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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간 공무원]④모피아는 찬밥?

  • 2013.10.10(목) 14:27

기재부 출범 후 로펌行 사실상 '全無'
심판원 출신 이직 지속…공직윤리법도 '유명무실'

과세당국과 금융당국 공무원들이 로펌으로 몰려드는 추세지만, 경제부처의 컨트롤타워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출신은 유독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기재부 고위공무원들은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장으로 활발하게 진출하며 '모피아(MOFIA)'의 위세를 떨치고 있는 반면, 로펌 쪽에서는 다른 기관에 비해 선호도가 낮은 편이다.

 

조세심판원 공무원의 인기는 꾸준하다. 재경부 산하기관이던 심판원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과 동시에 국무총리 직속으로 옮겼는데, 이후에도 간부들의 로펌행이 줄을 잇고 있다. 기재부의 법률 개정이나 예규에 대한 해석 권한보다도 심판원에서 행해지는 대형 불복사건에 대응하는 것이 훨씬 직접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세당국과 납세자(로펌) 사이에서 결정을 내려주던 심판관들은 이제 로펌의 편에서 과세 처분 무효를 주장하며 동분서주(東奔西走)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국세 경력으로 자동 취득한 세무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어 공직자윤리법에도 저촉되지 않는다.

 

◇ "재경부 있고, 기재부 없다"

 

2000년대 중반 재정경제부 세제실 공무원들의 로펌행이 도마에 올랐다. 참여정부의 종합부동산세 도입 실무를 맡았던 김기태 재경부 부동산실무기획단 부단장과 비과세·감면 규정을 담당하던 성수용 조세지출예산과장이 2005년 돌연 사표를 내고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합류한 것이다.

 

당시 론스타 과세 소송에 사활을 걸고 있던 김앤장은 이들을 비롯해 국세청과 국세심판원 출신 간부들을 대거 영입했고, 하루 아침에 국가를 향해 칼을 겨누는 공직자들의 윤리를 두고 거센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때부터 공직자의 로펌행은 매년 국정감사의 단골 소재가 되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재경부 국제조세과장과 법인세제과장을 지낸 이경근 세무사는 2007년 말 법무법인 율촌으로 이직했다. 그는 재임 당시 UN(국제연합) 조세전문가위원으로 활동할 만큼 국제조세에 정통한 인물이었다. 로펌에 간 재경부 공무원은 사실상 그가 마지막이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과 동시에 재정경제부는 기획재정부로 이름을 바꿨고, 이후 로펌으로 간 공무원은 없다. 2010년까지 기재부 기획조정실장으로 근무한 김교식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2011년 퇴임 당시 여성가족부 차관이었다. 김 고문은 한때 재산소비세제국장을 맡기도 했지만, 조세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었다.

 

▲ 김기태 김앤장 고문, 성수용 김앤장 세무사, 이경근 율촌 세무사, 김교식 광장 고문, 최정미 김앤장 변호사, 이효연 태평양 고문, 김홍기 율촌 고문, 최명해 김앤장 고문(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 심판원 명함은 'OK'

 

최근 기업들이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하는 사례가 잦아지면서 과세 불복과 납세자 승소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민주당 이낙연 의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납세자가 국세청 과세처분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제기한 심판청구는 2862건이었고, 처리된 2276건 중 950건은 세금 부과가 취소되거나 조정됐다. 상반기 인용률(납세자 승소비율)은 41.7%로 지난해 26.4%를 훌쩍 뛰어 넘는다.

 

인용률이 높아졌다는 것은 국세청의 부실과세가 많았다는 의미지만, 한편으로는 납세자를 구제한 로펌의 영향력이 컸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심판청구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심판원 공무원들이 로펌에 이직해 노하우를 전수하는 점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심판원 출신의 로펌 이직은 2005년 최명해 국세심판원장이 김앤장 고문으로 재취업하며 포문을 열었다. 국세청 조사국장 출신에 심판청구의 최고 결정권까지 쥐고 있던 그의 로펌행은 당시로선 파격적 행보였다.

 

이후 국장급 고위공무원인 상임심판관들도 줄줄이 심판복을 벗고 로펌과 호흡을 맞췄다. 2006년 노형철 상임심판관이 법무법인 세종으로 이직한 데 이어 2009년 이영우(김앤장), 2010년 김홍기(율촌), 2011년 이효연(태평양) 국장이 심판원을 그만두고 로펌에 둥지를 틀었다.

 

지난해까지 조세심판원 조사관(과장급)으로 대기업들의 굵직한 심판청구를 담당했던 최정미 변호사는 올해 초 김앤장 법률사무소로 이직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변호사와 세무사 등 전문자격사들에 한해 재취업 방지 규정을 예외로 인정하고 있어 자격증을 가진 그들의 로펌행은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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