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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으로 내 아파트 무너지면 '보수는 누가?'

  • 2017.11.17(금) 16:59

내진 아파트도 붕괴된 경우만 '건설사 책임'
세입자 있다면 이주 등까지 '집주인 책임'
풍수해보험 등 소유주 개인이 평소 대비해야

# 경북 포항 흥해읍에 위치한 대성아파트는 15일 발생한 지진으로 '피사의 아파트'가 됐다. 1987년 완공된 5층 6개동 규모 아파트인데 이 중 E동이 북쪽으로 기울어지면서다. 기울어진 쪽 1층에는 콘크리트가 파손되면서 사람 머리가 들어갈 만한 크기의 틈도 생겼다. D동과 F동 등 2개동도 파손이 심한 상태다.

 

# 포항 북구 양덕동 21층 높이 A아파트는 지난 2015년 입주한 신축 건물이다. 하지만 이번 지진에 멀리서 봐도 깊은 금이 간게 보일 정도로 외벽 곳곳에 균열이 생겼다. "또 다시 지진이 나면 무너지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게 이 아파트 주민의 한숨 섞인 하소연이다.

 

▲ 지진 후 외벽 균열이 생긴 포항 북구 양덕동 21층 높이 신축 A아파트(사진: 인터넷 커뮤니티)

 

규모 5.4의 포항 지진으로 망가진 주택이나 건물은 어떻게 복구될 수 있을까? 또 지진으로 내 아파트가 이처럼 무너지거나 손상이 생기면 누가 책임을 지게 될까? 15일 지진 후 포항지역 건물 손상 사진들과 함께 피해 주택 복구 문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6층이하 건물에 대해 1988년부터 내진 설계를 의무화했다. 기울어진 흥해읍 대성아파트 경우 1987년 준공됐기 때문에 내진설계가 적용돼지 않았다. 하지만 양덕동 신축 아파트 경우 내진설계가 된 아파트다. 하지만 이런 경우라도 시공 건설사에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주택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는 아파트를 준공하고 분양계약자에게 소유권을 이전하면서 전문보험업체를 통해 '하자보수이행증권'을 발행한다. 이 증권은 통상 1·2·4·10년 등 내용에 따라 다른 기한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1·2년 증권은 인테리어 하자와 관련한 것, 4년 증권은 방수 등 아파트 기능과 관련한 것, 10년 증권은 핵심 구조물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시공상의 '하자' 보수에 국한한 것이지 이번처럼 지진이 닥쳤을 때의 피해는 해당하지 않는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보수 범위에 지진, 태풍 등 천재지변이 원인인 경우는 포함이 안 돼있다"며 "구조에 문제가 있더라도 지진으로 생긴 것이라면 건설사는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다만 내진설계 인증을 받았다면 건물이 주저앉을 정도로 '매우 심각한 경우'에 한해 건설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내진 성능 기준은 ▲기능수행 ▲즉시거주 ▲인명안전 ▲붕괴방지 등의 4단계로 나뉘는데 이중 3단계까지 유지가 될 경우 내진 설계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정된다.

 

구조에 심각한 손상이 발생해 붕괴 가능성이 높고, 건물 재사용이 불가능할 정도일 때는 지진 규모에 따라 내진 설계 적용에 실패다는 판정이 나올  수 있다. 다만 금이 가거나 외벽, 유리창이 깨지는 수준의 손상은 사람이 다치는 경우라도 건설사가 책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내진설계는 모든 지진에 피해를 입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작은 규모 지진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수준을 맞춰야 하지만 중간 규모 지진 때는 비구조 부재의 손상까지는 허용하고, 대규모 지진 때는 구조물 붕괴로 인한 인명손상이 나지 않는다면 구조 부재와 비구조 부재 손상까지는 허용된다"고 말했다.

 

지진으로 인한 손상을 보상 받으려면 주택이나 건물 소유주가 풍수해보험을 가입하거나 화재보험 등에 지진 특약 등을 걸어두는 조치가 필요하다. 풍수해보험은 정부가 보조하는 정책성 보험이다. 전용면적 85㎡ 주택 전파(전체 파손) 기준 8000만원 가량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보험료가 2만4000원(보험기간 1년 기본단위) 정도다.

 

아파트의 경우 입주자대표회의 등을 통해 단체보험 형태로 화재보험에 지진 특약을 넣는 경우도 있다. 작년 경주 지진 때 금융당국은 보험회사들과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지진 전용보험 도입을 논의했지만 아직 결과물은 없는 상태다. 보험사들이 수익성이 없다며 상품 출시를 꺼리고 있다.

 

▲ 지진으로 기울어진 포항 흥해읍 대성아파트(사진: 인터넷 커뮤니티)

 

풍수해보험에 들지 않은 경우 국가에서는 개인 소유 주택에 재난지원금을 지원한다. 전체 주택이 파손(전파)됐을 경우 900만원까지다. 기둥과 벽체, 지붕 등 주요 구조부 절반 이상이 파손돼 완전히 다시 지을 경우에 받을 수 있는 금액으로는 턱없이 적다는 의견이 많다. 반파 경우 450만원, 일부 수리가 필요한 손상 때는 100만원을 받는다.

 

세입자가 있는 집이 지진으로 손상이 갔을 때는 일차적으로 집주인이 책임을 져야한다. 임대차 계약대로 거주할 공간을 마련해주거나 원할 경우 당장 보증금을 빼줘야 한다. 정부에서는 세입자에게 주택 파손 정도에 따라 가구당 최고 300만원까지 보증금이나 임대료 지원을 한다.

 

정부가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하게 되면 해당 지역은 주택도시기금(옛 국민주택기금)에서 최대 4800만원(전체 파손 기준)까지 저리 융자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특별재해지역 선포는 시·군·구별 재정력을 감안한 피해액이 일정 이상을 충족했을 때 이뤄진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번 지진으로 잠정 집계된 주택 피해를 총 1098건으로 집계하고 있다. 완전히 부서진 경우(전파)가 3건, 절반이 파손된 경우(반파) 219건, 지붕 등 일부 파손은 876건이다. 학교 건물에선 32건의 균열 피해가 집계됐고 상가 84곳과 공장 1곳 도 건물 손상 피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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