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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금융 아킬레스건]②KB '이사회'의 견제와 균형

  • 2017.11.10(금) 16:53

'고질적 관치 배제' 미션…CEO와 '적절한 관계' 과제
노조 '셀프 연임' 쟁점화…'노조 추천 사외이사제' 논란

한국 금융의 아킬레스건은 지배구조다. 신한사태와 KB사태 등을 잇따라 겪으며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이슈는 은행과 금융산업의 리스크로 부각했다. 이 과정에서 호시탐탐 손길을 뻗으려는 관치는 '설익은 지배구조'를 무력화시킨다. 금융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최근 몇년새 지배구조법이 만들어지고 차기 경영승계프로그램, 이사회의 권력화 혹은 CEO 유착 등을 막기 위한 제도적인 손질도 있었다. 최근 금융권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이슈들은 우리 금융산업의 지배구조가 미완이라는 점을 방증한다. 금융회사별로 지배구조 이슈를 점검하고 진단해본다. [편집자]

 

2014년의 KB사태는 우리 금융회사가 가진 지배구조의 허점을 복합적으로 드러내면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탄생의 결정적 배경이 됐다. 이 때문에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취임 후 지배구조 개선에 역점을 뒀다.

 

금융감독당국 한 관계자는 "KB가 (KB사태 이후)눈물 겨울 정도로 노력을 많이 했다"고 평했다. 특히 KB를 늘 괴롭힌 관치와 낙하산 인사, CEO 유착 등의 폐단을 막기 위해 소액주주 및 외부 추천 사외이사를 3명 두는 등 이사회 구성에 공을 들였다.


이런 노력에도 윤 회장의 연임 과정에선 뜻하지 않게 '셀프 연임'과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노조 측의 일방적 주장이고 다소 과격한 표현이 동원되긴했지만, 그동안 국내 금융산업의 지배구조가 이사회와 CEO 간의 적절한 긴장 유지보다 밀월에 가까웠다는 점에서 되짚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이 주총 안건으로 채택되면서 노동(근로자)이사제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현실적으로 당장 KB금융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긴 어렵다는 분위기이지만 추세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단면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관련기사☞ KB노조 '사외이사 추천'…역학관계 달라지나

 


◇ 이사회와 CEO 관계,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KB금융 이사회는 다른 금융지주사들의 이사회와는 분명 '결'이 다르다. 다른 곳의 이사회가 늘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면 되레 KB 이사회는 자기권력화 문제가 먼저 불거졌다. 외풍(관치)에 맞서 이사회의 자율적인 CEO 선임 경험도 갖고 있다. 실제 2014년말 윤 회장 선임 당시 관에서 밀었던 낙하산 후보가 이사회에서 낙마하면서 취임 직후 한동안 관료들이 윤 회장의 면담을 거부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최근 윤 회장의 연임 과정에서도 이사회가 외풍이 스며들 틈을 주지 않았단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윤 회장의 그간의 성과도 한몫했을 터. 하지만 이 지점에서 노조는 '셀프 연임'이란 다소 자극적이면서 부담스러운 프레임으로 규정했다.  

 

사실 CEO와 이사회의 관계는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로 빗댈 수 있다. 한쪽으로 조금만 기울어도 CEO와의 유착이 되고 또 다른 쪽으로 기울면 이사회의 자기 권력화가 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CEO가 사외이사를 뽑는데 결정적인 영향력을 가지면서 KB금융의 이사회 역시 CEO와의 유착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손상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부분의 은행(금융지주) 사외이사는 엄밀히 따져 주주들이 뽑는 게 아니어서 결국 CEO 구미에 맞거나 정부에서 내려보내는 사람 둘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손 위원은 "이사회가 제 기능을 못하는건 아니지만 결정적으로 CEO선임과 같은 이슈에선 팔이 안으로 굽게 되는 결정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인 없는 은행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선 현재 과도기적인 상황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우리은행의 과점주주 사외이사 운영방식이 새로운 이사회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대부분 은행의 최대주주로 있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는 등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역시 같은 맥락이다.
 

 

 


◇ '노동이사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

노조 추천 사외이사는 KB금융노조협의회의 제안으로 오는 20일 주총 안건으로 채택되면서 논란에 불을 붙였다. KB는 물론이고 금융산업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사안이란 점에서 관심이 크다.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현실에선 우려가 크다. 영미식 자본주의에선 노조의 경영참여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지배적이다.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 쪽에선 노조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이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


최근 세계최대 의결권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보고서를 통해 노조 측에서 추천한 하승수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ISS는 "과거 정치 경력이나 비영리단체 활동 이력이 금융지주사의 이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불명확하다"며 "기존 이사회에도 법률 전문가가 있어 전문성도 중복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단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9.79%)과 외국계 주주(69%)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사회와 CEO의 유착을 견제하고, 건전한 긴장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인 요소도 있다고 보고 있다. 노조 측의 또 다른 안건인 대표이사(지주 회장)를 이사회 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지배구조위원회 등 모든 위원회에서 배제하는 안건에 대해선 '얼토당토않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사회 멤버(대표이사)이면서 이사 역할을 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데다 이사회 권력화 문제는 어떡할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금융지주 한 사외이사도 "바지사장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사회가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게 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ISS 역시 대표이사의 영향력을 약화하는 것이 주주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대를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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