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2. 디지털, 불평등이 되다

“키오스크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모바일 앱으로 음식 배달을 못한다고
온라인에서 마스크를 사지 못한다고 해서
내 인생이, 그리고 네 인생이
크게 달라지는 건 아니잖아?

불편함...
그거 조금만 참아봐”

불편함, 참으면 될까?

지난해 10월 초 태풍 ‘미탁’이 전국을 강타했다. 강원 삼척시 오분동에는 주택 사면 붕괴 사고로 1명이 숨지고 주택 7채가 무너졌다.

삼척시는 3일 0시5분께 재난 안전대피 사전문자를 인근 주민들에게 발송했다. 하지만 고령층이 대부분 사용하는 2G폰에는 재난문자가 오지 않았다. 사고가 난 인근 주민 대부분은 고령층이었다.

지난 8월 박완수 미래통합당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사용되는 휴대전화 4907만9000대 단말기(‘알뜰폰’ 제외) 중 122만5000대의 휴대전화가 재난문자방송이 전달받을 수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비단 재난문자에만 해당하지는 않는다. 올해 대규모 확산된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 앱, 비대면 서비스 사용 등 여러 측면에서 디지털 불편함은 피해로 이어진다.

“디지털 격차가 불편함을 넘어 손해나 피해가 발생하면 사회 문제가 된다. 요즘 금리 우대해주는 모바일 금융 상품이 많다. 모바일로 젊은 층은 혜택 보는데 고령층은 보지 못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고령층에겐 물질적 피해로 이어진다. 불편함을 감내하기엔 IT가 생활에 차지하는 지배력이 너무 커졌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학교 문화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디지털이 혜택이 되는 세상

세계은행은 ‘디지털 디바이드’ 대신
‘디지털 디비던스’라는 새로운 용어를 제안했다.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 : 디지털 정보격차 디지털 디비던스(Digital Dividends) : 디지털 배당. 디지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긍정적 혜택 및 효과

더 이상 디지털은
‘불편함’을 참으면 되는 수단이 아니다.

그러기엔 우리 삶의 모든 곳에 디지털이 너무 많이 의존하고 있다. 내가 보유한 스마트폰 기종에 따라 내 생명과 직결되는 ‘재난문자’를 받지 못할 수도 있고 디지털은 일자리에서 나를 배제할 수도 있다.

전 세계의 빈곤 퇴치와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을 목표로 설립된 세계은행이 디지털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은 이유도 디지털이 미치는 영향력은 이제 더 이상 IT 영역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의 ‘경제’, ‘사회’ 그리고 ‘빈곤’의 문제로도 뻗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은행이 언급한 디지털 배당은 디지털을 사용하지 않으면 ‘불편함’이 아닌 ‘불리함’이 되는 사회로 가고 있다는 걸 알리는 서막이다.

불리함이 쌓이면 ‘불평등’이 되고
불평등이 쌓이면 ‘계층’이 된다.

처음엔 디지털이 단순한 불편함에 지나지 않았지만 디지털은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새로운 ‘디지털 소외 계층’을 만든다. 그들이 겪게 될 고통, 그리고 이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그들과 우리가 겪게 될 고통

‘디지털 발자취’가 없는 이들. ‘없는 사람’이 된다?
주민등록번호가 없으면 한국에서는 있어도 없는 존재가 되는 것처럼.

기술 발전은 기록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사람들이 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 생각하는 것을 예측한다. ‘당신은 무엇을 좋아합니까?’, ‘당신은 000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라는 질문이 굳이 필요 없는 세상이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업, 기관, 정치인들은 사용자와 국민의 생각과 취향을 직접 알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들은 의사를 표현하지 않아도 사용자의 취향이라고 예측된 것들을 기업들은 서비스에 반영하고 메뉴를 만들고 정부는 정책에 반영한다.

하지만 나의 취향과 선호도, 의견이 디지털에 기록이 되지 않는다면? 내가 보고 싶은 드라마, 내가 먹고 싶은 피자, 나를 보호해주는 정책은 더 이상 없어진다.

  • “모든 생활을 데이터에 의존하는 사회에서 디지털을 잘 활용하는 사람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더 좋은 서비스를 받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데이터가 부족해 좋은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 향후엔 실시간 수요를 분석해 버스 노선을 변경하게 된다. 취약층의 데이터가 생성되지 않고 노선 결정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이들은 대중교통에서도 소외될 수 있다.”

    황종성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연구위원
    (부산에코델타시티 MP)
  • “소외가 있는 경우 데이터가 모든 인구를 대표하지 못한다. 향후 의료서비스나 진료가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사회에서 온라인이 아닌 병원을 방문해 진료받으면 데이터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이에 대한 해결을 위해 직접 전화를 하거나 찾아가서 데이터를 수집할 수도 있지만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Mathilde Pak(마틸드 박) OECD 이코노미스트

격차는 갈등이 되고 사회적 비용이 된다.
우리가 짊어져야 하는 책임이자 과제다.

읽고 쓰기에 이어 정보를 이해하는 새로운 수단인 ‘디지털’. 사회 구성원의 일부가 정보를 습득하고 의사를 전달하는 기본적인 읽고 쓰기가 어렵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

새로운 디지털 소외 계층, 계층들 사이의 격차가 발생하는 건 당연한 사회현상이다. 모두가 동일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하지만 그 격차가 용인할 수 없는 수준으로 벌어져 양극화 현상으로 번지게 된다면 그 사회엔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결국,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게 된다. 그리고 전체 생산성은 떨어지게 된다. 사회적 비용, 우리 모두가 짊어져야 하는 책임이자 해결해야 할 과제다.

  • “디지털 스킬은 읽기와 쓰기와 같다. 사회에 있는 사람들 15~20% 이상이 읽거나 쓰지 못한다고 상상해봐라. 인구의 일부가 일상생활, 일자리 찾기, 세상을 이해하는데 제외될 수 있다.”

    Renato Sabbadini(르나토 새바디니) All Digital CEO
    (All Digital : 유럽 전체에서 활동하는 디지털 역량센터)
  • “디지털 정보 격차도, 격차가 차별이 되고 불만이 누적되면 사회 갈등으로 갈 수 있다. 격차를 완전히 해소하는 건 어렵지만, 갈등으로는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학교 문화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생산성 문제도 발생한다. 발전된 기술을 반영하지 못하게 되면, 장기적인 경제적 성장손실을 겪게 된다. 소외 계층이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못할 경우, 복지에서도 소외되면서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다.”

    Mathilde Pak(마틸드 박) OECD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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