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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조작 척결을 넘어서

  • 2013.03.29(금) 15:05

"이제는 양적인 성장에서 질적인 발전으로 한단계 업그레드 돼야할 때다"
증시에서 주가지수가 신기록을 경신할 때마다 나타나는 크리셰(cliche)다. 크리셰란 판에 박은 듯한 문구 또는 진부한 표현을 가리키는 것으로 주로 문학에서 쓰는 용어다. 
자연스런 양·질 전환은 기대만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주가지수가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후 과열 기미를 보이다가 곤두박질치며 상처를 남기고 물러나곤 했다. 그러고나면 `투자심리 활성화`를 위한 요구나 기대가 고개를 들고, `질적 발전`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일쑤였다.
시장의 감독, 규제를 담당하는 부처들은 지금 `주가조작 엄단`을 위한 장치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취임이래 박근혜 대통령이 "주가조작에 대해 자금출처, 투자 경위 등을 철저히 밝혀 투명하게 하라"고 누차 강조하자 각 부처는 경쟁적으로 정책개발에 나서고 있다.
시장 흐름을 본다면 타이밍은 나쁘지 않다. 코스피지수가 장기간 2000선을 넘나들며 횡보하는 국면이고, 투자심리를 경색시키거나 시장흐름을 바꿀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국 증시가 사상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대외적 여건이 좋은데도 국내증시가 힘을 못쓰는 터라 `내실을 기할수 있는 계기`로 삼는 것도 의미가 있다.
다만 출발이나 동기가 증권시장의 기능 회복이나 증권산업의 발전을 위해서가 아니라는 점에서 아쉽다. 주가 조작 철퇴 등 제재가 새정부의 정책 기조인 지하경제 양성화와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부당한 이익을 환수해 증세 없이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의도가 짙다. 주가조작 처벌이 사법조치와 별도로 과징금 징수에 초점이 맞춰지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이나 시장을 `다른 목적`에서 접근한다면 시장의 기대와는 동떨어진 효과가 나올 뿐 아니라 부작용도 발생한다. 우리가 경험한 외환위기등 각종 경제위기의 배경을 들여다봐도 제조업을 위해 금융을 희생시키거나 시장 논리와 어긋나는 형태로 자원을 배분했던 것이 근본 원인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증시를 `이용`했다. 그는 6년전 대통령 후보 시절 "주가가 진정한 평가를 받기 위해 서는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며 "(제대로만 된다면) 임기 5년 중에 주가가 5000까지 가는 게 정상"이라고 말했다. 결국 집권에는 성공했지만 투자자들에게는 헛된 꿈으로만 남았다.
여하튼 증시는 맑아져야 하고 투자 문화도 달라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증시가 효율적이어야 산업 각 부문에 자금을 제대로 공급해 줄 수 있고 국민경제 기반도 튼튼해지기 때문이다. 주가조작 척결을 넘어서 `증권산업 발전을 위한` 비전도 함께 제시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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