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외 ICT업체와 합종연횡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과거 주로 유통회사나 통신사 등에 국한했던 업무제휴를 지금은 ICT기업 등으로 확산해 새로운 디지털 트렌드와 치열해지는 디지털 부문 경쟁을 선도하기 위해서다. 더 나아가 일부 은행들은 사물인터넷(IoT)을 통한 금융서비스 제공을 위해 제조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도 모색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4차 산업혁명 등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미국 아마존사와 전략적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취임 이후 글로벌 리딩그룹 도약을 위해 글로벌 수준의 디지털 역량 확보가 최우선이라는 판단에서 지난 4월부터 글로벌 리딩 ICT기업과의 협력방안을 준비했다.
신한금융과 아마존사는 올해 안으로 별도 협의를 통해 인공지능(AI), 블록체인, 클라우드 등 차세대 디지털 기술 적용을 위한 로드맵 구상을 마치고 향후 3~5년간의 적용 대상 및 규모를 논의할 예정이다. 아마존 클라우드 교육 과정을 통한 디지털 인재 양성과 해외진출법인의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 사진 왼쪽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프랭크 팰런 아마존 웹서비스 금융부문 총괄 부사장이 전력적 협력계약 체결이후 사진촬영을 하는 모습. |
KEB하나은행은 네이버 통·번역 서비스 어플리케이션인 '파파고'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외국인 고객들이 언어 장벽으로 느끼는 불편을 해소하는 등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파파고는 네이버에서 자체 개발한 통번역 서비스로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간체),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 총 6개 언어에 대해 음성 및 텍스트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연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 베트남어, 대만어 등을 추가할 예정이다.
이번 업무제휴로 KEB하나은행은 파파고 앱에 'KEB하나은행 회화' 메뉴를 추가해 외국인 고객과 영업점 직원간의 창구 거래때 필요한 기본적인 용어부터 예금 신규, 입출금, 송금 등에 필요한 필수 예문들을 제공한다.
앞서 우리은행도 플랫폼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구글과 제휴해 '위비톡'에 번역서비스를 추가했다. 현재 10개 언어에 대해 번역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NHN엔터테인먼트와 디지털뱅킹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업무제휴를 맺었다. 은행은 NHN엔터테인먼트의 통합 커뮤니케이션 관리 앱 '얼라인'의 '리치 메시지' 기능을 적용한 금융정보 문자메시지 발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존 은행의 금융정보 문자메시지는 텍스트 중심으로 구성돼 다소 복잡했다면 얼라인의 문자메시지는 편집과정을 거치면서 가독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양사는 얼라인의 메시지 통합 관리 기능을 활용한 새로운 디지털 금융서비스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
반면 한국투자금융과 ICT기업인 카카오가 주도해 출범을 준비중인 카카오뱅크는 대형 유통사인 롯데와 업무협약을 맺고 유통-금융부문 융합을 꾀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의 네트워크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롯데피에스넷의 ATM망 제휴로 금융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롯데백화점, 마트, 세븐일레븐 등 롯데 유통매장에 5000여대의 ATM을 활용한 오프라인 채널을 확보하는 셈이다.
양사는 소비자와 판매자를 직접 연결해 결제를 할 수 있는 계좌기반 결제모형을 공동개발한다. 개발 후 롯데 유통채널에 적용해 금융생활과 소비를 연결하는 구상도 갖고 있다.
또 카카오뱅크의 금융데이터와 롯데멤버스의 유통 관련 빅데이터간 분석·결합을 통한 신상품 개발도 진행할 예정이다. 롯데멤버스는 3700만명의 회원과 2만5000여곳의 엘페이(L.pay)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은행들이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외부의 ICT업체 등과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IoT를 활용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가전제품 등을 생산하는 제조사와 협력하는 날도 머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