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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서 인생 2막..해외건설 '오빠가 돌아왔다'

  • 2013.12.19(목) 10:37

이라크 현장 반장이 내년 '칠순' 베테랑
국내 근무보다 수입 2배..열혈청춘 '뉴실버'

이라크 비스미야 신도시를 건설하는 한화건설의 현장에는 유독 눈에 띄는 직원이 있다. 이 현장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이문범 자재생산팀 반장(69)이다. 내년이면 칠순을 맞는 이 반장은 콘크리트를 생산하는 배처플랜트(Batcher Plant, 콘크리트 배합 시설)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매일 다른 직원들보다 1시간 먼저 출근해 그날그날 콘크리트 생산량과 현장별로 분배되는 현황을 체크하고 시설을 점검한다. 플랜트에 문제가 생기면 현장에 콘크리트 공급이 끊기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어서다.

 

체크를 마치면 30여명의 직원들의 출근현황을 점검하고 업무전달과 안전교육 후 각각 위치에 배치한다. 업무시간에는 계속 플랜트를 돌아다니며 감독한다.

 

◇ '열사의 땅'서 손자뻘 신입사원에 노하우 전수

 

▲ 이문범 반장과 현지직원이 배처 플랜트에서 콘크리트 생산현황을 확인하고 있다.(사진: 한화건설)

 

올해 고3인 손자가 있는 이 반장은 지난 2009년 앙골라 현지회사의 중기관리직을 마지막으로 현장을 떠났다. 하지만 올해 4년만에 현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한화건설의 이라크 신도시 건설 실버 경력사원 채용공고를 보고 다시 가슴이 뛰었기 때문이다.

 

그는 1981년 현대건설에서 이라크 북부의 요시 고속도로 공사에 참여하며 첫 해외현장 근무를 시작했다. 중동의 쿠웨이트, 이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프리카의 리비아, 카메룬, 가나, 오세아니아의 팔라우에 이르기까지 해외경험만 30년에 이르는 백전노장(百戰老將)이다.

 

이 반장은 "처음에는 이 나이에 어디서 받아줄 곳이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고 공백기가 길어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다"며 "그러던 와중에 한화건설에서 면접을 보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경력직 면접에서도 그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한화건설 대표이사인 김현중 부회장보다 다섯살 많다. 면접관들은 고령의 나이를 걱정했다. 하지만 그는 넉살 좋게 건강관리 비법 등을 소개하며 전문분야에서의 풍부한 경험을 설명해 결국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이 반장은 "이라크에서 동료 직원들과 고희연을 치르는 최초의 한국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손자 같은 고졸신입사원을 보면 더욱 애틋하고 대견해 자신의 노하우를 모두 전수하고 싶다고 말했다.

 

◇ 뉴실버 직원 50여명..해외건설 베테랑에 '문 활짝'

 

▲ 비스미야 신도시 현장 통합실험실의 이용우 팀장(62, 윗줄 왼쪽 첫번째)과 김명진 매니저(61, 윗줄 왼쪽 두번째)가 직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600여명이 일하고 있는 한화건설의 이라크 현장에는 이 반장 말고도 퇴직 후 다시 일자리를 찾은 '뉴실버' 직원들이 50여명 있다. 한화건설은 앞으로 현장에 투입할 인력의 10%(약 100여 명)를 50대 이상 퇴직자들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한화건설이 환갑을 넘나드는 직원을 이라크 현장에 채용한 것은 80년대 중동 건설 붐을 일으켰던 이들의 현장 경험과 노하우를 높이 샀기 때문. 특히 1830만㎡ 규모의 분당급 신도시를 건설하는 이 프로젝트는 플랜트 공사와 달리 건자재 공장도 같이 들어서는 노동집약적 사업이어서 고용창출 효과가 크다.

 

이 회사의 실버인력 채용은 홈페이지에서 상시적으로 이뤄진다. 연령 제한이 없기 때문에 해외 공무·설계 등 지원분야에 대한 경력과 업무능력이 있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실버 사원들은 4~5년의 프로젝트 단위나 1~2년의 단기 계약직으로 채용된다. 

 

급여는 직급과 직책에 따라 차이가 있을뿐 정규직과 같은 수준이다. 특히 이라크는 위험 수당 등 현지 수당이 많아 국내 근무자보다 1.8~2배가량 임금이 높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의 '능력 중심 채용'을 실천하기 위해 파견 경력직 근로자의 일부를 55세 이상 실버인력으로 채용했다"며 "정부의 신규 일자리 창출정책에 발맞춰 실버인력 채용을 꾸준히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실버세대(new silver generation)

 

뉴실버세대란 활동적인 장노년층을 말한다. 손자를 돌보며 집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일반적인 실버세대와는 구분된다. 적극적으로 일자리 찾기에 나서며 그 동안 쌓은 견문과 지혜를 사회에 돌려주기 위해 노력한다. 스포츠나 여행 등으로 건강을 챙기며 여가를 즐기는 새로운 유형의 장노년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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