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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산업에 대한 관심은 국정감사 몫?

  • 2017.09.17(일) 14:10

[기자수첩] 기업·산업 육성 실종
비리·안보·불공정 근절 등에 눌려 관심 밖
국정감사만 기업인에 관심 '재계 난감'

방위산업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면 "산업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방위산업에 관심을 많이 가져줘야 한다"는 읍소에 가까운 당부를 종종 듣는다.

 

방산기업의 역할이 정부가 필요로 하는 무기를 공급하는 곳 정도로 치부되다보니 '방위'는 있지만 '산업'은 보이지 않는다는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이런 분위기는 언론사도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주로 국방부 출입 기자가 방산기업을 담당하다보니 관심사는 안보와 이를 위한 무기체계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방산비리는 중요하게 다뤄지지만 산업의 성과와 육성은 관심사에서 밀려나 있다는 얘기다.

 

그도 그럴것이 방산비리는 '안보'와 '세금' '비리'가 겹쳐지며 이슈로서 폭발력이 크다. 이 때문에 특히 정권이 바뀌면 어김없이 방산비리 문제가 지면을 크게 차지한다. 박근혜 정부때에는 방위사업청 비리가 잇따라 불거지며 검찰과 경찰, 국세청, 금감원 등 7개기관 105명이 투입된 역대 최대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이 꾸려지기도 했다. 올해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방산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대한 비리와 분식회계 조사가 한창이다.

 

 

관심사가 방산비리로 쏠리면서 방위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방산기업의 고용효과 같은 얘기는 꺼내기조차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조사를 받고 있는 KAI는 하성용 사장이 물러난 뒤 2개월째 최고경영자 자리가 공석이다. 직원들은 경영공백에 대한 걱정으로 발만 구르고 있다.

 

KAI뿐 아니라 우리 방위산업 차원에서 미국 공군의 고등훈련기 교체사업 수주가 시급한 현안이지만 어디에서도 이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은 초기물량만 17조원에 달한다. 초기물량 수주에 성공하면 추가물량이나 유지보수 등 파급효과는 그 이상이다.  KAI가 록히드마틴과 연합해 제안서를 제출한 상태다. 방산비리 조사로 수주전에 악영향이 우려되지만 KAI와 정부가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 만큼 조용하다.

 

비단 방위산업만이 아니다. 새 정부 정책기조가 불공정행위 근절과 민생에 맞춰지면서 '기업'과 '산업' 육성정책이 실종됐다는 걱정이 나온다. 면세점산업이 대표적이다.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단체관광객이 발길을 끊으면서 면세점산업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업계에서는 면세점산업이 이미 구조적인 위기에 봉착했고 중국 관광객 문제는 이를 촉발시켰을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론에 휘둘린 땜질식 제도, 과당경쟁, 중국 관광객 이외 대안없는 사업구조, 주변 국가들의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면세점산업 육성 등 총체적인 위기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난 정부의 면세점 인가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부와 업계가 함께 면세점산업의 미래를 논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면세점뿐 아니라 유통산업 전반의 흐름이 그렇다. 정부와 국회에서는 대기업들의 불공정행위를 바로잡을 규제는 쏟아지고 있지만 산업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대안 모색은 없다. 당사자인 기업들은 규제에 시범케이스로 걸리지 않기 위해 그저 숨죽이고 있다.

 

중국이 사드배치를 빌미로 글로벌 상거래 룰까지 깨면서 자동차, 유통, 식음료 등 한국기업들을 무지막지하게 공격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조직적인 대응은 보이지 않는다.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의 몫이다.

 

이런 우려가 높아지는 요즘, 기업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는 곳이 있기는 하다. 국회다.

 

▲ 이들중 누가 또 국회 국정감사장에 서게 될까. 지난해 12월 주요 대기업 총수들은 비선실세 국정농단 관련 줄줄이 국회 청문회에 불려갔다.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어느 기업인을 호출할 것인지를 놓고 분위기가 뜨겁다 한다. 소환 대상 기업인 명단이란게 유출됐는데 '숫자면에서 역대급 호출'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업인들이 불려나가 증언해야 할 항목들은 불법영업 강요나 강매, 일감몰아주기, 대기업집단 의무 위반, 납품 또는 협력업체나 대리점 등에 대한 불공정행위 등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 산업의 현실이나 육성과 같은 주제는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불려가는 기업인들도 국정감사장에서 하루종일 기다리다 국회의원들의 호통에 "죄송하다"는 답변만 하다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 "국정감사 취지가 기업인들 불러서 호통치는 것이냐"는 지적도 있지만, 기업인들이 흥행의 필수조건이라고 보는 그들에게 큰 고려사항은 되지 못할 것이다. 

 

재계에서는 '기업인', '대기업', '산업'과 같은 단어는 이제 국정감사를 빛나게 할 양념에 불과하다는 자조섞인 하소연이 나온다. 기업과 산업 육성정책의 실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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