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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돈 뺏기는 것 같아 내기 싫다"

  • 2017.02.08(수) 08:00

[커버스토리]박근혜 정부 납세의식 악화

# 이 기사는 2017년 2월 8일 세무회계 특화 신문 택스워치 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내야 하는 게 바로 세금이죠. 이왕 낼 세금이라면 쿨하게 내고 털어버리면 좋겠지만 막상 내려고 하면 아깝기도 하고 빼앗기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실제로 국민들의 납세 의식은 점점 악화하고 있습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달 초 발표한 국민 납세의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금을 납부할 때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가능하면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다(42.7%)'입니다. 심지어 '빼앗기는 기분이 들어서 내고 싶지 않다'는 응답도 10.2%에 달했는데요.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인 2012년 똑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보다 각각 18.1%포인트, 4.0%포인트 늘어난 수치입니다. 반면 '국민의 기본의무이기에 전부 낸다'는 모범답안 비중은 같은 기간 24.2%포인트 줄었습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세금을 내기 싫어하는 국민이 훨씬 많아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 출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 정부가 도둑이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왜 세금을 내기 싫어하는 걸까요.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자신이 납부한 세금과 비교해 정부로부터 받은 혜택이 적다고 생각한 응답자가 70%였습니다. 정부가 제공하는 혜택이 높은 수준이라는 답변은 3.8%에 불과했습니다.
 
부유층에 대한 불신도 한 원인으로 꼽히는데요. 경제적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내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17.8%에 그친 반면 '그렇지 않다'는 대답이 82.2%에 달했습니다. 재벌이나 고소득 자영업자들이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다는 인식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얘기입니다. 
 
# 나 하나쯤 괜찮다

대부분의 국민이 세금을 정직하게 납부한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는 답변이 51.5%로 더 많은 반면 가족이나 친구, 직장동료 등 주변 지인이 세금을 정직하게 납부하느냐는 물음에는 '그렇다'는 답변이 86.4%로 훨씬 높았습니다. 남들은 세금을 잘 내지 않고 내 주변 사람들만 세금을 꼬박꼬박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뜻이죠
 
하지만 응답자들은 본인의 세금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이었습니다. 세금 납부를 양심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부정적인 행동을 더 많이 하겠다는 겁니다. 사업자 입장에서 국세청에 노출되지 않은 현금 매출액 1000만원이 생기면 제대로 신고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한 비율은 57.5%로 2012년보다 6.6%포인트 올랐습니다. 
 
가전제품을 구입할 때 현금으로 결제하면 10%를 깎아준다는 제안을 받을 경우에는 '수락하겠다'는 답변이 78.5%, 현금 할인은 '세금 회피를 위한 행위니까 거절하겠다'는 답변은 21.5%에 그쳤습니다. 

 
▲ 출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 국세청 못 믿겠다
 
과세당국인 국세청에 대해서는 부정적 인식이 강했는데요. 국세청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비중이 43.9%로 신뢰한다는 답변(13.6%)보다 3배 넘게 많았습니다. 여성보다는 남성이, 싱글보다는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국세청을 신뢰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세금을 정직하게 내지 않는 사람을 사회적으로 지탄하거나 처벌하고 있는지 물어봤더니 85.4%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만약 내가 세금을 제대로 안 낸 사실을 친구에게 고백한다면 친구가 부정적 인식을 가질 것인지 묻는 질문도 있었는데요. 2012년에는 '그렇지 않다'고 답한 비율이 29.0%였는데 2015년 설문에선 37.6%로 높아졌습니다. 
 
설문조사를 주관한 박명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금을 안 내는 사람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명령적 사회규범이 최근 우리 사회에서 퇴보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국민들에게 세금 부담의 실태 정보를 더욱 자세히 알려서 형평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출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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