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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1단지 어디로]③현대, '탁월한 안정성' 최대무기

  • 2017.09.14(목) 14:30

'디에이치' 강남 점령 위한 '투자'..파격조건 공세
전체 가구 55%서 한강 조망..역동적 단지 설계

사상 최대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를 가리는 싸움이 시작됐다. 올해로 준공 43년째를 맞은 반포 주공1단지가 그 격전지다. 동작대교와 반포대교 사이 한강변 가장 넓은 부지에 자리잡은 이 저층 노후 아파트 단지는 재건축을 거쳐 최고 35층, 약 5400가구의 매머드급 단지로 다시 태어난다. 건설업계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반포주공 1단지 재건축 수주전을 집중 조명한다.[편집자]

 

현대건설은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사업 시공권을 따기 위해 그야말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공사비가 정해져 있는 이 사업에서 추가로 행정절차를 밟는 데 드는 비용이나 이사비 지원, 분양손실 보상 등을 모두 대겠다는 조건이 '현찰 보따리' 수준이다.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이익을 낼 생각이 없어 보이는 정도"라고까지 표현했다.

 

파격 조건 뒤에는 막강한 재무안정성이 있다. 건설업계에서 유일하게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연결재무제표 기준)을 거둔 실적과 현대차그룹에 속해 높은 등급의 신용평가를 받고 있는 게 힘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앞으로 고급 브랜드 '디에이치'를 강남에 본격적으로 심기 위한 '투자' 성격이 크다"고 전했다.

 

 

◇ '탄탄한 재무구조'로 자금력 과시
 
이 재건축 사업은 부대비용을 포함해 총 사업비가 총 9조~10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공사비만 2조7000억원, 철거부터 입주 때까지 조합원들에게 대줘야 하는 이주비도 3조8000억원이나 된다. 특히 공동사업시행 방식이어서 조합과 건설사가 함께 리스크를 지고 재건축을 진행하는 사업이다. 건설사 재무능력이 사업 성패와 직결돼 있다는 의미다.

 

현대건설이 조합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크게 8가지 사업조건이 적시됐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이사비용으로 한 집에 7000만원씩을 무상으로 주겠다는 내용이다. 멸실기간 중 거주할 집 마련을 지원해주기 위해 기존주택 감정가의 60%를 빌려주는 것과는 별도로, 그냥 공짜로 준다는 얘기다.

 

현대건설은 조합 사업비 대여금도 GS건설보다 2000억원 많은 1조9000억원을 무이자 제공키로 했다. 또 조합원이 가장 우려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피할수 있도록 연내 관리처분 인가 신청을 마치는 데 드는 모든 비용을 대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에는 학교 신설 등 교육영향평가에 필요한 합의비용도 포함됐다.

 

현대건설은 탄탄한 재무구조로 이런 지원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건설사 중 부채비율이 가장 낮고 자금조달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평가 받는 회사채 신용등급도 'AA-' 등급으로 국내 건설사 중 최상위권이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 '한강 조망 3000가구'..설계 비결은

 

현대건설은 반포주공1 재건축 단지 이름을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Class + est)'라고 지었다. '유일한 최첨단(High-end), 최상 등급'이라는 뜻을 담았다는 설명이다. 한강변 최상의 입지에 세계적인 주거 건축 작품을 심겠다는 의지다. 특히 한강 조망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설계에 공을 들인 부분이 눈에 띈다.

 

기존 조합안에서 주동(住棟) 배치는 한강변에 접한 동 위주로만 한강이 내다 보일 수 있게 돼 있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주동을 사선으로 틀고 입체적으로 배치해 한강 쪽 사각(死角)을 최소화했다. 이를 통해 총 5399가구 중 3000가구 이상, 전체 가구수의 55%에 해당하는 주택 안에서 한강을 볼 수 있게 했다는 설명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한강조망이라는 핵심 가치를 조합원에게 제공하고, 일반분양 값어치도 높여 사업비 부담도 줄일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변에는 123가구의 요트를 형상화한 테라스형 주택도 배치된다. 단지 전체는 한강의 역동적 에너지를 표현하기 위해 고층 건물은 한강의 물결을 형상화시키고 일부 저층건물은 한강변에 떠다니는 요트형태의 모습을 담았다는 설명이다.

 

현대건설은 '100년 주택'이란 개념을 이 단지에 적용해 골조·철골에서부터 내부 설계까지 안전과 내구성을 최상급으로 설계했다. '진도 8'에 견디는 내진 등급 설계에 불안한 국내 정세 속에 전시를 대비한 비상 대피시설인 방호시설도 갖춘다는 계획이다.

 

단지 중앙통로에는 2개동의 상부를 연결한 '골든게이트'가 설치되는데 이를 축으로 좌우 각 블록에 입주자 공동이용 시설이 배치된다. 이중 하나인 '스카이게이트 커뮤니티'에는 640석 규모의 오페라하우스, 라운지, 카페, 도서관, 레스토랑 등 문화생활 중심으로 꾸며진다. 다른 하나인 '아케이드 커뮤니티'는 피트니스센터를 비롯해 워터파크, 실내아이스링크장, 사우나 등 건강 관련 시설이 마련된다.

 

▲ '반포 디에이치 클라스트' 주동 배치 및 설계 변경 과정(자료: 현대건설)

 

◇ "어머니 집 짓는 정성으로 미래 주택 구현"

 

현대건설은 미래 주택 기술의 모든 역량을 이 단지에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독자 홈 네트워크 시스템인 '하이오티(Hi-oT, H+사물인터넷)'에 음성 인식 스마트폰 기능을 연결해 어디서나 집안의 상태를 확인하고 조절할 수 있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홈로봇'도 조합원 주택에 1대씩 지급할 계획이다.

 

아울러 실내외 미세먼지 농도를 비교하고 실외가 나쁠 시에는 외부 공기를 차단하고, 반대일 경우 실내 공기를 외부로 배출하는 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다. 공동이용시설에서는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에너지 사용이 전혀 없는 '제로에너지'를 실현할 계획이다. 또 넓은 단지 내에 '교통 혼잡 예방 시스템'을 적용해 출퇴근 시간 대 차량이 분산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최근 '2017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 지수(DJSI)' 평가에서 건설·엔지니어링 부문 5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매출 1·2위 건설기업인 스페인 그루포 ACS(Grupo ACS), 독일의 호티에프(HOCHTIEF) 등을 제친 성과다.

 

이 평가결과는 국제 기관투자자들의 사회적 책임투자에도 영향을 미친다. 현대건설 측은 "재무적인 성과뿐만 아니라 환경·사회적 측면에서도 세계 최고 건설사로 평가 받고 있다는 의미"라며 "신뢰를 바탕으로 제시한 조건대로 책임있게 사업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반포 디에이치 클라스트' 단지 투시도(자료: 현대건설)
 

"경험과 기술로 '100년 명작' 구현한다"

<김정철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장 출사표>

 "흔들리지 않는 나무처럼 100년을 이어갈 집을 짓겠다."

 

김정철 현대건설 건축사업본부장(부사장, 왼쪽 사진)은 반포주공 1단지 조합에 보낸 사업제안서 첫 문구를 들며 이번 수주전에 임하는 태세를 밝혔다.

 

김 부사장은 "지금까지 70년 동안 국내외 건설현장을 누빈 경험치와 누적된 기술력, 이게 현대건설이 가진 힘"이라며 "과거에도 그랬듯, 앞으로 100년을 책임질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반포주공 1단지 재건축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건설은 1970년대 서울의 강남시대를 연 영동개발계획을 지켜봤고 실제로 강남에서 집을 지은 건설사"라며 "그 당시 준공된 아파트를 재건축 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고 강조했다.

 

김 부사장은 "'100년 주택' 시대에 걸맞는 미래형 아파트를 짓기 위해 자체 운영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건설 연구소에서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하고 있다"며 "안전, 첨단기술,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 미세먼지 제어 시스템, 소음 저감 특화 등 생활에 필요한 기술에 앞서 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입주민들을 위한 특별한 공동이용(커뮤니티) 시설과 서비스, 단지 내 조경, 평면특화와 더불어 한강이 가진 입지를 최대한 활용해 더 많은 주민들이 조망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디에이치 클래스트'를 한강변 스카이라인을 변화시키는 기념비적 건축물로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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