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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보고서]③모두가 백종원이 될 수 없다

  • 2017.08.08(화) 13:59

상반기 771곳 브랜드 등록- 597곳 취소
"많이 창업하고 많이 망하고..간판팔이 성행"
폐점율 1%대 비결은?

직장인 서 모씨(41세)는 2014년 인천에 661㎡(200평) 규모의 고기집을 열었다. 가마에서 구운 삼겹살과 소고기를 무제한 제공하는 식당이었다. 프랜차이즈 계획까지 가졌던 그는 지인으로부터 수억원대 투자도 받았다.

하지만 그는 1년만에 가게를 접어야 했다. 8명의 인건비를 주기도 벅찬 상황에 몰리면서다. 그는 "가장 큰 실수가 매장 규모였다"며 "매장이 커질수록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는 것을 간과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는 생각에 매장부터 크게 열었다"고 말했다. 이어 "프랜차이즈를 위해 일정한 맛을 유지해야 되는데 정형화된 음식을 만들기도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프랜차이즈, 황금알 낳는 거위 아니다

예비 창업가들이 국내 최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운영중인 '백종원'을 꿈꾸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가맹사업거래 현황에 따르면 올 1~6월 새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등록한 곳이 771곳에 이른다. 하루 평균 4.3개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올 상반기 가맹사업거래에서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취소한 곳은 597개다. 지난해 프랜차이즈 브랜드 1308개가 생겨났고, 867개가 사라졌다. 살아남은 프랜차이즈 본사도 열악하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본부 65%가 연매출 10억원이 되지 않는다.

김상훈 창업통 소장은 "식당 한곳 운영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프랜차이즈 본부 사장을 꿈꾼다"며 "프랜차이즈 본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창업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는 수명이 짧다는 것"이라며 "단기간에 많이 창업하고 많이 망하는 구조를 바꿔야한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프랜차이즈 본부 평균 가맹사업 기간은 4년8개월이다. 5년을 넘기기 어렵다는 얘기다. 10년 이상 가맹사업이 이어진 곳은 12.6%, 20년 이상 가맹본부는 1.7%에 불과했다. 프랜차이즈 본부의 수명이 짧을수록 쌈짓돈을 투자한 가맹점주가 실패할 가능성은 커진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최근 원룸에서 생을 마감한 '커피왕'의 죽음은 프랜차이즈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할리스, 카페베네, 망고식스 등을 만든 강훈 KH컴퍼니 대표이사의 자살은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가 얼마나 살벌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문제는 이번 사건이 개인적인 불행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KH컴퍼니가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망고식스와 쥬스식스 등 300여개 가맹점주는 불안에 떨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망고식스는 포화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 브랜드를 만들고 다점포 전략을 펼쳤지만 무리한 투자는 경영악화로 돌아왔다"며 "본부 사장의 부재로 앞으로 가맹점주는 식자재 유통이나 본사의 관리, 브랜드 권리 등을 받을 수 없어 손해봐야 할 재산적 가치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프랜차이즈 박람회를 둘러보는 예비 창업자.[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폐점율 1%대의 비결

전문가들은 프랜차이즈 본사의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이 없다면 업계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조언했다. SPC의 파리바게뜨, CJ푸드빌의 뚜레쥬르 등 대기업 프랜차이즈에서부터 BBQ와 교촌치킨 등 매장 한곳에서 시작해 프랜차이즈 신화를 이뤄낸 곳의 '생존 비결'이기도 하다.

새 매장을 늘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기존 매장 관리다.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업체중에서 신규 가맹점 계약에만 열을 올리는 '간판 팔이'가 성행한다"며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프랜차이즈는 가맹점 관리가 철저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2001년 1호점을 개장해 현재 국내 최대 커피전문점 매장을 보유한 이디야커피가 대표적이다. 이디야커피는 150여명의 슈퍼바이저가 1900여곳의 매장을 관리하고 있다. 슈퍼바이저 한명이 13개의 매장을 관리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이디야 폐점률은 1.6%에 불과했고, 복수점포를 운영하는 점주는 29.2%에 이르렀다.  

본사가 점주의 적정 마진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점도 중요하다. 통상 프랜차이즈 본사는 원·부자재만을 고려해 가맹점주 마진율이 60% 수준이라고 내세우고 있지만 현실은 절반 수준인 30%로 알려졌다. 점주가 부담하는 임대료와 인건비 등을 본사가 고려하지 않고 마진율을 계산하면서 본사와 점주간 입장차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 소장은 "본사와 점주의 창업목적은 수익성"이라며 "본사가 브랜드를 만들 때 점주의 수익을 담보할 수 있는 마진체계를 세팅해야 상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점주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 소장은 "가맹점 협의체를 통해 점주의 의견을 수용한 본사들은 대부분 성장했다"며 "프랜차이즈 업체중에 갑질이 없는 브랜드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본사가 초기 점주 교육을 3일 만에 끝내는 프랜차이즈가 95%, 재교육이 없는 본사가 90%에 이른다"며 "본사가 가맹점을 계속 관리·교육해야만 가맹점이 성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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