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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기어 '화려한 실패'?.. 소비자도 '시큰둥'

  • 2013.10.08(화) 11:18

NYT "사선 안될 제품" 혹평
일부 대리점선 구경도 못해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내놓은 시계형 스마트기기 '갤럭시기어'에 대한 평가가 극가 극으로 엇갈리고 있다. 혁신적이라는 긍정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으나 기능과 디자인이 기대 이하라는 혹평이 더 많다. 소비자 반응은 무관심에 가깝다. 국내에서 판매를 시작한 지 열흘이 넘었으나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제품을 구경하기도 어렵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5일부터 국내를 포함해 북미 시장 등 세계 58개국에 갤럭시기어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갤럭시기어는 갤럭시노트3와 연동해 스마트폰의 활용도를 더욱 높여 주는 블루투스 헤드셋 같은 액세서리다. 전화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으나 갤럭시노트3 없이 통화 기능을 이용할 수 없어 단독으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 갤럭시기어는 제트 블랙, 오트밀 베이지, 와일드 오렌지, 모카 그레이, 로즈 골드, 라임 그린의 6가지 색상으로 출시됐다.

 

◇ 외신, "멋진 기기" vs "아무도 안사"

 

갤럭시기어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크게 나뉜다. 미국의 주요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일(현지시간) 리뷰 기사를 통해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해 통화, 메시지, 이메일 수신이 가능한 멋진 기기”라고 호평했다.

반면 뉴욕타임스(NYT)의 정보기술(IT)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포그는 지난 2일(현지시간) 갤럭시기어 리뷰 기사를 통해 "아무도 안살 것이고 아무도 사서는 안될 제품"이라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폴 테일러 칼럼니스트도 지난달 5일 갤럭시기어를 다루는 기사에서 "가장 큰 문제는 배터리 수명과 가격"이라며 "삼성은 배터리 수명이 일부 스마트폰보다 긴 25시간으로 광고하지만 그보다 짧고, 299달러 출고가도 반드시 사려 하는 소비자들보다 사보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너무 비싼 가격"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갤럭시기어가 전에 없던 혁신적인 제품이라며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이영희 삼성전자 무선전략 마케팅담당 부사장은 지난달 25일 제품 발표회에서 "제품 공개 이후 뉴욕과 런던 등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을 때 이들이 보여준 반응은 와우(WOW)였다"라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갤럭시노트도 기획 초기에는 화면크기가 다소 커(5.3인치) 내부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으나 패블릿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듯이 갤럭시기어도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 판매 열흘 넘도록 '가뭄 콩나듯'


하지만 액세서리치고는 다소 비싼 가격(국내 출고가 39만6000원)과 투박한 디자인, 직관적으로 쉽게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면서 소비자들 관심도 멀어지는 모습이다.

지난 7일 기자가 서울 여의도에 있는 이동통신 3사 대리점 총 5곳을 다녀본 결과, 갤럭시기어를 전시한 곳은 1곳에 불과했다. 판매를 시작한지 열흘이 지났으나 대부분 대리점에서는 목업(모조품) 단말기조차 확보하지 않았다.

그나마 제품을 전시한 매장에서도 6개 색상 가운데 한가지 모델만 확보해 판매하고 있었다. 이 대리점 관계자에게 다른 색상의 제품을 구경할 수 있느냐고 묻자 "실물이 없어 인터넷 검색 등으로 봐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관계자는 "다른 액세서리들에 비해 가격이 워낙 비싸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  갤럭시기어가 공개되기 전에 해외 정보기술(IT) 매체 사이에서 돌아다니던 상상 이미지. 갤럭시기어는 당초 휘는 디스플레이 등 첨단 부품을 탑재해 혁신적인 제품일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일부 SK텔레콤 대리점 업주는 "본사로부터 상품 입고 계획을 통보받지 않아 제품을 전시 및 판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대리점마다 사정이 다르다"라며 "갤럭시기어가 스마트폰 같은 통신 단말기가 아닌 액세서리다보니 대리점에서도 적극적으로 판매하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 갤기, 소비자 반응 테스트 용도 


갤럭시기어는 삼성전자의 웨어러블PC(입는 컴퓨터) 시장 진출작이자 소비자 반응을 조사하기 위한 일종의 테스트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애플과 구글 등 세계 정보기술(IT) 공룡들은 고가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되면서 기존 제품만으로 경쟁을 벌일 수 없다고 판단, 시계나 안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 삼성 갤럭시기어를 포함한 주요 제조사들의 시계형 웨어러블PC 사양 비교.

 

이러한 분위기에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의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웨어러블PC분야로 가지를 뻗어 최대 경쟁사 애플을 미리 견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이 준비하는 스마트워치 파괴력이 워낙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웨어러블 PC 가운데 시계형 기기는 소니와 퀄컴이 판매하고 있고 구글은 이미 안경형 기기를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아직까지 성공 사례가 나오지 않아 어떠한 형태의 단말기가 웨어러블PC 분야의 정답인지 확신할 수 없다.

 

삼성전자도 갤럭시기어의 폭발적인 소비자 반응을 기대한 것 같지 않다. 삼성전자는 갤럭시기어와 연동할 수 있는 스마트폰 기종을 동시에 출시한 갤럭시노트3에 제한했다. 이 때문에 출시 초반에 많이 팔리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이 나오고 있다.

▲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을 총괄하는 신종균 사장은 지난달 독일에서 열린 가전박람회(IFA)에서 갤럭시기어를 직접 소개했다.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을 총괄하는 신종균 사장도 판매 목표치에 대해 "갤럭시노트3가 10대 팔릴때 2~3대 정도"로 전망한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판매 초기이고 비교할만한 경쟁 제품이 없는 상황"이라며 갤럭시기어 초기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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