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창간 4주년]①-6 사회적책임경영은 대기업만?

  • 2017.06.02(금) 09:38

사회적책임, 길을 묻다..100년기업을 위하여
중소중견기업도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
"사회적책임경영=사회공헌, 잘못된 인식"

"날벼락입니다. 도와주세요."

몇년전 한 포털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대기업 협력업체로 추정되는 기업의 실무자가 쓴 도움요청 글이다. 원청업체(대기업)가 '전자산업시민연대(Electronics Industry Citizenship Coalition)가 정한 행동규범을 이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를 하겠다고 통보해와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인력과 정보가 부족해 어려움이 많다는 내용이다.
 
전자산업시민연대는 2004년 IBM, HP 등 글로벌 전자기업 8개사가 사회적책임을 이행하겠다는 취지로 결성했다. 지금은 이름을 대면 알만한 세계 전자기업 대부분이 회원사로 가입했고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기업도 참여하고 있다. 전자산업시민연대는 기업이 사회적책임을 다하기 위해 필요한 환경, 노동, 안전과 보건, 윤리, 경영시스템 등 5개분야에 대한 행동규범을 정해놓았다. 회원사들은 이 행동규범을 자신뿐 아니라 협력업체들도 준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LG전자가 2015년 협력회사 264곳을 대상으로 전자산업시민연대 행동규범을 기반으로 사회적책임경영 상황을 진단한 결과, 30%인 103곳이 불안정군 또는 고위험군으로 평가됐다. 평가를 시작한 2012년에는 저위험군이 20%, 불안정 또는 고위험군이 80%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많이 개선은 됐다.
 


이처럼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에도 사회적책임경영은 '하면 좋다' 수준을 넘어 '해야 한다'로 바뀌고 있다. 생존을 위한 필수과제가 되고 있다.  협력업체에
서 사회적책임 관련 문제가 발생하면 대기업도 불매운동 등 타격이 온다.

 

이에 따라 삼성, LG, SK 등 대기업들은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사회적책임 위험요인을 파악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노동, 인권, 환경, 안전 등의 분야에서 총 104개 항목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점검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한 대기업 협력사인 인력공급업체는 인력 관련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사실이 발견돼 계약이 해지되기도 했다.

 

해외시장에 진출하려는 중소중견기업에도 사회적책임경영은 중요하다. 사회적책임과 관련한 글로벌표준을 요구받기 때문이다. 2014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 12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94.1%가 협력사를 선정할 때 사회적책임경영이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한 글로벌 정보통신기업은 자신들에게 제품을 공급하는 국내 대기업의 협력사가 노동환경이 열악하다며 납품단가를 낮추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중소기업 정책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청도 이같은 추세를 감안해 사회적책임경영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 사회적책임경영의 필요성에 대한 교육에서부터 인권, 노동, 환경, 공정경쟁, 고객, 지역사회, 지배구조 등 7개 분야 성과지표 개발, 사회적책임경영을 도입한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이 골자다. 2015년 중소기업청의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케이피티는 로레알, 샤넬 등 해외 대기업의 사회적책임경영 평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좋은 점수를 받아 장기계약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 사회적책임경영은 돈이 필요한 사회공헌?
 

중소중견기업의 사회적책임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아직 실행은 미흡하다는 평가다. 중소기업청이 2015년 중소기업의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책임)경영 현황을 조사한 결과 추진율은 50%에 미치지 못했다. 사회적책임경영을 도입한 기업들도 대부분 자선과 기부 등을 제공하는 '사회공헌' 수준인 것으로 평가됐다. 사회공헌을 사회적책임경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많은 중소중견기업들이 사회적책임경영의 어려움으로 예산과 인력을 꼽는다. 2015년 대한상공회의소와 지속가능경영원이 매출 상위 501위부터 1000위의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1%가 '인력 및 예산부족', 64%가 '사내 공간 및 협조 부족'을 대표적인 어려움이라고 답했다. 이들 기업은 한해 평균 3억5000만원을 사회공헌에 투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책임경영을 사회공헌으로 인식해선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생각때문에 '돈이 많아야 사회적책임경영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양호 한국생산성본부 팀장은 “제조업의 경우 최대 관심사인 원가절감과 환경윤리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며 “오히려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사회적책임을 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폐기물 배출이 많은 제조업체의 경우 폐기물을 줄일수록 비용을 아낄수도 있고 동시에 환경적책임을 다할 수 있다.

이 팀장은 "중소기업의 사회적책임을 이야기할 때 사회공헌부터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영자의 의지에 따라 사회공헌활동을 할수도 있지만 사회적책임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사회공헌을 해야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소중견기업이 직면한 사회적책임의 첫번째 단계는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법적의무를 잘 지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아직도 상당수 중소기업이 근로계약서 작성, 야간근로 및 시간외근로에 대한 수당 지불, 휴게시간 보장 등 기본적인 노동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사회적책임의 첫번째는 직원에 대한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한국생산성본부는 중소기업이 사회적책임을 수행하기 위해 컨설팅을 의뢰하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법적책임 준수 여부다. 법적인 기준을 잘 지키고 있는지를 확인한 뒤에야 윤리적 책임에 대해 점검하고 기부와 봉사 등 사회공헌 활동을 권하고 있다. 수질 관리,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법적으로 정해진 것보다 더 엄격한 스스로의 기준을 만들어 실행하는 것이 사회적책임경영의 출발점이라는 얘기다.

이 팀장은 "중소기업에 사회적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라며 "올바른 정보를 통해 사회적책임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