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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투매`..1994년 악몽 재현되나

  • 2013.06.11(화) 13:39

과거 美연준 긴축 후 신흥국 외환위기 촉발시켜
"채권서 주식으로 가는 '대전환'" vs "주식·채권값 동반 하락"


[1990년대 당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추이]



거의 한달째 양적완화 축소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혼란스러움이 지속되지만 이미 갈길을 정하고 방향성이 뚜렷해진 곳이 있다. 바로 채권시장이다. 글로벌 채권시장에서는 미국 국채는 물론 정크본드, 이머징마켓 채권 등 곳곳에서 매물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렇다보니 채권에서 주식으로 급격히 이동하는 '대전환(Great Rotation)' 기대감이 높지만 일부에서는 채권과 주식이 동반 급락했던 1994년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리가 점진적인 속도가 아닌 가파르게 오르면서 주식에도 부담을 주는 최악의 상황이다.

◇ 20년 전에 무슨 일이?

20년전인 1994년은 글로벌 채권과 주식 시장에 모두 잊고 싶은 기억이다. 당시 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5년만에 처음으로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의장의 '깜짝쇼' 이후 두 달여간 주식값은 크게 떨어졌고 채권 금리는 급등했다.

당시에도 연준이 유동성을 공격적으로 풀면서 자산거품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연준은 거품을 잡기 위해 연말까지 다섯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했는데 1994년 3%대였던 금리는 1년새 6%대로 급등했다. 연준은 매우 완만한 긴축에 나섰다고 생각했지만 채권시장에서는 투매가 나타나며 1920년대 이후 최악의 해를 맞았다.

게다가 미국이 기준금리를 1년새 두배로 올리자 신흥국에서는 급격하게 자금이 유출됐다. 멕시코가 외환위기에 빠진 것도 이 때다. 멕시코 위기는 결국 남미 전체로 번졌고 사람들은 멕시코인들이 즐겨 마시는 데킬라에 취했다며 '데킬라 효과'란 용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역시 결과적으로는 연준이 긴축 기조를 시작한 데서 파생됐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최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1994년과 같은 악몽이 재현되서는 안 된다"고 경각심을 일깨우기도 했다. 

◇ 위기 재현 가능성 낮지만 주식엔 '적신호'

아직 1994년 일어났던 신흥국 외환위기 악몽이 재현될 가능성은 많지 않다. 그러나 채권 금리가 계속 급하게 오르면  그 불똥이 주식시장으로 결국 튈 수 있다는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등에 따르면 채권시장에서 공격적인 매도가 나타나면서 2004년 4월 이후 최대폭의 손실을 기록했다. 달러기준 상환 금액도 12년만에 최대치에 달한다. 특히 장기 회사채나 하이일드 이머징 채권 펀 등 고위험 자산에서 자금 유출이 심각하다.

소시에떼제너럴은 이 같은 금리 상승이 미국 경제 개선과 연관돼 있긴 하지만 주식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시에떼제너럴은 연말까지 미국 금리가 2.75%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주식시장이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 30년물 채권이 저점에서 50%이상 올랐는데 이는 주식시장 기준으로 15~45% 사이의 조정을 의미한다. 급락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금리가 주식에 영향을 주지 않고 얼마나 높이, 얼마나 빨리 오를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씨티그룹은 1994년 악몽의 재현 가능성을 일축했다. 초기엔 금리와 함께 주가가 빠지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강세장으로 진입한 경우가 더 많았다는 설명이다. 씨티는 "1994년과 현재가 비슷하다는 추정은 과장됐다"며 "낮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정책 관계자들에게 유연성을 제공하고 있고 정책당국과 시장과의 소통도 20년전보다는 더 좋아졌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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