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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기본료 톺아보기]③시장에 맡겨라

  • 2017.06.02(금) 10:33

당장 가계부담 덜지만 통신요금 인상 요인
산업 경쟁력 저하…규제보다 투자 끌어내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정자문위원회가 각 부처 업무보고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이동통신 기본료 존폐 여부가 화두로 떠올랐다. 가계 통신비 부담을 완화하려면 기본료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이동통신사들은 영업이익 급락과 차세대 이동통신 등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맞서고 있다. 이동통신 기본료에 대해 A부터 Z까지 살펴본다. [편집자]

 


통신 기본료 폐지는 당장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일 수 있으나 넓게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통신사들의 요금제 개편을 불러 일으켜 결과적으로 통신비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통신사 매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투자 여력을 축소시켜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의 선순환적 발전이 어려워질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폐지하자니 통신사가 펄쩍 뛰고 놔두자니 서민경제가 팍팍해지는 동전의 앞뒤면과 같다.


◇ "스마트폰 시대, 기본료 개념 없어져"
 

우선 스마트폰 이용자라면 '기본료'가 다소 멀게 느껴질 것이다. 3세대(3G) 이하 일반폰 시절엔 기본료에다 전화통화·문자메시지 사용량만큼 요금을 내는 표준요금제가 일반적이었다.

 

스마트폰 시대에는 통화·메시지와 데이터 통신 사용량을 미리 정해놓는 월정액, 이른바 통합요금제가 쓰이고 있다. 통신 업계에선 기본료라는 개념을 통신 서비스 초기에 쓰였던 요금 체계의 잔재 정도로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내세웠던 기본료 폐지 공약은 매월 청구되는 휴대폰 요금 가운데 기본료 만큼인 1만1000원을 일괄적으로 없애겠다는 것이 골자다. 실현되면 휴대폰 이용자는 연간 13만2000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아낄 수 있다.

 


하지만 그리 간단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요즘 같은 데이터 통신 폭증 시대에 오히려 요금 부담을 늘릴 수 있으며 관련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증권 업계에선 지금의 스마트폰 요금제에서 기본료를 폐지하면 통신사들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요금제를 정률제(사용량만큼 부과)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요금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통신 업계에서도 지금의 통합요금제가 실제 사용하는 통신 서비스에 비해 더 많은 혜택을 받는 요금제라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의 '밴드(band) 데이터 42'라는 통합요금제는 한달에 4만2000원의 요금으로 음성통화·문자메시지 무제한, 2.2기가바이트(GB) 용량의 데이터 통신을 이용할 수 있다.

이를 기본료 개념의 표준요금제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음성통화를 한달에 8시간(486분), 문자를 77건 가량 쓴다고 가정하면 한달 요금으로 무려 120만원이 계산된다. 음성 통화료(5만2488원)만 통합요금제 요금을 훌쩍 웃돈다.

 

여기에 115만원에 달하는 데이터통신료(패킷당 0.25원)가 붙으며 말이 안되는 수준으로 요금이 불어난다. 지금의 통합요금제가 사용량 만큼 내는 정률제로 바뀐다면 이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요금이 오르면 올랐지 내리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통신 기본료 폐지에 대해 "통신사가 찬성한다고 해도 답이 안 나오는 정책"이라며 "스마트폰 요금의 기본료를 폐지하고 정률제로 전환하면 오히려 요금이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폰(피쳐폰)만 기본료를 폐지하면 스마트폰 가입자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고 알뜰폰 산업의 붕괴론이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일괄 폐지, 정상 경영 어려워" 볼멘소리


통신 업계에선 
월 1만1000원의 기본료를 일괄 폐지하면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울 정도로 실적 타격을 받는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이동통신 3사의 전체 가입자수(알뜰폰 포함)는 6000만명. 이를 12개월로 단순 계산(1만1000원×6000만명×12개월)하면 연간 7조9000억원의 금액이 나온다.

 

지난해 이동통신 3사의 영업이익 합계(3조6976억원)에 이를 반영하면 마이너스(-) 4조3369억원으로 통신사들 모두 영업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초기 투자비 회수가 완료된 2G와 3G 기본료부터 폐지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통신사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는 투자와 회수를 반복하는 이동통신 산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란 주장이다.

이동통신은 막대한 초기 투자가 요구되는 장치산업이다. 서비스 초기엔 투자금액 보다 낮은 통신요금을 적용하지만 이용자가 어느 정도 확보되면 초기 손실을 만회하고, 그 수익을 바탕으로 신규 서비스에 투자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이에 따라 통신 요금은 사업자가 비용 회수와 미래 투자, 수익, 이용자의 수용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정한다. 설비 구축부터 철수까지 비용뿐만 아니라 망 고도화에 필요한 비용을 장기간에 걸쳐 이용자가 분담하도록 설계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망 구축이 완료된 단계에서 요금을 낮추면 새로운 망이 구축되는 시점에 막대한 투자비용 회수를 위해 높은 통신비가 부과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통신은 기간산업으로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기 때문에 통신비를 얼마로 책정하느냐에 따라 가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때문에 정부가 어느 정도 통제해야 할 필요성은 있다. 다만 기본료 등 요금제 자체를 흔들 경우 자칫 산업 경쟁력 저하는 물론 이용자 편익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통신사 투자 저해, 4차산업 육성 '급제동'

 

이에 따라 강제적이고 인위적인 요금 인하 보다 시장 경쟁 촉진을 통한 가계통신비 절감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즉 통신요금은 전기와 도시가스 요금 같은 공공요금과 달리 민간 사업자들이 결정하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강제하기 보다 경쟁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알뜰폰 사업자 자생력 확보 환경을 만들어 주는 등의 방안이 오히려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무엇보다 기본료 폐지는 통신사들의 차세대 통신 서비스인 5G 투자 여력을 줄여 새 정부의 최대 과제인 4차산업 육성에 급제동을 걸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은 지금의 국내 경제 침체 극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꼽히고 있다. 혁신적 기술개발을 선점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4차산업 혁명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핵심 인프라인 5G 구축을 선도해 산업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선 통신사를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서야 하는데 지금의 요금 인하에 초점이 맞춰진 규제 패러다임에선 어려울 수 있다.

 

통신업체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통신 요금 인하를 요구하지 않는다면 통신사들은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더 많은 금액으로 5G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5G 투자 확대로 벤처 성장과 일자리 확대 등 경제와 사회에 긍정적 효과를 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즈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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