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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야쿠르트, '달리는 편의점' 시동걸었다

  • 2017.06.22(목) 15:20

"식품유통기업 진화" 선언…전동카트 등 1천억 투자
'신선식품+야쿠르트아줌마 유통망' 성장동력 추진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가격할인 행사를 하지 않는 식품업체가 있다. '1+1' 등 끼워팔기도 없다. 대형마트에 PB(Private Brand) 상품도 납품하지 않는다. 한국야쿠르트 얘기다. 식품업체가 대형 유통채널 눈칫밥을 먹고사는 시대에 특이한 '케이스'다.

한국야쿠르트가 대형마트 앞에서도 떳떳할 수 있는 이유는 야쿠르트 아줌마라는 자체 유통망에 있다. 1만3000명의 야쿠르트 아줌마 덕에 회사는 대형마트나 편의점에 의존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성장했다. 야쿠르트 아줌마 수가 늘수록 회사 매출도 증가했다.

고민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국내 발효유 시장이 정체되면서 한국야쿠르트 성장판이 닫혔다. 회사 매출은 2011년 이후 6년째 9000억원대에 머물러 있다. 무턱대고 야쿠르트아줌마 수를 늘리거나 마트나 편의점 입맛에 맞게 싸게 제품을 공급할 수도 없었다. 야쿠르트 아줌마 상권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이 고민은 야쿠르트 아줌마가 전동카트에 올라타면서 해결됐다. 2014년 한국야쿠르트는 신형 전동카트를 도입했다. 구형이 모터 달린 손수레였다면 신형은 야쿠르트 아줌마가 직접 운전하는 최대 시속 8km의 차다. 신형 전동카트의 가장 큰 특징은 220ℓ 용량의 냉장고다. 더 이상 야쿠르트 아줌마가 아이스팩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야쿠르트 아줌마가 '엔진 달린 냉장고'를 몰고 다니자 회사 포트폴리오가 바뀌기 시작했다. 발효유 외길을 걷던 한국야쿠르트가 다양한 신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특히 2016년 출시된 커피 콜드브루가 성공하면서 회사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후 치즈, 컵과일, 마스크팩 등 예상밖의 신제품이 쏟아졌다.

최근엔 전동카트 냉장고에 국과 반찬까지 실렸다. 한국야쿠르트가 '잇츠온(EATS ON)' 브랜드로 간편식(HMR) 시장에 진출하면서다. 회사 애플리케이션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주문하면 이틀 뒤에 야쿠르트아줌마가 직접 배달해주는 시스템이다. 잇츠온의 경쟁력은 배달비가 없다는 점에서 나온다. 경쟁사는 일정 금액 이상을 주문해야 배달비가 무료가 돼 소비자가 주문을 꺼리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2014년 전동카트 도입후 컵과일, 반찬, 치즈, 커피, 마스크팩 등을 잇따라 출시했다.


한국야쿠르트는 HMR에 진출하면서 숨겨왔던 중장기 계획을 꺼냈다. '종합 식품유통기업으로 진화한다'는 계획이다. 1969년 회사 창립이후 발효유 외길을 걷던 한국야쿠르트가 식품과 함께 유통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식품회사는 국내시장이 정체되면서 새 먹거리를 찾아 분야를 확대하고 있지만 운신의 폭이 그리 넓지는 않다. 오리온이 "제과기업에서 벗어나 종합식품기업이 되겠다"고 밝힌 정도다.

 

한국야쿠르트의 유통 첫 사업은 디저트다. 야쿠르트아줌마는 올해 2월부터 오리온 '마켓오 디저트'를 팔고 있다. 창립 48년만에 야쿠르트아줌마가 타사 제품을 파는 것이다. 유통기업을 자청한 한국야쿠르트가 앞으로 전동카트에 무엇이든 실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야쿠르트는 식품유통기업으로 진화하기 위한 인프라도 구축하고 있다. 올해 2월 용인시에 1만1109㎡(3360평) 규모의 신갈통합물류센터를 신축했다. 300억원이 투자된 이 물류센터의 일 출고량은 최대 400만개다. 2014년 700억원을 투자해 전동카트를 개발한데 이어 물류센터도 지으면서 신선한 제품을 빠르게 배달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올해 1월 회사 홈페이지 주소도 신선함을 강조한 'hyfresh'로 바꿨다.

회사 관계자는 "발효유 사업군은 그대로 끌고 가는 동시에 전동카트에 다양하고 신선한 식품을 넣을 계획"이라며 "야쿠르트 아줌마 채널의 강점을 최대한 살려 유통망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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