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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발상 증시, 저유가도 뛰어넘는다

  • 2017.06.27(화) 15:52

글로벌 경기 둔화보다 소비 활성화 더 주목
연준 긴축속도 늦출듯…유가 파급력도 줄어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사상 최고치 랠리를 거듭하고 있는 주식시장의 복병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정작 증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과거와 달리 최근 저유가는 경기의 발목을 잡기보단 물가 부담을 덜어주면서 소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이른바 저유가의 역발상이다. 그만큼 투자 심리가 탄탄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 에너지 비용 줄여 소비확대 기여

 

최근 국제 유가는 7개월 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맥을 못 추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연장 노력에도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이 크게 늘면서 오히려 공급 과잉 우려가 높아진 탓이다. 26일(현지시간) 기준으로 국제 유가가 사흘 연속 반등에 성공했지만 당분간 배럴 당 40달러를 크게 벗어나긴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그동안 국제 유가 하락은 수요 위축을 대표하면서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었다. 실제로 유가가 40달러를 밑돌면 글로벌 증시의 조정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유가가 하락하면 달러 강세로 원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의 빌미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최근 유가 하락은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맞선다. 과거처럼 수요가 줄면서 유가가 떨어진 게 아니고 투자 확대에 따른 공급 증가에 기인하는 만큼 전체 에너지 산업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아졌다는 논리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미 2015~2016년 에너지 산업 구조조정으로 공급 과잉이 해소된 만큼 유가 하락이 투자를 줄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오히려 유가가 에너지 항목의 지출 절감을 이끌면서 소비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미국의 경기회복 경로가 투자에서 소비로 전환되는 과정인 만큼 최근 유가 하락은 더욱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박정우 연구원은 "한국과 같은 원유 수입국의 경우 유가 하락은 경상수지 흑자와 함께 물가상승 압력을 낮추면서 경기회복이나 확장 국면이 연장되는 경로를 보였다"며 "하반기에는 교역조건이 더 개선될 여지가 높다"고 설명했다.

 

◇ 물가 상승 압력 낮추며 긴축 속도조절

 

국제 유가 하락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이 본격화하는 국면에서 나타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미국이 출구전략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 하락은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추면서 연준의 긴축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경기 모멘텀 둔화와 함께 기대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면서 연준 인사들 간에 금리인상 시기를 둘러싼 견해차가 커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나 일본은행(BOJ)의 출구전략 논의도 지연시킬 수 있다.

 

KB증권은 "저유가는 리플레이션 환경을 약화시키는 요인이지만 4차 산업 등 신산업 성장에 따라 글로벌 경기회복은 여전히 진행형"이라며 "미국의 스탠스가 완화적으로 바뀐다면 국제 유가 약세가 위험자산에 우호적인 여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리플레이션이란 경제가 디플레이션 상태에서 벗어났지만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상황을 말한다. 국제 유가 하락은 디플레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리플레이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 전기차에 쏠리는 눈…유가 영향 줄여

 

국제 유가 하락에 증시가 비교적 덤덤한 이유는 또 있다. 유가 자체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낮아졌다는 논리다.

 

원유 소비 1위 국가인 미국의 경우 저유가로 자동차 판매가 늘고, 드라이빙 시즌에 맞춰 유가도 반등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미국의 자동차 판매액은 계속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일반 자동차의 대체재로 꼽히는 전기차 성장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증시도 이를 놓치지 않고 있는 셈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전기차처럼 기존 기술의 융합을 통해 만들어진 신제품이 기존 제품을 대체할 것이란 생각이 미국 주식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며 "IT 섹터 주가의 강세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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