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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강함’ 선보인 현대오일뱅크

  • 2017.08.17(목) 13:29

<어닝 17·2Q>정유 리그테이블
영업이익 2295억…SK이노 이어 2위 랭크
유가 하락 직격탄…GS칼텍스·S-Oil ‘휘청’

2014년, 정유사들은 휘청했다. 국제유가 급락,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석유제품 수요 감소 등에 발목이 채인 탓이다. ‘물보다 싼 기름 값’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얘기가 끊임없이 오르내리던 시기다.

절대강자 SK이노베이션이 창사 이후 37년 만에 2313억원의 첫 영업적자를 냈을 정도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는 더욱 후달렸다. 영업손실이 각각 4563억원, 2897억원에 달했다. 

후발주자 현대오일뱅크만은 예외였다. 영업이익 2262억원으로 정유 4개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달성했다. 저력 측면에서만 본다면, 올 2분기의 경영성과는 3년 전(前)의 데자뷔다.

 

 

◇ 정유 4개사 벌이 1/3 토막

1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정유 4개사 영업이익은 총 978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조8497억원)에 비해 무려 65.7% 감소한 수치다. 금액으로 따지면 1조8717억원이 줄었다.

국제유가 급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4월 첫 주 배럴 당 52.5달러 수준이던 두바이유가 6월 마지막 주 45.8달러로 12.7% 떨어진 것.

정유사들은 원유를 구입해 국내로 들어오는데 최대 한 달 여가 걸린다. 이 기간 중 유가가 떨어지면 석유제품 가격도 하락해 비싼 값에 산 원유로 만든 석유제품을 싸게 팔 수 밖에 없다.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정유(석유)부문 영업이익은 125억원으로 1년 전(7052억원)의 70분의 1에 불과했다. GS칼텍스는 94.1% 감소한 336억원에 머물렀다. 에쓰오일은 아예 849억원 적자 전환됐다.

정유무문이 이렇다 보니 사상 최대 실적을 1년만에 갈아치울 것 같던 올 1분기의 기세는 자취를 싹 감췄다. 정유사들은 올 1분기 영업이익 2조2680억원을 달성, 역대 최대의 성과를 낸 작년 전체 영업이익(7조9510억원)의 4분의 1을 채우고도 남았다.

◇ 오일뱅크, 유가하락에 강한 내성

정유 4개사가 너나 할 것 없이 뒷걸음질치는 가운데서도 현대오일뱅크가 또다시 ‘진짜 강함’을 선보였다.

올 2분기 영업이익 2295억원. 1년 전에 비해 28.9% 줄기는 했지만 다른 정유사들과 비교해서는 선전했다고 할 만한 수치를 내놓았다. 정유부문 영업이익이 1304억원(개별기준)으로 54.2% 감소에 머물며 상대적으로 유가하락에 강한 내성을 보여줬다.

영업이익 순위도 2위에 랭크했다. 1분기에 업계 3위 에쓰오일을 순위표 최하단으로 밀어낸 데 이어 2분기에는 GS칼텍스마저 제치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비결은 높은 정제 고도화 비율이다. 다른 정유사들이 20% 안팎인 반면 현대오일뱅크는 39.1%로 가장 높다.

고도화 설비는 중질유(벙커C유)를 분해해 휘발유와 경유 등을 생산하는 정제설비다. 중질유는 황 함유량이 높아 일반 원유보다 값이 싸다. 또한 원유 정제과정에서 생산되고 이를 한 번 더 정제할 수 있는 이점 때문에 수익성 확보에 도움을 준다.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지난 2014년 지분 6대 4의 비율로 설립한 합작사 현대케미칼도 한 몫 했다.

현대케미칼은 콘덴세이트를 분해해 석유제품 및 혼합자일렌(MX) 등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로 지난해 11월 본격 상업가동을 시작했다. 올 1분기 901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데 이어 2분기 523억원으로 힘을 보탰다.

 

 

◇ 반전이 필요한 빅3

매출이나 원유정제량 면에서 압도적인 국내 1위인 SK이노베이션이나 GS칼텍스와 에쓰오일로서는 머쓱할 따름이다.  

먼저 SK이노베이션은 62.4% 감소한 4212억원에 머물렀다. 작년 3분기(4149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올 1분기만 해도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쾌조의 스타트를 보였지만 유가 하락 직격탄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정유사업 비중을 낮추는 대신 석유화학과 윤활기유 등 비(非)정유사업 비중을 늘려오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점을 보여줬다. 지난 5월 말 비(非) 석유사업을 집중 육성 의지를 밝히며 추진하고 있는 ‘딥 체인지 2.0’을 더욱 강하고 빠른 속도로 밀어붙여야 할 이유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은 더 신통치 않다. 각각 72.6%, 81.7% 급감한 2100억원과 1173억원에 그쳤다. GS칼텍스는 지난해 1분기(2896억원), 에쓰오일은 작년 3분기(1162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자존심에 생채기가 난 GS칼텍스나 에쓰오일로서는 반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게다가 정제설비 규모가 현대오일뱅크의 그것보다 커 하반기 국제유가가 안정화되고 정제마진이 회복되면 바로 예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정유업계의 경쟁이 갈수록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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