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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 변절? 이주열·신제윤에 묻다

  • 2014.07.21(월) 17:44

최경환 부총리 취임에 기존 견해 180도 바꿔
무분별한 경기 부양 따른 부작용 우려 지적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나란히 같은 고민에 빠졌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과 함께 경기부양 압력이 거세지고 있어서다.

두 사람 모두 불과 몇 달 만에 기존 입장을 180도 바꾸면서 일차 저지선은 이미 뚫렸다는 평가다. 이 총재는 금리인하를 위한 길을 텄고, 신 위원장 역시 기획재정부가 던진 부동산 규제 완화 카드를 거의 그대로 수용하는 분위기다.

반면, 정책 공조도 중요하지만 무분별한 경기부양은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행과 금융위의 상징적인 인물인 이 총재와 신 위원장의 역할론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이주열 한은총재 오락가락 행보

이주열 총재는 말 그대로 오락가락 행보다. 올 4월 취임 당시만 해도 “금리는 인상 방향”이라던 이 총재는 이번 달엔 “성장과 물가 하방 리스크가 크다”면서 정반대로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며칠 뒤엔 가계부채 부실과 소비 여력 위축이 우려된다면서 금리인하에 따른 부작용을 경고했다. 최 부총리가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 하자 금리정책은 한국은행의 권한이라면서 맞받아치기도 했다.

이 총재의 오락가락 행보는 그만큼 고민이 깊다는 방증이다. 취임 직후 왼쪽 깜빡이를 켰다가 최근 갑자기 오른쪽 깜빡이를 켠 이유는 다분히 최 부총리를 의식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풀이된다. 금리인하를 위한 퇴로 확보 차원이란 얘기다.

실제로 이 총재는 4월 금리인상 시그널은 커뮤니케이션의 실수로 돌렸다. 자신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는 얘기다. 또 적어도 3개월 전엔 금리조정 시그널을 줘야 한다는 과거 발언에 대해서도 “상황이 급격하게 변하면 한두 달 만에 조정할 수도 있다”면서 여지를 남겼다.

◇ 시장에선 금리인하 기정사실화

이후 금리인하에 부정적인 듯한 발언은 독립성 논란을 의식한 전시용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 총재 자신도 “단, 금리인하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아니고 양면성이 있어 따져봐야 한다는 의미”라고 언급했다.

시장에선 금리인하를 기정사실로하는 분위기다. 금리인하 시기와 폭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조만간 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엔 대체로 공감한다. 당장 다음 달 0.25%포인트는 물론 0.5%포인트 인하설도 나오고 있다.

최 부총리와 이 총재가 연세대 선후배 사이인 데다, 이 총재가 한국은행 총재에 오르는 과정에서 최 부총리가 역할을 했다는 설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나돌고 있다.

최 부총리는 21일 이 총재와 직접 만나 대학 선후배 사이는 물론 한국은행 입행 경력까지 거론하면서 친밀감을 과시했다. “금리는 한국은행의 고유 권한”이라면서 한국은행의 체면도 세워줬다. 그러면서도 경제 인식 공유와 함께 정책 공조가 필요하다는 점도 분명하게 못을 박았다.

◇ 신제윤 위원장도 백기 투항

이 총재와 비교하면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한 발 더 나갔다. 백기 투항이란 평가가 나올 정도다. 신 위원장은 그동안 LTV와 DTI는 부동산이 아니라 금융정책이라면서 규제 완화에 반대 견해를 고수해왔다.

하지만 이 총재와 마찬가지로 최 부총리 취임과 함께 LTV와 DTI 완화를 검토해보겠다면서 돌아섰다. 금융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선이란 단서를 달긴 했지만, 그동안 LTV•DTI 규제를 고수하던 자신의 논리를 180도 뒤집었다.

그러면서 LTV는 70%, DTI는 60% 선으로 확대 단일화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내년엔 아예 LTV와 DTI를 은행 자율에 맡기자는 안도 거론되고 있다. 금융위는 DTI만이라도 사수한다는 입장이지만 기재부에 주도권을 뺏긴 상황이어서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최 부총리 독주에 제동 필요

이주열 총재와 신제윤 위원장이 기존의 소신을 접고 잇달아 경기부양 대열에 동참하고 있는 이유는 실세 부총리의 등장이 가장 직접적인 배경이다. 친박 핵심인 최 부총리가 경기부양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가운데 박 대통령마저 거들면서 확실하게 교통정리가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반면 금융권에선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에서 각각 적자로 꼽히면서 상징성이 큰 두 사람이 최 부총리의 드라이브에 제대로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너무 빨리 고개를 숙인 게 아니냐는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인하와 부동산 규제 완화에 따른 후폭풍이 거셀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총재나 신 위원장이 최 부총리의 독주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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