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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무한도전]④대웅제약 "1호 DNA를 살려라"

  • 2017.09.21(목) 15:01

한용해 본부장 영입, 신약개발체제 재정비
'세상에 없던-계열치료제중 최고' 7가지 과제 선정
섬유증치료제 도전-항궤양제 블록버스터 기대

신약 개발에 성공하는건 소위 '잭팟'에 비유된다. 글로벌 신약 하나로 벤처사가 글로벌기업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곳이 제약·바이오업계다. 하지만 신약개발은 '운'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개발 과정에 투입해야 하는 대규모 비용과 오랜 연구개발 기간이 필요하다. 더구나 신약개발 과정에는 수많은 예상하기 어려운 실패 요인들이 도사리고 있다. 그럼에도 제약·바이오산업은 대표적인 미래성장동력산업으로 꼽힌다. 우리 기업 현실은 어떨까. 주요 제약사들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살펴본다. 세번째 주자는 '1호 DNA'를 되살리기 위해 연구개발 체계를 대대적으로 재정비하고 있는 대웅제약이다. [편집자] 


간 기능개선제 '우루사'로 잘 알려진 대웅제약이 신약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웅생명과학연구소 '바이오혁신센터' 완공에 이어 올해 초 한용해 연구본부장을 영입하면서 신약개발체제를 재정비하고 있다.

한용해 본부장이 이끄는 신약개발 전략은 ▲모든 신약 연구과제 글로벌시장 지향 ▲초기단계부터 철저하고 객관적으로 평가·검증받는 프로세스 도입 ▲외부 최고 전문가 및 기관들과 개방형 혁신(오픈 콜라보) 3가지가 핵심이다.

한용해 연구본부장은 1월 취임 직후 '오픈 이밸류에이션' 방식으로 대웅제약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한 일제 점검에 나섰다. 외부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해 개발가능성·상업성 등을 점검해 연구과제의 우선 순위를 정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철저한 검증을 위해 회사의 핵심기밀 외 모든 것을 외부 전문가들에 오픈했다.

이렇게 해서 '퍼스트/베스트 인 클래스'로 구분되는 7가지 연구과제가 추려졌다. 자가면역치료제 2가지를 비롯해 항궤양제·당뇨병·섬유증·신경병성통증·대사질환 치료제 등 난치성질환 치료제다. 퍼스트 인 클래스는 '세상에 없던', 베스트 인 클래스는 '치료제 계열내 최고'를 뜻한다.

◇ 세상에 없던 '섬유증치료제' 도전

7가지 연구과제중 '퍼스트 인 클래스'로 구분된 섬유증치료제는 외부 전문가들의 만장일치로 대웅제약의 주요 연구과제로 선정됐다. 

오픈 이밸류에이션은 연구자 관점에서 기술적 가치를 평가하는 1차평가와 투자자 관점에서 상업적 가치를 평가받는 2차평가 등 총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이 두 검증에서 전문가들로부터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게 섬유증치료제다.

섬유증은 폐와 피부 등 다양한 장기에서 발생해 만성화할 경우 난치성 질환으로 악화돼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수년전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가습기살균제 사건에서 피해자들의 폐가 딱딱하게 굳는 증상도 섬유증의 하나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중에 판매되는 폐섬유화증 치료제가 극소수인데다 이 치료제들조차도 치료보다 폐 기능저하를 지연시키는데 초점이 맞춰져 혁신신약 개발이 절실히 요구돼왔다. 현재 시판되는 약은 시오노기의 '피레스파(피르페니돈)', 로슈의 '에스브리에트', 베링거인겔하임의 '오페브(닌테다닙)' 정도다.

개발은 힘들지만 사업성은 높게 평가된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 등 7개 주요 제약시장에서 2015년 9억달러(약 1조원), 오는 2025년에는 32억달러로 3배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갈라파고스제약 등 다국적제약사들도 2010년대 중반에 들어서야 폐섬유증치료제 연구개발을 본격화했다.

대웅제약은 섬유증의 원인이 인체 조직내 콜라겐 함량 급증하는게 주요인이라는 점에 착안해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PRS(Prolyl-tRNA synthetase) 단백질 작용을 감소시켜 콜라겐의 과도한 생성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대웅제약은 올해초 먹는 방식의 의약품으로 개발할 후보물질 선정을 마치고, 전임상에 뛰어들었다. 아직 초기개발단계이지만 선정된 후보물질의 유효성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와 독특한 작용기전으로 여러 다국적제약사의 주목을 받으며 연구협업을 타진중이다.

◇ DWP14012, 항궤양제시장 다크호스


'베스트 인 클래스' 가운데선 차세대 항궤양제(후보물질 DWP14012)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었다. 

역류성 식도염, 위염, 위·십이지장궤양 치료제로 개발하게 될 이 물질은 특히 회사의 우선순위 7개과제중 가장 먼저 성과를 낼 것으로 전망돼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사의 목표는 2019년 국내 시판 허가다. 지난해 국내 임상 1상을 거쳐 지난 6월 임상 2상단계에 진입한 상태다. 

DWP14012가 치료제 계열내 최고 후보물질로 선정된 건 이 물질이 가지는 '가역적 억제 기전' 때문이다. 약효를 내는 효소가 한번 억제되더라도 다시 그 기능을 회복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약효의 지속시간이 크게 늘어난다는 점에서 기존 약물과 비교해 우위를 가진다. 실제 대웅제약이 실시한 임상에서 DWP14012는 하루 한번 투여로 약효가 24시간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위산분비가 원인이 되는 유사 적응증에는 그간 PPI(프로톤 펌프 인히비터)로 만들어진 의약품이 주로 쓰였는데, 이를 대체할 약물이 아직 나오지 않아 DWP14012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경쟁약물은 일본 다국적제약사인 다케다제약이 일본에서 출시한 보노프라잔, 국내에서는 CJ헬스케어가 임상3상을 마치고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테고프라잔 정도다. 항궤양제 시장은 2015년 기준 330억달러(약 37조3000억원)대 규모를 형성하고 있으며 2021년에는 400억달러까지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규모는 2013년 기준 7400억원대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주목할만한 다른 차세대 약물이 없는 항궤양제 시장에서 DWP14012는 베스트 인 클래스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2019년 국내 허가 목표 외에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등 주요 글로벌시장 진출을 위해 세계 여러 파트너사와 논의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 '1호' DNA를 살려라

대웅제약에는 '1호'를 만들어내는 DNA가 있다.  

1945년 조선간유제약공업으로 출범해 올해로 설립 72년차를 맞은 대웅제약은 1973년 제약업계에서 4번째로 기업공개를 한 '업계 큰형님'이다. 대웅제약으로 사명이 바뀐 건 1978년이다. 현재는 23개 계열사, 7개 해외법인·지사, 3개국에 연구소를 보유한 헬스케어그룹으로 성장했다.

역사가 긴 만큼 '1호 타이틀'도 많다. 

1987년 국내 최초로 유전공학 특허를 획득, 이듬해 첫번째 국산배합신약 베아제를 개발했다. 1991년에는 업계 최초로 러시아 수출길을 열고, 2001년에는 '국산 바이오신약 1호' 이지에프(Easyef, 성분명 EGF)를 출시했다. 2008년에는 상처치료물질 EGF가 국내 최초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인증하는 국제 일반명으로 등재됐다.

승승장구하던 대웅제약이 위기를 맞은건 2010년대 들어서다. 2012년 4월 정부가 건강보험 등재약 7500개 품목에 대해 일괄 약가인하를 실시하면서 업계가 크게 흔들렸다.

대웅제약도 이 여파로 2012년 연 매출이 전년대비 5.8% 빠진 6690억원을 기록하면서 역성장했다. 직전 회계연도인 2011년에는 매출 7105억원으로 전년대비 40%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업계 관행으로 돼 있던 리베이트가 의사, 약사 등 받는 쪽도 함께 처벌하는 쌍벌제가 도입되는 등 규제가 강하게 들어오면서 영업활동이 위축됐다. 대웅제약도 다른 제약사처럼 시비에 휘말려 홍역을 치렀다.

대웅제약은 내수시장에서 복제약 중심으로 먹고 사는 시기는 끝났다고 판단해 '글로벌 신약개발'에 고삐를 죄고 있다. 
일괄 약가인하가 있은 직후 정부가 내놓은 '제약산업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에 맞춰 영업과 마케팅에서 연구개발로 무게추를 옮기고 있다. 


2012년 혁신형 제약사로 선정된 대웅제약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는 2011년을 기점으로 크게 높아졌다. 계열사 대웅을 포함해 2010년 7.1% 수준이던 연구개발비 비중은 2011년 11.8%로 급상승한 뒤 꾸준히 올라 지난해 14.7%를 기록했다.

대웅제약은 '베스트·퍼스트 클래스' 품목 7종을 비롯해 바이오의약품 6종, 합성신약 7종, 개량신약 9종 등 총 22가지 연구과제를 진행중이다. '1호'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한 대웅제약의 연구개발 열기가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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