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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평가 '꼴찌의 반란'..그 공단에 무슨 일이

  • 2017.06.18(일) 12:51

2년 연속 'E'서 'A'로 4단계 수직상승
한국시설안전공단 '절치부심 경영혁신'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꼴찌' 수준인 E(아주미흡)등급을 받던 한 공단이 작년 경영평가에서 A(우수)등급을 받았다. 2년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다 단숨에 A로 튀어오른 경우는 경영평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어디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기획재정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2016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에서 종합등급 A를 받은 기관은 한국관광공사, 한국도로공사, 국민건강보험공단,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등 16곳이었다. 이는 전체 119개 평가대상 기관 중 13.4%였다.

 

기재부는 민간 전문가들로 평가단(공공기관운영위원회)을 구성해 매년 ▲기관의 경영실적 ▲정부정책 이행도 ▲재무 건전성 등을 종합 평가하는데, 이 결과에 따라 각 기관의 성과급과 예산규모 등이 정해진다.

 

▲ 연도별 등급 분포(자료: 기획재정부)
 

이번에 발표된 작년 평가 결과는 전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다. 최고등급인 S(탁월)를 받은 기관은 지난 2012년부터 작년까지 5년 연속 단 1곳도 없었다. A를 받은 기관도 전년 20곳(17.2%)에서 줄었다. 반면 D(미흡)는 전년 9곳(7.8%)보다 늘어난 13곳(10.9%)이었다.

 

대한석탄공사, 한국무역보험공사, 국립생태원, 아시아문화원 등 최하인 E를 받은 곳도 4곳 있었다. 공운위는 D 이하인 기관의 임원 중 재임 기간이 6개월 이상인 기관장 9명과 상임이사 15명 등에게는 '경고' 조치까지 내렸다.

 

이번 평가에서 가장 극적인 성과를 낸 곳은 국토교통부 산하 '준정부-강소형' 기관인 한국시설안전공단이다. 이 공단은 앞서 2013~2014년 2년 연속으로 최하위인 E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평가에서 A등급으로 무려 4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시설안전공단은 성수대교 붕괴사고 후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1995년 설립된 준정부기관이다. 완공 시설물을 안전하게 유지관리하기 위해 정밀안전진단, 진단기술 연구개발·지도보급, 진단기술자교육, 시설물 정보체계 구축 등을 하는 게 주된 일이다.

 

▲ 시설안전공단 주요 업무

 

과거 평가 실적이 바닥이었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 박종주 시설안전공단 대외협력팀장은 "종전에는 임직원들이 경영평가 자체에 관심이 부족해 실적 관리가 미흡했고, 현장실사조차 준비없이 이뤄졌다"며 "평가지표에 대한 주기적 확인·점검도 없어 점수도 최하점에 방치됐다"고 말했다.

 

2014년에는 공단이 제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는 경영점수 지표도 적절하게 갖추지 못했다. 이 때문에 실제 경영개선 노력에 비해 실적을 합당하게 평가받지 못한 부분도 있다는 전언이다. 평가 대응 전담인력도 없어 경영실적 보고서조차 제대로 작성하지 못했다고 한다.

 

2015년에도 최하위 E등급이 지속됐다. 전년보다 세전이익이 약 19억원 감소하는 등 노동생산성이 하락했고, 주요사업과 노사관리 실적 부진하다는 등의 이유였다. 평가 점수는 전년보다 10% 높아졌지만 다른 기관도 점수가 높아져 공단은 한 등급도 끌어올리지 못했다.

 

이랬던 공단은 작년 1월 강영종 이사장이 취임한 뒤 달라졌다. 강 이사장은 한국구조물진단유지관리공학회 부회장 등을 지낸 토목건축공학 교수 출신 전문가다. 그러나 취임 이후 최우선적으로 공단 경영 전반에 대한 혁신에 돌입했다.

 

그는 '세월호 사고' 등으로 국민 안전 의식이 높아진 상황에서 전문성 높은 안전진단과 시의적절한 사전 안전조치가 더욱 절실해졌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런 업무를 더 강화하려면 신뢰를 확보한 기관으로 자리잡는 게 전제조건이라고 봤다. 경영혁신을 가장 앞에 두고 집중한 이유였다.

 

▲ 강영종 시설안전공단 이사장(사진: 시설안전공단)

 

이 때부터 공단에는 경영평가를 비롯한 외부 평가 대비체제가 구축됐다. 기존 평가지표였던 노동생산성을 사업수행효율성(평균인원 대비 순사업비)으로 바꾸고, 성과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외부 컨설팅, 우수기관 벤치마킹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졌다.

 

계량지표의 경우 만점 목표를 설정하고 각 지표별 담당 부서와 담당자를 지정한 책임 관리를 실시해 득점이 저조한 지표가 발생하지 않도록 연중 관리했다. 공단 관계자는 "일부에서 최하점을 받았던 2015년에 비해 모든 계량지표의 득점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번 평가에서 공단의 계량지표 점수는 45점 만점에 96.7%인 43.530점이었다.

 

강 이사장은 "경영평가 A등급은 모든 임직원이 한 마음으로 노력해 얻은 자랑스러운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도약이 필요한 시점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 점이 기쁘다"며 "공단을 시설물 안전과 성능관리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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