 '다른'이라는 표현은 그 표현자체가 남용의 여지를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무엇인가 규제하고 제재할 필요가 있다면 그러한 것은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잘못되거나 틀렸기' 때문이어야 한다. 설령 애당초 세법에서 예정됐던 것과 다르게 신고형식이 구성됐더라도 그것에 사실에서 벗어나거나 틀린 부정적인 의도나 결과가 없다면 그 세무신고는 정당한 것으로 취급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는 지나치게 그 범위가 넓은 표현이며, 축소해서 해석하도록 표현을 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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