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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 방정식]② 대물림의 묘수 찾아라

  • 2014.03.06(목) 17:45

승계 재원 마련 최대 숙제..'절세와 탈세' 사이서 고민
BW·일감지원 등 다양한 수단 동원..지주사 전환 대세

대한민국 재계에 '3세 경영' 시대가 열리고 있다. 창업주들은 척박한 환경에서 경제 근대화의 씨를 뿌렸고 2세들은 이를 이어받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3세들의 임무는 막중하다. 저성장 환경에서 수성하기가 녹록지 않을 뿐더러 경쟁자는 갈수록 많아지고 승부는 더욱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과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사업구조 개편과 합병을 통해 3세 경영을 위한 물밑 움직임이 나타났고, 이달 치러질 주요 기업들 주총에서도 오너들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이슈들이 예고되고 있다. 비즈니스워치는 '승계 방정식' 기획시리즈를 통해 국내 주요 그룹들이 직면하고 있는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 문제와 그룹별 사업재편 전망, 이와 관련한 변수와 시각을 살펴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편집자]

 

 

승계의 마무리는 지분확보다. 지분 없는 총수는 언제 잘릴지 모를 월급쟁이나 다름없다. 주요 그룹 총수들이 법정에 서게 된 것도 대개는 승계를 위한 비용조달과 관련이 깊다.

최근 회삿돈 횡령 혐의로 대법원으로터 유죄판결을 받은 최태원 SK 회장도 그렇다. 최 회장은 선물옵션 투자에 나선 이유를 "선친이 작고한 뒤 동생(최재원)이 상속 지분을 포기해 마음의 빚이 있었다"며 "수익이 나면 동생에게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이재현 CJ 회장도 경영권 방어와 상속 등의 목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벌 총수가 그토록 고민하는 이유는 뭘까.


◇ 상속 뒤 지분 절반 감소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상속이나 증여할 때 과세표준액에 따라 10~50%의 세금을 내야한다. 특히 최대주주 등이 보유한 주식에는 경영권 프리미엄 대가로 10~30%의 할증이 붙는다.

예를 들어 대기업 최대주주가 아들에게 1000억원어치의 주식(지분 50% 초과시)을 상속할 경우 할증률 30%를 적용한 1300억원이 상속세액이 되고 이 가운데 50%인 650억원이 과세된다. 아들이 물려받은 재산이 주식밖에 없다면 상속받은 지분의 65%를 세금으로 내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당연히 경영권에 심각한 위협을 받는다.

실제 그와 비슷한 일이 벌어진 곳이 SK다. 최 회장은 1998년 가족회의 결과에 따라 고(故) 최종현 회장의 지분을 모두 물려받았지만 상속 주식가치의 절반 가량인 730억원을 세금으로 내야했다. 최 회장의 취약한 지분율은 2003년 소버린의 경영권 공격의 타깃이 됐다.

 


◇ 승계 재원 마련..'神의 한수'는?


주요 그룹 총수들이 편법이나 불법적인 방식으로 2세에서 3세로 부(富)를 이전하는 것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지배권을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때부터 성공하면 절세고 실패하면 탈세나 배임이 되는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시작된다.

과거엔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전환사채(CB) 등 주식연계채권을 승계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의 CB와 BW 저가발행이 대표적이다. 전환가격이나 행사가격을 낮게 책정한 뒤 계열사들이 실권한 CB를 사들이거나 신주인수권만 가져가는 식으로 3세들이 지배권을 확대했다. 지금은 사채권과 주식인수권을 분리해 거래할 수 있는 분리형 BW가 편법적인 상속이나 증여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며 발행이 금지된 상태다.

일감몰아주기도 흔한 사례다. 특히 IT나 광고, 건물관리회사 등의 주주명단을 보면 2세나 3세가 상당 지분을 보유한 곳이 많다. 그룹의 주된 사업영역이 아니다보니 주주나 채권자의 감시가 덜하고 대주주가 적은 부담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어 승계용 종자기업으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로 인해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주요 그룹들은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 지주사 전환해 지배권 강화

1999년 이후 대안으로 떠오른 게 지주회사다. 복잡한 순환출자보다 진일보한 지배구조로 평가받는 지주회사 체제에서 총수 일가는 지주회사만 지배하면 계열사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재벌그룹 중 LG가 가장 먼저 지주회사로 전환했고 GS·아모레퍼시픽·SK·CJ·하이트진로·두산·코오롱 등이 뒤따랐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현재 국내 지주회사는 총 127개다.

대주주는 지주회사 전환시 지분율 확대를 위한 여러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사를 지주회사와 사업자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대주주의 사업자회사 지분을 지주회사에 현물출자하면 적은 비용으로 지배권을 강화할 수 있다. A에 자사주가 있다면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요건(상장사 20%, 비상장사 40% 이상 보유)도 어렵지 않게 해결된다. 실제 SK와 CJ, 두산 등 상당수 그룹에서 지주회사 전환 이후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아졌다.

또 지주회사의 배당소득에는 세금을 물리지 않고 지주회사 전환시 양도세에 대한 과세특례가 적용되는 등 여러 세제혜택이 제공되는 점도 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하는 '당근' 역할을 하고 있다.

◇ 바꾸고 싶어도..거미줄 순환출자 '발목' 

모든 기업이 지주회사 체제를 반기는 것은 아니다. 계열사간 거미줄처럼 얽힌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수 있고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계열사를 떼어내야 하는 문제도 생긴다. 자회사 관리와 지배만 담당하는 순수지주회사는 배당과 브랜드 사용료가 수입의 대부분이라 재원문제로 사업 다각화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삼성과 현대차, 롯데가 지주회사 전환을 꺼리는 것도 득보다는 실이 클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어려운 것은 소유권과 경영권의 상속이 걸려있기 때문"이라며 "시간을 두고 천천히 풀어야할 문제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기업들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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