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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60부터” 월급쟁이 산업은행의 변신은 무죄

  • 2014.04.01(화) 15:38

“인생은 60부터다.” 1일 창립 60주년을 맞은 KDB산업은행이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산업은행은 6•25 전쟁의 상흔을 딛고 1954년 태어났다. 자본금은 4000만 원. 당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15억 달러. 이 자본으로 전후 복구사업부터 했다. 무너진 사회 인프라를 다시 세웠다. 우리나라의 전력과 석탄 등 기반산업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60~70년대엔 중화학공업과 수출산업, 80년대에 자동차산업과 전자산업, 반도체와 첨단사업(90년대)을 차례로 지원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뿌리를 둔 우리나라 대표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이 모두 산업은행과 함께 컸다. 지난해 우리나라 GDP는 1조 3000억 달러 규모. 60년 동안 약 900배 늘었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중추 산업은 산업은행의 돈줄로 일어났다.

▲ KDB산업은행이 1일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홍기택 행장이 이날 오전 열린 기념행사에 앞서 직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2000년대는 암흑기나 다름없다. 마냥 갈 것 같던 고성장의 시대가 끝났다. 외환위기에 따른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에서의 기업 구조조정과 글로벌 금융위기는 산업은행에도 참기 힘든 고통을 안겼다. 전 세계적으로 엄습한 저상장 시대는 예전처럼 정부(산업은행)의 지원으로 나라의 성장을 이끄는 패러다임의 종말을 선포했다.

이제 구조조정은 현재진행형이다. 신성장 동력이라 일컬어지는 새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것은 발등의 불이다. 한 발만 삐끗해도 나락이다. 좋든 싫든 산업과 금융은 이렇게 한배를 타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금융을 대표하는 산업은행도 큰 혼란을 겪었다.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 그 자체가 2000년대 산업은행의 모습이다.

앞선 정권에서 계획한 산업은행 민영화는 제대로 시작도 못 하고 방향을 틀었다. 박근혜 정부는 정책금융기관으로 복귀를 명령했다. 투자은행과 정책금융기관으로 나누는 계획이 순식간에 폐기됐다. 이미 시작한 조직 분리도 다시 되돌려진다. 민영화를 전제로 늘린 상업금융 영역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산업은행은 이렇게 ‘정책금융과 상업금융 병행 수행기관’이라는 포지셔닝을 강제로 받았다. ‘실물경제 발전과 금융산업 선진화를 균형 있게 지원하라’는 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라는 과제를 떠안았다. 산업은행은 이를 ‘시장형 정책금융기관’이라고 정의했다. 평생을 매번 바뀌는 정권의 월급쟁이로 살며 60갑자를 한 바퀴 돌아 다시 시작하는 산업은행으로선 쉽지 않은 미션이다.

가뜩이나 지난해 경영성과는 좋지 않았다. 체제 변화 속에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기업들은 퍽퍽 나가떨어졌다. 지난해 당기 순손실은 1조 4474억 원. 대손 비용만 2조 2097억 원에 이른다. 새 정권이 들어서고 선장도 새로 교체한 만큼 올해는 경영성과도 내야 한다.

산업은행은 올해 6304억 원의 순익을 내겠다고 공언했다. 대손 비용은 지난해보다 1조 4591억 원이나 줄여 7506억 원 수준에서 막아보기로 했다. 대신 영업자산은 4조 5000억 원을 늘린다. 이 계획을 달성하면 영업자산은 114조 4000억 원이 된다. 산업은행으로선 익숙하지 않은 중소•중견기업에도 지난해보다 1조 7000억 원을 더 풀어 총 25조 5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나라 전체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산업은행의 자산 확대는 상업금융 영역에서 이뤄질 공산이 크다. 중소•중견기업도 민간 금융회사들과 충돌이 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산업은행의 그럴듯한 포지셔닝 설정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민간 영역과의 경쟁이라는 민영화 결정 때의 화두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형국이다.

새 정부와 함께 선장을 맡은 홍기택 행장은 임기 동안 통합 산업은행의 안정화에 주력한다. 당기 순익 1조 원대 유지, 해외 영업비중 20% 이상 확대 등 ‘대한민국 발전의 금융 엔진, 글로벌 KDB’의 구체적인 성과 목표는 다음 주자의 몫인 것 같다. 산업은행은 통합과 안정단계를 거쳐 2017~2018년을 성장단계로 설정했다.

홍기택 행장은 1일 오전에 열린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대한민국의 금융 엔진으로서 민간 금융기관들이 시도하기 어려운 업무와 시장조성이 필요한 분야를 중심으로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행장은 “독일 통일과정에서 금융부문이 한 역할을 조사•분석해 통일 후 북한지역의 산업구조조정, 인프라 투자 등은 산업은행이 주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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