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이 벼랑 끝에서 한숨을 돌렸다.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징계 수위가 중징계에서 경징계로 낮춰지면서 그룹 1, 2인자가 한꺼번에 자리에서 물러날 수도 있는 최악의 경영공백은 일단 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KB금융 호의 앞날은 여전히 순탄치 않다. 임 회장과 이 행장 간 갈등의 골이 깊은 데다, 임직원의 줄서기와 내부 분열이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에 달했기 때문이다. 석 달 가까이 개점휴업 상태가 이어지면서 추락한 영업력과 내부시스템 정비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 징계 잔혹사 일단 면했다
KB금융은 이번에 임 회장이 중징계를 면하면서 역대 최고경영진(CEO) 5명이 모두 중징계를 받는 잔혹사를 일단 면하게 됐다. 그룹 1, 2인자가 동시에 중징계를 받으면서 빚어질 수 있는 리더십 공백도 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앞날은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경징계로 일단 한숨 돌리긴 했지만, 두 CEO 간 갈등의 골이 워낙 깊어 과연 앞으로 제대로 손발을 맞출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관건이다. KB금융 내부 임직원 간 갈등과 반목도 간단치 않다.
임직원과 사외이사, 노조가 모두 갈가리 찢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KB금융 내부적으론 이미 임 회장 라인과 이 행장 라인이 분명하게 갈렸다. 국민은행 일부 부행장이나 본부장은 은행장을 거치지 않고 회장 측에 직보하는 등 보고라인이 무너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 당장 국민은행 인사가 중요한 숙제
당장 임직원 인사가 중요한 분기점이다. KB금융은 현재 KB투자증권과 생명, 자산운용, 부동산신탁, 신용정보 등 5개 계열사 대표의 임기가 끝났지만, 아직 후임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행 역시 리스크관리본부장과 상품본부장 등 본부장 4명의 임기가 끝났다. 특히 국민은행의 경우 임원 인사 과정에서 임 회장과 이 행장이 힘겨루기에 나서면서 재차 갈등이 폭발할 수도 있다.
그동안 회장과 은행장 퇴진을 요구해온 노동조합과의 관계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이 리더십과 도덕성에 깊은 상처를 입으면서 대내외 업무를 수행하는 데도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론 지배구조 개편 문제도 도마에 오를 수 있다.
◇ 국민은행 경쟁력 어떻게 회복할까?
무엇보다 가장 큰 숙제는 KB금융 전반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일이다. KB금융은 석 달여 가까이 경영공백과 내부 혼란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실제로 국민은행의 예금 점유율은 지난해 말 20.9%에서 올 6월 말 20.5%로 0.4%포인트 떨어졌다. 이 예금들은 신한과 농협 등 다른 경쟁은행들이 가졌다. 올 상반기 국민은행의 방카슈랑스 신규 판매 금액도 지난해와 비교하면 반토막이 났다.
영업력도 문제지만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 회복도 급선무다. 잇단 사건사고로 동네북이 된 데다, 그룹 1, 2인자가 제재심에 불려다니면서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LIG손해보험 인수를 잘 마무리하는 것도 발등의 불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임 회장과 이 행장 모두 경징계가 확정되면서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된 만큼 이제 KB금융 조직의 발전을 위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화해하고 또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