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반포1단지 어디로]④퇴로없는 한판…표심은?

  • 2017.09.15(금) 11:20

경쟁사 상호견제 등 수주전 과열양상
중개업소 등 입단속…표심 예측 어려워

사상 최대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를 가리는 싸움이 시작됐다. 올해로 준공 43년째를 맞은 반포 주공1단지가 그 격전지다. 동작대교와 반포대교 사이 한강변 가장 넓은 부지에 자리잡은 이 저층 노후 아파트 단지는 재건축을 거쳐 최고 35층, 약 5400가구의 매머드급 단지로 다시 태어난다. 건설업계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반포주공 1단지 재건축 수주전을 집중 조명한다.[편집자]
 
'범접할 수 없는 특권과 자부심, 반포 1·2·4주구의 새이름 자이 프레지던스, 최고의 리더인 귀하에게 바칩니다.'(GS건설),
'상품브랜드 모든 것을 차별화 시켜야 합니다. 대한민국 최고를 위해 현대는 전략적 투자를 하겠습니다.'(현대건설)
 
▲ 중개업소에 문에 붙여진 포스터.(사진:윤다혜ydh@)


강남 재건축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수주를 둘러싸고 GS건설과 현대건설이 격전을 벌이고 있다. 서로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벼랑끝 경쟁을 하고 있다. 강남 중심에 5000세대가 넘는 대단지가 조성되는 만큼 어느 한쪽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현장에서 본 반포주공1단지는 겉으로는 잠잠한 분위기였다. 중개업소마다 붙은 포스터를 제외하면 현수막 등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홍보공영제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보공영제는 조합에서 입찰참여 시공사의 홍보를 진행해 조합원의 부담을 낮추고 시공사 선정과정에 있어서 과열 및 혼탁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조합원 관계자는 "홍보물을 지난 12일 열린 대의원회에서 조합원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물밑 수주전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특히 중개업소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각 건설사 직원이 음료수를 들고 찾아와 포스터를 붙여달라고 한다"면서 "떼면 바로 나타나 포스터를 더 붙여달라고 사정한다"고 말했다.

 

각 중개업소들은 지지하는 건설사들의 포스터를 주로 붙이는 분위기다.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려고 하지만 지지하는 해당 건설사가 부착을 사정할 경우 들어주게 된다"고 말했다. 포스터 부착을 담당하고 있는 현대건설 한 직원은 "중개업소에서도 지지하는 건설사 포스터를 부착해준다"며 "찾아가서 부탁해도 GS건설 포스터만 붙여놓은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 중개업소들도 주민들의 분위기에 대해서는 일제히 함구했다. 한 관계자는 "언론 등에 어떤 정보도 주지 않기로 중개업소 전체가 약속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어느 한쪽으로 분위기가 쏠리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 달아오르는 신경전

 

▲ 현대건설 포스터. (사진:윤다혜ydh@)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들은 공인중개소 부착물을 통해 상대방을 견제하는 분위기다. 비방성 내용도 포함돼 있는 등 보다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그대로 드러났다.

 

현대건설 홍보자료에는 '단 하나의 가치'로 표현하며 경쟁사는 '또 다른 GS?'라고 지적해 놨다. GS건설은 지난 2008년에 입주한 '반포자이(3410가구)'에 이어 지난해 분양한 '신반포자이(607가구, 2018년 입주 예정)'와 '신반포센트럴자이(757가구)'를 최근에 분양했다. 현대건설은 기존에 지어온 자이 아파트와는 다를 것이 없다는 내용을 강조한 셈이다.

 

현대건설은 커뮤니티 부분에서도 우위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실내워터파크, 프라이빗 볼링장, 황토 찜질방, 히노끼 노천탕 등은 GS건설에 포함되어 있지도 않고 게스트하우스, 도서관, 티하우스 등도 전체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주장이다.

 

GS건설은 현대건설 스카이브릿지는 도시계획도로 위에는 설치가 불가하다고 주장하며 반격에 나서고 있다. 도시계획도로위 입체구조물 설치는 도로 상공과 하부 공간에 허용하지만 재건축 및 재개발과 같은 대규모 정비사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또 현대건설이 설계에 포함한 덮개공원은 이미 서울시에서 부결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덮개공원의 경우 지난해 7월과 11월에 이어 올해도 지난 1월 서울시에서 부결됐고, 지난 5월에 지하 통로설치가 결정됐다는 것이다.

 

▲ GS건설 포스터(사진:윤다혜ydh@)

 

◇ 누구 손을 들어줄까

 

GS건설과 현대건설 격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 은평구 증산2구역 개발사업을 두고 경쟁한 바 있다. 이 구역은 삼성물산 대림산업 등도 입찰서를 제출했지만 현대건설과 GS건설로 좁혀졌다. 증산2구역 재개발사업은 대지면적 7만8920㎡에 지하 3층, 지상 9∼30층 15개동에 총 1177가구의 아파트단지를 조성하는 것으로, 당시 선거를 방불케하는 수주전이 벌어졌다.

 

해당 건설사 관계자들이 총회 한 달 전부터 해당 지역에 홍보관을 만들어 조합원을 상대로 유세전을 진행했고 우호적인 조합원을 호텔로 초청해 저녁식사를 대접하기도 했다. 결국 조합원들은 GS건설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이번 수주전은 과거 사례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쟁이 더 치열하다는 관측이다. 주민들의 의견도 엇갈리는 상황이다.

 

반포주공1단지 한 주민은 "'이사비 7000만원 지원' 조건을 내세운 현대건설이 유리하지 않겠냐"면서 "조합원들이 이 조건을 거절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4일 조합원 전 가구에 이사비 명목으로 7000만원을 무상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반포주공 1단지 조합원은 2292명으로, 현대건설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1600억여원으로 추산된다. 다만 현대건설의 이사비 지급을 둘러싸고, 적법성 등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다른 한 주민은 "반포에선 자이 브랜드 가치가 높다"면서 "GS건설이 유리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GS건설은 반포자이, 신반포자이 등을 앞서 분양하면서 브랜드 부분에선 현대건설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반면 현대건설은 반포힐스테이트 말고는 브랜드 아파트를 시공한 적이 없어 인지도에서는 뒤진다는 반응이다.

 

조합원 사무실 관계자는 "반포주공1단지를 위해 최고의 사업조건을 제시한 시공사가 결국 선정되지 않겠냐"면서 "조합원들은 반포주공1단지를 위한 신중한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시공사는 오는 27일 조합원 총회에서 투표로 결정된다. 반포주공1단지가 '자이프레지던스'로 바뀔 것인지, 아니면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로 변할 것인지 여부가 결정될 시간은 얼마남지 않았다.

 

▲ 반포주공1단지 모습.(사진:윤다혜ydh@)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